이름도 특이하고 하는 일의 네임도 독특하다. ‘행진인’의 허부자대표. 첫 질문은 ‘행진인’이란 어떤 뜻인가? 였다.
‘행진’이라는 이름 자체는 뚜벅뚜벅 나아간다는 뜻이다. 그런 뜻을 일단 함축해 넣고, 행복교육의 ‘행’, 진로교육의 ‘진’, 인성교육의 ‘인’, 이렇게 쪼개 나눈 사람들을 일컫는 네임 ‘행진人’이다. '허부자!는 본명이다. 원래 집안의 돌림자가 꽃 ‘화(花)’자다. 집 안의 막내 딸인데 엄마, 아빠가 돌림자 쓰기를 싫어했다. “친정엄마가 올해 팔순이신데 의지가 강한 여성이다. 학업에 대한 열망이 크신 분이라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해서 돌림자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무언가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해서 부유할 ‘富(부)’ 아들 ‘子(자)’를 쓴 것인데 그 후로 일이 계속 생겼다고 한다. 좋은 일이었단다. 물론 한참 뒤에 들은 얘기다. 그러나 학교 다닐 때는 내 이름이 너무 싫었다.
부끄러웠던 이름, 자랑스런 이름
충분히 놀림받을만한 이름이었고, 학창시절에는 출석을 왜 부르나 싶을 정도였다. 대학원 들어가서야 그나마 괜찮아졌다. ‘허부자’는 학교 교수들이 알 정도로 유명한 이름이었다. 지금은 좋다. 오히려 이 이름이 감사하다. 일단 학생들이 이름을 까먹지 않는다. 업무상 미팅이나 관계자들을 만나면 이름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자주 드린다.
사람은 이름값을 한다고 했던가.
2002년 한·일월드컵이 들썩이던 해에 시흥에 처음 입성했다. 지금은 서울로 왔다갔다 한다. 벌써 6년이 되었다. 서울과 시흥간 대중교통이 좋아져서 다니기에 좋다. 대중교통은 이동하는 시간동안 많은 일을 하게 해준다. ‘생각’도 그 중에 하나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으니 자가용보다 장점이 더 많다. 큰 아이가 대학을 서울로 가게 되면서 시작한 서울생활은, 학교와 집과의 거리로 인한 최선책이었다. 결정에는 깊은 고민이 필요없었다. “아이들이 지금까지 엄마의 편의를 위해 고생해줬으니 이제는 내가 고생해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다시 시흥으로 돌아 올 계획이다. 인천, 부천, 용인, 강원도등 전국적으로 다니지만, 그래도 시흥에서의 활동이 많으니 다시 올 계획을 세운거다. 그리고 남편도 시흥에서 살았던 15년이 제일 좋았던 기억이라고 한다. 시흥은 갯벌, 들, 바다, 높지않은 아파트등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눈이 즐거운 것 투성이다.
흔히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면 집에서 살림을 한다. 워킹맘이 되더라도 일과 가정 두가지를 해야하니 고단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경제적인 면에서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가정주부로 묻히기에는 아깝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경력단절’이라는 멍에를 안게 된다. 그런면에서 허부자대표는 사회로 다시 나오게 될 때까지의 기간을 경력단절 기간이라고 인정하지않는다. 영.유아기에는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기에 곁에 있어줘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집에서 아이들을 위한 일정표를 세웠다. 피아노 쳐보기, 그림그리기, 풀 뜯어보기, 곤충 관찰하기, 비디오 보는 시간을 정하고, 점심때는 밀가루 반죽해보기, 채소 썰어보기 등등 일어나서 잘 때까지 엄마랑 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우리 아이들만을 위한 케어했는데 그것을 보고 주변 엄마들이 아이들을 하나 둘씩 맡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아이들이 꽤 됐다. 내게 있어서 쉬는 시간은 없었으니 굳이 경력단절이라고 인정하지않는 것이다. 그렇게 15년 가까이를 아이들과 함께 했다. 아이들은 단순하고 순수하다. 엄마한테 못하는 얘기를 선생에게는 한다.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인성이나 재능면에서 예쁜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성적을 얘기할때면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지금의 허부자가 되게 한 길이 열렸다. 행복했다. 과외 외에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인생의 새로운 광명이 되었다.
결국 이런길, 저런길 열어지더라!
강사협동조합에서 처음 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 교육을 동시에 진행했다. 고용노동부와 연합하여 자유학기제 전담강사가 필요하여 경력단절여성을 중심으로 꾸리면 좋겠다는 취지로 180시간의 교육을 실시했다. 청소년 관련한 일을 하던 사람들 중에서 ‘성적 위주가 아닌 좋아하는 것, 적성에 맞는 것을 찾아주는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소위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모아 면접을 통해 교육과 심화과정까지 진행했다.
첫 회는 동아리로, 두 번째는 협동조합으로 2016년 4월에 등록하여 지금의 3기까지 배출했다. 교육을 받았다해서 모두가 강사로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강의 대상인 아이들과의 관계가 힘들거나 강의 스킬이 부족하게 되면 스스로 빠지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시흥시에서는 마을교육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그 시작이 행복교육지원센터였다. 강의내용은 평이 좋았다. 개별적으로 연락이 오기 시작하면서 기관과의 일이 많아졌다. 시흥시교육지원청, 시흥시의회, 학교밖청소년, 진로체험 관련, 특수교육지원센터등 시대 변화와 진로 상황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었다. 이론만이 아닌 찾아가는 직업체험등의 수업은 강의력 과 체험력에서 가히 프로급이라 자신한다. 진로교육과 동시에 시흥에 있는 전문직업체험을 비롯하여 대학탐방(부천대학교)의 경우는 협업을 맺어 진로체험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진로체험의 경우 한 직업에서 여러개의 직업군을 갖는 예를 들어보면 바리스타의 경우, 단순히 카페 운영자만이 아닌 다른 직업군을 발췌할 수 있다. 원두를 감별하는 원두감별사, 맛을 연구하는 것이 좋으면 메뉴를 연구하는 사람, 커피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원두 콩이 어디에서 오는지, 해외 산지의 커피 재배지로 가고 싶다고 하면 전문 대형 회사와 연계를 시켜주고, 가공과 등급매기기, 커피를 블랜딩하는 과정과 테스트를 거치는 체험, 카페를 오픈 할 경우 매장 인테리어를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다. 이렇듯 한 분야에도 여러 직종이 있어서 관심을 갖고 체험하면 좋겠다라는게 직업체험의 다양성이다.
실패할 길 하나 열어주는 것
진로·직업 체험 후에는 활동지를 만들어 발표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친구따라 오는 경우가 많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마음에 쏙 들면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고, 막상 왔는데 배우고 났더니 아니라고 생각하면 실패할 길 하나 줄여주는 것이 된다.
중학생 아이들은 선택이 아닌 성공과 실패에서 자유로우며 마음에 들든 들지않든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재미없어도 또는 재미있어도 자체로도 소중하게 받아들인다. 초등과 중등은 유기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어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데 고등학교는 아직도 갇혀있다. 갇힌 벽은 너무도 견고하다.
진로체험이 중요한 이유는, 고3 아이들이 의외로 뭘 해야하는지, 어디에 집중해야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데 있다. 생각보다 정보가 없다는데 놀라웠다. ‘학교 수업보다 재미없는건 없어요’ 학교 선생님들이 들으면 서운해할 말이다. 〈입시위주 수업만 해서 그런가..?-필자 주〉
실패할 길 하나 덜어주며 성공할 길 하나 열어준 예가 하나 있다.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중학생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복지관을 다니며 준비했던 친구다. 그런데 고3 올라가서 스트레스로 허리 근육에 무리가 왔다. 일주일간의 물리치료는 그 친구의 진로를 바꾸게 만들었다. 일주일간의 치료가 감동으로 다가와서다. 허리 근육을 풀어주는 물리치료사가 매력으로 다가왔고, 스트레스로 인한 증세까지 호전되니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해온다. “너는 굉장히 큰 경험을 했다. 가거라!” 했다. 그리고 자소서 쓰는 걸 도와주었다. 솔직하게 쓰라고 했다. 느낀 감정 그대로. 사회복지도 약자를 도와주는 경험이었을테니 누군가를 도와주는 봉사활동울 그 안에 녹여서 쓰라고 했다. 그 친구는 다른 경험으로 더 강한 무기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학생들의 가능성에서 길을 열어주는 역할은 신중하면서도 매력적인 작업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공부하고 아이들을 만난다”
그렇게 살아 온 날‘s
허부자대표의 처음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교수가 하고 싶었으나 경제전문 리포터로 1년 반 정도를 방송국에서 일했다. 그리고 결혼해서 주부가 되었는데 아이를 낳으니 아이를 케어하는 엄마이자 멘토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붙었다.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으니 꿈을 이룬거나 마찬가지다. “남은 인생동안 뭘할지는 모르지만 재밌게 할 거고 학생들도 격변하는 삶 속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니 늘 긍정적이면서 도전하는 지금의 시간을 누리라고 말하고 싶다.” 허부자대표는 자신을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긍정의 영향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로 돌아간다.
2년 전, 딸이 말했다. ‘엄마는 나의 멘토야, 롤모델이야’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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