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하면서 여러 유형의 선생님들을 만나게 된다. 혁신교육사업 아카이브를 하면서도 그렇고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YOU' 인터뷰를 하면서도 그렇고... 김의도. 이 선생님은 인터뷰 막바지에 이를때까지도 잘 읽혀지지가 않았다. 그래도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딘가에 여백이 있겠지 했다. 그 여백에 그의 색을 그려넣고 싶었는데 인터뷰를 세 번 정도 하고서야 비로소 읽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어쨌든 김의도선생과는 정왕마을교과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교육’이 하고 있다. 학교가 마을로 나오고, 마을이 학교로 들어가는 일을 학교가, 시흥시가, 마을이, 마을강사들이 하고 있다. 열린 학교는 높이 솟아있는 담장을 허물었지만, 극히 적은 수의 학교만 허문 담벼락을 넘어 마을로 나왔다. 마을 안에 속해 있는 학교인데 유독 학교 담장이 높은 탓이다. 학교장의 마인드는 학교문의 열림과 닫힘에 마을과 함께 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된다. 어느 학교장은 혁신교육을 하되 오직 ‘우리학교에서만’을 고집한다. 드러내는 것도 알려지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어느 학교장은 담장은 커녕 대문도 열지 않는다. 그러나 열린교장, 무너뜨린 담장, 부숴버린 대문이 있으면 마을은 신이 난다. 정왕고 교장이 마을교육활동에 열정을 보인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던 터. 정종윤교장선생님은 후자의 경우다. 김의도선생은 정왕고등학교 교사다.
김의도선생을 처음 보게 된건 ‘정왕마을교과서’를 만드는 자리에서였다. 그는 중등교과서 집필을 맡게 된 팀의 팀장이다. 정왕고에서만 6년, 송운중에서 있던 5년을 합치면 시흥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10여년 동안 봐온 시흥이지만 10여년 동안 봐 온 정도로 시흥을 다 아는 것처럼 교과서에 싣는다는 것이 어쩌면 건방진 말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라며 겸손해한다. 사실이지만 말이다.
김의도 선생은 시흥을 재미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시흥이 재미난 것은, 오며가며 눈에 담아두었던 것들이 변화되어가는 것들을 보게되어서다. 매력마저 느껴질 정도로.
마을에 대한 재미난 궁금증
오이도역에 처음갔을 때는 버스가 없었고 둑길이 있었다. 지금은 버스가 들어오면서 역이 변하고 환승역이 생겼다. 안산의 공단역이 초지역으로 바뀌고, 지하철이 생기면서 아침 출근길 풍경이 달라졌다. 동네를 안다는 것은 변화의 과정을 알고 이해하면 더 큰 매력으로 남게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만들어진 목적이라든가 동네가 생김으로 인해서 변화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다. 그런 것들을 교과서에 그냥 담아내기보다는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자 했다.
‘우리동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여 어디로 이동하면서 ‘동네 이름을 왜 이걸 썼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먹을거리, 즐길거리, 그 외에 갈 곳들, 도서관이 몇 개 있고, 공원은 어떤 기능을 하며 또 몇 개가 있는지, 또 어떤 것은 있고 어떤 것은 없는지.. 주민센터 가는 법이나 시에는 시청이 있는데, 어디는 구청이 있다든지, 그럼 구청은 뭘 의미하지? 등등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 마을 단위로 작게 시작해서 시흥시로, 더 확장하여 전체 우리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그 시작을 만드는 작업을 마을교과서 집필진분과에서는 하고 있다.
좀 더 마을의 재미난 대상을 관찰해보자면, 배곧은 ‘ㄷ’, 월곶은 ‘ㅈ’ 받침을 사용하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명 표기에 관한 것이지만 생각을 다양화함으로서 전국단위를 초점화 한다면 지역단위로도 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쁜 와중에 그래도 해야 할 것들
마을교과서가 학교선생님들이나 마을강사들이 바쁜 와중에 만드는거라 더디게 작업이 들어간다. 연구해야할 것들, 공부해야 할 것들, 모여서 회의를 하고 관련 자료를 찾아 정리하며 공유하는 것들, 모든 과정들이 디테일하게 구성되어져야 오류를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에 더디 가더라도 완벽을 추구하고자 틈틈이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정말 시간이 없다. “마을교과서를 총괄하는 이동민부장님은 경험이 많아서 한 눈에 모든 것이 다 들어오지만 나같은 경우는 처음이라 하나씩 배워가며 한다. 그래서 더욱 많은 공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빨리 완성하고 싶다.”고 말하는 김의도선생.
앞으로도 갈길이 먼 마을교과서다. 좀 더 욕심을 내어 정왕에서만 쓰이는 마을교과서가 아닌 전국단위 교과서를 만들 목표를 갖고 있기에 더욱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완성되고 인정이 되면 품 안의 자식이 될 것 같다.
처음 마을교과서 집필진 모임이 있었을 때 방향성을 잡아가면서 생각이 다르다는 것에 미세한 놀라움이 있었다. 모인 사람들이 제시하는 테마와 달랐던 것이다. 사회교과서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던 때문도 있었다. 정도와 깊이를 조절하여 교과서에 다룰 부분을 정리하려면, 내용 자체를 어떻게 발전시킬까의 고민을 하고, 뭔가를 발견한다면 교과서는 지식 전달 뿐 아니라 지식을 통해서 학생들이 생각해야할 방향성도 같이 알려줘야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지만 최대한 다양한 시각이 들어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반드시 지식적 측면만이 아닌 내 옆에서 살고 있는 이웃들까지 포함한 개념에서 행정구역으로의 접근, 문화적인 부분이나 인간관계적 부분, 또 마을 범위는 어디까지라고 생각할까.. 그래서 주제를 정하고 탐구를 하기도 한다. 한 예로 옥구천을 팀을 짜서 연구해보는 것 등이다.
또 하나 마을교과서라는 이름 자체에서 선생님들과의 생각이 달랐던 것은, 지금 나아가고 있는 방향의 신선함이다. 회의를 거듭할수록 생각들의 범위가 조금씩 합쳐지는 느낌이다. 각자의 파트에서 그들의 생각들을 반영 중이다. 재미 반 부담 반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눈에 뭔가가 보이니 모임이 즐거워진다.
마을과 함께 하는 교과의 방향이 확대되니 참으로 건강해보인다. 마을에 남아있는 친구들이 더 지역을 사랑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작이 마을교과서로부터여서 많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시흥의 미래는 더욱 견고해질거라는 생각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만들어가는 마을이므로.
마을교과서를 통해 지역을 알아 많은 감정을 느낀다면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 믿는다. 있고 싶은 동네, 만들고 싶은 동네를 위해 경제 논리로만 받아들이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전국단위교과서라면 마을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있어야하므로 선생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교육은 그 지역에서 1년 정도 근무한 담임선생님이라면 적합하다. 담임이라는건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지역에 대해 이해를 안할 수가 없다. 지역에 대해 이해하고 ‘이런게 있구나’라는 것을 바탕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과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뛰어놀아라!’라고 말한다. 밖으로 나가서 땅을 밟고, 대중교통도 마음껏 이용해보고 걸으라고...” 다양한 길을 따라 걸으면서 본인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걸어가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것들을 많이 경험하라고. 김의도선생은 정왕역부터 오이오역까지 걷는다고 한다. 정왕역부터 오이도역까지 걸으며 2차 인터뷰를 진행했다면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을까...? 그리고 김의도라는 인물은 어떤 색의 사람일지..?
그리고 마을교과서 팀들에게 한마디한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팀장이지만, 고3을 맡다보니 미처 신경을 못썼다. 수능 끝나면 스스로 채찍질 하고 팀원들에게 당근을 주며 움직일 수 있게끔 힘을 불어넣어드리겠다.”
지키고 있을까요?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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