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꿈의학교 거점센터 아시아스쿨 건물 지하 공간에서 거대한 악기의 울림이 퍼져 들려왔다. 정왕동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17인조 팝스오케스트라의 울림이다.
2019년 4월 6일, 삼성꿈장학재단에서 청소년동아리 프로그램으로 17인조 팝스오케스트라가 재구성되어 첫음을 맞춰보는 시간을 가졌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클라리넷, 플롯, 드럼 6개 파트로 나뉘어진 청소년 팝스오케스트라 학생들은 전년도에 배웠던 것들을 한번씩 훑어보고 새로 온 2명의 친구들은 긴장하며 악보를 보고 있다.
2018년, 꿈의학교에서 진행하던 팝스오케스트라는 소음 민원 발생으로 원활한 수업이 이어지지 못했다. 방음설비가 되어있지않은 탓이다. 부득이 지하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에서 폐쇄공간이던 지하공간은 오랜 세월 방치된 흔적이 가득했고, 두 팔 걷어올려 (사)더불어함께 대표이하 직원들이 손수 쓰레기들을 치우고 페인트칠을 하며 급하게 전기를 달아 우선 수업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최대한 쾌적하게 만들어주기 위한 예산확보는 ‘있는 그대로의 시작’을 기획하게 하였고, 후원물품 경매와 동시에 공연에서 얻어진 수익금을 지하공간 리모델링 비용에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공연과 경매는 한달에 한번씩 실시한다. 열악한 환경이어도 일단 시작하니 청소년 휴카페와 지하공간에 ‘댄싱 HI’ 교실이 열리고 ‘삼시세끼’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이 모여들었다. 공간의 중요성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아시아스쿨에는 청소년 대상 주중 프로그램과 주말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17인조 팝스오케스트라도 그 중 하나다. 17인조 팝스오케스트라의 울림이 다시 시작하게 된 데에는 한 학생의 절실함에서 있었다.
“정말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다고 하니까 너무 슬펐어요.” 전준(군서고2, 18세)군은 12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했다고 한다. 유튜브를 통해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음악감독의 영상을 보고 ‘멋져보여서!’ 시작한 바이올린은 군서초 재학 당시 군서초오케스트라를 통해 흥미를 더 느끼게 되었고 그것은 군서중으로 입학하면서 유지가 되었다. 처음에 배울 때는 바이올린이 닿는 자리가 아프고 어려워서 힘들었지만 1년이 좀 안되었을 때 선생님과 함께 서울에 있는 오케스트라팀에서 공연을 하고 난 후에는 더욱 바이올린이 좋아졌다. “중학교 3년동안 정말 재미있고 신나게 배우고 연주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는 바이올린부가 없었다.
꿈의학교에서 팝스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이 있어 중단하지않고 지속할 수 있었으나 2019년에는 프로그램이 없어진다고 하여 전준군은 큰 실망을 했다고 한다. 꿈의학교를 주관했던 기관에서 나름의 어려운 사정으로 사업신청을 하지않은 탓이다.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고등학교에는 없는 바이올린부, 아시아스쿨에서 교습받는 것이 유일한데 방법을 찾아야했다.
“애들이 음악을 할 기회가 없잖아요. 그래서 애들을 다시 모았어요.” 그렇게 모인 아이들은 배곧한울초 포함 17명으로 초등 3개교, 중등 3개교, 고등2개교로 총 7개교 학생이 참여하였다. 그리고 군서초에서 오케스트라를 담당했던 강사까지 간절히 요청하여 다시 모셨다. 1인 1악기. 아이들의 악기는 개인 것이거나 강사가 빌려주거나 혹은 주기까지 한다니 강사의 청소년들을 향한 애정과 관심이 속깊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제 꿈은 초등교사가 되는 것이예요. 부모님은 전공으로 하지말고 취미로 하라 하시는데.. 어쩌면 음악을 심화 전공해서 바이올린부를 만들수도 있겠죠, 초등교사가 되면...” 꿈을 꾸는 모습이 빛나 보인다.
“2층 공간이 좋긴 하지만 시끄럽다고 민원이 발생해서 지하로 내려온거잖아요. 없는 것보다 낫긴 한데, 어두워서 악보 보는데 눈이 침침해요. 그리고 아무래도 지하다보니까 음이 안맞아서 조율을 많이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요. 방음은 물론 안되구요.” 온도차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악기들인지라 원활한 연습이나 공연이 이루어지지않는다는 것이다.
전준군은 음악으로 주민들과 소통하고 또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한다. 지역의 인재를 키워낸다는 것은 이렇듯 한 아이의 절실함과 그 절실함을 외면하지않은 어른들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17인조 팝스오케스트라는 삼성꿈장학재단 청소년동아리 사업으로 2019년 새롭게 다시 문을 열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꿈의학교는 평일에 이루어졌고, 삼성꿈장학재단 청소년동아리는 주말에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5명 이상 신청시 새로운 청소년동아리는 언제든지 개설이 가능하다.
17인조 팝스오케스트라는 1년간 25기 수업에 공연이 포함되어있어 '정왕마을축제', '배꼽마당', '있는 그대로의 시작'등의 무대에서 볼 수 있다. 2019년 마지막날을 멋지게 장식했던 17인조 팝스오케스트라의 연주! 비록 협소하고 열악한 지하 공간에서의 공연이지만 그 어떤 화려한 무대보다 더 감동적이었음은 아무도 부인하지못했다. 그들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관심을 더 가져야겠다.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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