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먹는여우’
책먹는여우는, 지역아동센터나 초등학교 복지실등에서 마을강사들이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하는 모임 이름이다.
2019년 3월부터 시작한 새내기 독서지도사 문숙희강사는 아이를 키우면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오다 ‘책먹는여우’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책놀이지도는 4년차에 접어들었다. 강사비가 아닌 교통비 정도의 수입이 고작이지만, 대신 아이들에게 쓰일 재료비는 제공되니 좋은 재료로 수업을 진행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이런 마음은 마을강사 대부분이 갖는다. 〈열정페이라고 해야할까...-필자 주-〉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씩 하게 된 봉사와 학교와 관련 된 소소한 일, 연관된 것들을 조금씩 배우면서 늘어난 연륜은 지금의 ‘문숙희강사’라는 타이틀을 만들어냈다. 학교에서 사서 일을 봐준 것이 그 시작이었다. 학교에서 임원을 맡게 되면 그 다음 순서는 차례대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다가오는 것들을 거부하지않고 공부를 하면서 더 깊이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러다 강사까지 하게 되었다. “모든 것은 물 흐르듯이 내게 다가왔다.” 스스로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했으니 중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지금까지, 쉬지않고 흘러 온 제2의 사회활동이다.
지금은 능곡초, 월포초, 지역아동센터에서 도서관 수업과 독서 동아리모임을 하고 있다.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성격이라 바쁜 것을 즐기고 있다. 뭐라도 해야 좋은 ‘나’이다.
“아이를 양육하다 보니 막상 기본 지식 없이 동화책만 읽어주는 것이 뭔가 허전했다. 동화구연을 잘 못해서...” 한 권의 책을 읽어주더라도 제대로 읽어주고 싶은 엄마의 욕심에 문화센터로 달려가 동화구연을 배웠다. 그러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고, 학교에서 사서 봉사를 하다 보니 교육청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배우면서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자격증에 도전하게 되고 자격증이 생기니 여러 봉사의 길이 앞에 펼쳐졌다. 독서논술지도사, 책놀이지도사 자격증 2급을 보유하게 된 흐름이다.
자격증을 갖고 당당하게 지도사의 길을 걷게 된 문숙희강사는, 수업으로 주어진 80분동안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을 더 중요시했다. 교재의 진도를 위해 무조건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얘기, 예를 들어 ‘오늘 기분 어때?’ 라는 것처럼 아이의 말과 마음 속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것에 더 집중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독서지도의 수업시간인데 심리상담 분위기가 되는 시간이 더 많다. 의도하지 않아도 조성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것이 지역아동센터나 복지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조금 특별하다고 해야할까... 아이들의 기분을 살피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수업에 집중도가 조금 좋아지기도 한다. 지식을 쌓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야 할 무언가를 충족해야함을 안 탓이다.
조금씩 조금씩 서두르지않으니 그래도 변화를 보기는 한다. 아이들의 사고력에서 ‘와- 저런 대답도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 참 보람된다. 한번은 질문을 했다. “너한테 희망을 주는 말이 뭐니?”라고 했을 때 보통은 사랑해, 고마워라는 말을 한단다. 그런데 ‘괜찮아’ 라는 답이 돌아왔다.
괜찮아..
그 말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괜찮아’라는 말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가슴에 남게 될까를... 그것은 위안이었다. 아니 그들이 요구하는 사랑표현이었다. 투박하면서도 잘하려고 노력하는 아이들, 더딘 성장이지만 조금씩 마음을 여는 모습에서 어쩌면 ‘괜찮아’라는 말은 가르치는 자에게 더 필요한 말이 아닐지... 그렇게 아이들에게도 배우며 문숙희강사 자신도 동반성장한다. ‘괜찮아’ 라는 말을 들으며 희망을 갖는 아이. 그리고 ‘나’
아이들과의 1년을 돌아보며 성장과정을 기록해보니 성장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을 깨달을 동안 나의 성장은 멈춰있었다.”
본인 스스로 성장해야 아이들이 더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문숙희강사는 함께 활동하는 선생님들에게서 더한 가치를 두고 있었다. 마을축제에서 부스 운영을 하고, 선생님들끼리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서 책 연구를 하고, 도서관에서 특강을 하는 것들이 아직까지는 재미있다. “10년 넘게 해 온 선생님들을 보면 아직까지도 욕심이 안생긴다고 하더라”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그래서 또 하나 도전하려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기위한 아동심리공부다.
“우리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고, 책이 그냥 책이 아니라 책을 읽었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고 책을 통해서 상처받은 부분을 치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책대로 성장하면 더 좋겠지만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자기만의 생각을 확립하는 그런 성장, 책을 통해서 배우는 단순 지식이 아니라 한 구절이 마음에 들었으면 마음 속에 두고 그렇게 살아갔으면 하는 소망... “그리고 어느 한 단어가 내 가슴 속에 예쁘게 들어와 생각하면 행복해지는 그란 아이들로 성장하면 좋을 것 같다.”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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