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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내가 교사라서-남혜정장학사


머릿 속에 아련한 영상 하나가 훑어지나간다. 늘 햇빛이 비치는 바닷가, 낮은 학교 담장 너머 아이들을 부르는 나, 그리고 대답하는 아이들.. 동네의 작은 자취집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길에 우리 아이들이 있는 것이 좋았던 기억, 해안가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도 반갑고 무엇을 해도 좋아해준 아이들은 너무나 순수했다. 올해로 교직 생활 20년이 되어서도 아직도 그때가 떠올려지는 것을 보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모양이다.

 

남혜정 장학사의 지금은 시흥시교육지원청 소속이다.

시흥시교육지원청에 들어와 시흥혁신교육지구 사업을 맡아 인수인계를 하게 되면서 경기꿈의학교 거점센터인 아시아스쿨로 갔다. 31일 자 발령인데 2월에 운영위원회 회의가 있다고 하여 분위기 파악차 참석하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이 백재은센터장이었다. 아시아스쿨 공간과 공간 안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등을 들었다. 신선함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시아스쿨처럼 또 하나의 공동 공간인 참이슬마을학교도 훌륭했다. 매화동에 있는 개조된 한옥집 공간도 그렇다. 공동공간은 작은 단위의 마을이다. 그 안에서 아이들이 엄마·아빠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는 모습, 그 안에서 풀어지는 이야기들은 감동으로 울린다.

 

낯선도시, 시흥

시흥은 낯선 도시였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사람도 낯설고 사업도 낯설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맡으면서 마을공동사업체, 꿈의 학교등을 주도해야 하는데 사람을 모르니 대략 난감이었다. 사람을 알아야만 풀 수 있는 사업이었기에 사람을 알기 위한 시간을 많이 들여야했다. 사업에 대한 이해와 기관별 사람 알아가기등은 격동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몰아쳐댔다. 그렇게 상반기를 보내고 지금은 어느 정도 내 사업이 되어 안정권에 들어왔다.

 

행사를 가면 오셨어요~’라고 인사할 대상도 제법 많이 생겼고 네비없이 다닐 정도로 시흥의 길도 익숙해졌다. 시흥에 와서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역시 교사인지라 학생들이다. 어느 학교를 가도 학생들이 참 밝다. ··고 모두 경계 없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한다. 낯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받는 배려는 고마움으로 다가온다. 교사로서의 역할이나 의미로운 존재로 인식되지 못하는 교사들은 고통을 느끼게 된다. 시흥의 아이들은 교사를 필요로 하고 있고 교사들도 아이들의 순수함에 마음을 연다. 시흥의 학교는 그런 면에서 매력이 있다.

 

마을이 주는 느낌

정왕의 마을 교육은 자체가 상당히 따뜻한 느낌이다. 정왕의 마을 문화에 대해서 좋은 느낌을 받고 있다. 지역에 오래도록 남아 긴 호흡으로 갈 부분들이기에 학교 밖과 학교 안이 잘 연결되어 네트워크가 유지되면 좋겠다. 그렇다면 기관에 있는 사람들이 바뀌어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마을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교육은 마을사람들이 중심축이 되어 안정을 구축해야한다. 인사발령으로 업무에 혼선이 빚어지면 안되니 업무의 기본 베이스는 마을에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관이 주도하는 사업은 담당자가 바뀌면 사업이 무너져버리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공간 확보와 공간 활용에 대한 인프라가 만들어지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정왕은 정왕대로의 문화가 있고, 목감은 목감대로의 특성이 있을 수 있기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학교와 마을이 찾아내야 한다. 지원청이나 지자체의 지원은 그런 속에서 지원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이미 학교와 마을의 배움을 연결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학교에만 있지 않는다. 학교와 마을을 오간다. 교사들은 학교만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교육이 학교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마을에서 아이들은 꿈의학교에도 가고 다른 형태의 마을 교육 공간에도 간다. 그것을 교사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직접 마을로 나가지는 않는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마을에서 배운 것들을 이야기한다. 수업에 연결하니 이해가 된다고 말한다. 귀담아 들은 교사는 밖으로 나온다. 학교는 학교대로, 마을은 마을대로 노력해야 될 부분들에 있어서 교사들이 중간 역할을 잘 해야한다. 그렇게 연결하는 것들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학교와 마을을 넘나들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교육은 완성이다.

 

인간에게는 배움의 본성이 있다고 한다

배움의 공간에서 배움을 분리시키는 작업은 부작용이 생긴다. 배움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셋팅이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과정이란 것이 정해진대로 적용이 되는 것이 아니어서 아이들의 삶과 연결하고,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것들, 아이들의 관심, 그리고 선택지! 그러나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당황해한다. 어른이 보기에 다소 잘못된 선택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 이게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향을 바꾸고 다른 선택지를 선택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선택의 다양성을 허용하여 배움의 한 과정으로 갈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이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인 것이고,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다.

 

배움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있어서 막고 있는 무엇을.. 강제성이 있는,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환경, 딱딱한 조건들.. 그런 것들을 조금씩이라도 바꿔 아이들 스스로가 고민하여 배움을 선택하고 선택에 대한 책임도 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의 모습이 아닐까... 학교 공간에서의 배움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내 아이가 당장 학교를 그만두고 학교 밖에서 배웠으면 좋겠다고 하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임을 잘 안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씩 다른 선택을 해도 괜찮다는 의식을 가지고는 있다. 그렇게 교육환경은 바뀌어가고 있다.

 

학교 안에서의 배움이 나에게 맞지 않다라고 할 때 적어도 자기 삶을 위해 목표를 설정해두고 학교 밖을 나가는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지역사회에서 여러 길을 열어두고 선택의 폭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지금의 교육환경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교육의 중심에는 학생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배움을 통해서 자기의 삶을 거뜬히 살아낼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내고,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이것이 분리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혁신교육 10...

혁신교육 10년이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바뀌었던 내용이, 그 전에 수십 년 동안 학습해왔던 것을 발판으로 아주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처음, 혁신학교 몇 개만 시작했던 문화들이 지금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대부분의 교사들이 그 주요 취지의 철학만큼은 잘 알고 있다. 교사들이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던 그렇지 않던간에 인식은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선뜻 이 사업을 안고 가기에는 걸림돌이 너무 많다. 경기도 혁신정책이 추구하는 방향에서 교사들이 그 길을 가려해도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대안이 없으면, 무리한 요구일 수밖에 없다.

 

교육청이나 학교나 한 해에 주어진 일들은 매우 타이트하다. 일정을 소화내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닌다. 좀 더 여유있고 유연해져서 아이들을 위한 일에 집중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학교 밖에 있는 학부모들이나 시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빼곡하게 산재해있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학교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생기부 정리하는 것 때문이다.

 

이렇게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나도 교사인지라 안좋은 말을 들을 때면 속이 상하기도 한다. 학교는 바뀌지 않았다, 교사들은 철밥통이다, 닫힌 학교 안에 안주하려고 한다, 가장 변하지 않는 것이 교육이다, 이런 말들을 하면서 모든 책임은 다 교사에게 있는 것처럼...” 얼마전에 행정감사가 있었다. 행정감사 후에 주어진 업무량은 1년에 수십시간을 들여야 할 만큼 쌓인다. 학교가 많은 학생을 품고 있다는 이유로 수용해야 할 것들이 멘붕이 되는 현실에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과부하 된 업무는 아이들을 케어할 시간을 빼앗는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다.

 

아이들은 늘 움직인다. 한 반에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들어가 있다. 그 아이들을 교실 안에 품고 1년을 데리고 있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얘들아 책 펴’, ‘집에 가’, 이런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가지의 스토리가 풀어져 나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부담, 책임감의 무게는 엄청나다.

그래서 호소한다. 내 아이 케어도 잘 안되는 가정에서 엄마가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날 것이다. 교사들도 비슷하다. 학생 수가 많고 아이들을 교사 맘대로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개성 강한 제각각의 아이들이 주는 고단함은 실제로 존재한다. 교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교육 과정을 어떻게 하면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배움을 주고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역량을 어느만큼 지원해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전부다. 그 외에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다. 1년 주기로 똑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어쨌든 내 교실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맡은 내 제자들이기에 그저 최선을 다해 케어할 뿐이다.

 

교사들이 처한 현장을 보면 역시 출신은 못 속이는지 교사들의 고단함이 먼저 보인다. 격려해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으니. 교사들은 또 그렇게 잘 견디고 해내면서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사람으로 남는다. 버텨내는 이유를 우리 교사들이 찾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혼자만의 생각이다.” 교사들 대부분이 비슷하다 싶어서 하는 말이고, 지극히 혼자 겪어내면서 든 생각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어느 순간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때 교사들은 운다. 그래서 교사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교육으로 머무는 도시를 위하여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육 관련한 일들은 시흥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는 마을교육 관계자들이나 전임 시장의 열정에 의한 것임을 안다. 오산의 경우도 아주 작은 도시지만 주민들이 떠나지않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긴밀한 교육 인프라를 연결하였다. 시장의 의지가 초등학교때 만큼은 도시를 떠나지 않아도 우리 애들이 별문제가 없다, 적어도 교육적으로는!’ 으로 나타나면서 오산만의 독특한 교육문화가 만들어졌다. 시흥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 좋은 방향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남혜정장학사는 마을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마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니 가능한 것이다. 하나 더해서 공교육에서 교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니 교사들이 시흥에 대한 애정을 갖는 것을 우선으로 두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교육에 투자하여 방향을 잡아나가면서 그때 만들어진 센터의 적극적인 교육에 대한 이해와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등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칭찬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만한,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어 내놓고 싶은 욕구가 있다. 서로의 소통으로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마을의 정서는 따뜻함이라고 생각한다. 마을 안에서 사람을 만나고, ‘여기 사니 좋네라고 말할 수 있는 도시, 시흥 곳곳에 따뜻한 정서가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며 교육도 사람에서 비롯됨을 알리고 싶다.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