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일탈은 결혼이었다!”
농 섞인 반절의 웃음이 긴 듯 아닌듯한 표정에 담아진다. 야무져 보이는 모습과 달리 거침이 없다. “일탈을 좋아하고 정해진 규칙대로 사는거 싫어하고...”
......... ⭠의외의 말에 잠시 놀라는 중..
결혼 10년차의 민정례씨가 일탈이라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은 아마도 가정과 일을 병행하는 것에서 오는 고단함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종일 일을 하고 그 어렵다는 ‘사람을 상대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나면 지친 몸이 된다. 머릿 속도 엄청 뒤엉킨다. 녹초 된 몸을 끌고 집으로 들어가면 해도해도 끝이 없는 집안 일이 널부러져있다. 하나하나 손길이 닿아야만 비로소 안정이 되는 가정주부로서의 역할은 밤 11시가 넘어서야 끝이 난다. 그리고 그 시간에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하루를 세 번으로 묵직하게 쪼개 쓰는 일상의 반복이다. 여성이라서 여성에게 주어지는 일이 너무 많다. 그래서 또 다른 일탈을 꿈꾼다. 설거지미루기, 낮잠자기, 혼자 영화보기... 그리고 설움이 복받쳤는지 눈물짓는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흐르는 눈물.
민정례씨가 하는 일
민정례씨는 하는 일이 많다. 하는 일 전부 말해보라고 했더니 말을 못한다. 너무 많아서다. 일단 본업은 ‘상상끼리’다. 마을잡지 ‘슬슬’을 한달에 한번씩 발행하고, 현수막도 만들고 홍보물도 만든다. 상상끼리라는 공유공간을 운영하면서 마을 활동을 한다. 그 공간에서 마을사람들을 만난다. 대야동에 공유 공간이 있음으로서 주민들이 마을에 사는게 재미있다고 느꼈으면 좋겠단다. 주위에서 뭐라하든 우리끼리 재밌게 살고 재밌는 동네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하고 마음을 모은다는 것은 동네가 활기차지는 것이므로 그것에 의미를 둔다.
마을공동체활동은 댓골마을학교에서 처음으로 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 마련은 했지만 운영은 역시 버겁다. 운영의 원활함은 사업을 통한 수익으로만 가능한 것이기에 ‘상상끼리’외에 ‘댓골마을학교’라는 이름의 간판을 걸었다. 그리고 교육자치과에서 아카이브를 하고 있다. 마을활동가의 정보제공으로 지원을 하고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하여 지난 1년간 교육아카이브활동을 했다. 안정된 삶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운명의 물꼬는 전혀 엉뚱한데서 방향을 틀며 다가왔다. 모 디자인업체 대표의 권유로 디자인 및 교정일을 하다 업체의 분리로 김광연대표와 함께 지금의 상상끼리를 운영하게 되었다. 그리고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마을잡지 ‘슬슬’을 4명의 기자단들과 꾸려가고 있다.
마을의 ‘숨’ 댓골마을학교
ABC행복학습타운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상상끼리’라는 공간이 있다. 소담한 공간을 지역 주민들이 오며가며 사랑방처럼 들른다. 커피 한잔 내려들고 ABC행복학습타운으로 간다. 또는 주저앉아 수다방을 만든다. 마을사람들의 이야기가 공유되는 공간, 그 안에서 작은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진다. “마을을 이루는 주민들을 위해 좀 더 가치지향적인 것을 기획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저런 일들을 시도하다 ‘민들레 책읽기’ 모임을 만들었다. 민들레 잡지 책을 한꼭지씩 읽고 얘기하는 모임이다. 학부모라는 공통분모에서 공감되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아이들 이야기다. 그래서 모임의 본질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을 할 때가 많지만 그 또한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맺음이니 모임의 일부라고 인정한다.
마을이 주는 정서
처음 대야동이라는 동네를 갔을 때 약간 시골스런 느낌이 좋았다. 정도 많아서 ‘여기는 마을활동을 해야할 동네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왔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각했던 그림대로의 마을활동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없었어도 마을에서의 그들의 움직임은 있었을텐데..”하는 생각은 깊은 고뇌에 빠지게 한다.
“대단한 활동가라 여기며 큰 포부를 안고 들어갔다가 깨지는 과정을 겪고 있다.” 공감이 되는 말인 듯 다가온다. 활동은 쉽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건 어렵다.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아직도 헤메고 있다는 민정례씨다. 그녀는 그 사이를 좁혀가는 과정에 서 있다. 마땅한 사이 접점을 맞추기 위해 기획을 하고 발굴하는 과정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마을이 요구하는 것, 외부에서 바라는 것, 행정이 바라는 것등이 모두 다른데 각자의 시선에만 닿는 것들에서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여 그들의 요구를 흡족하게 할 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다시 깊은 생각을 한다. ‘마을활동 과정 중에서 겪는 실망과 좌절에 대해 스스로 아직 품이 크지 않구나, 좀 더 그들에게 절실한 욕구해소, 재미밌는 것들을 생각하지 못했구나’
‘나’ 자신이 변화해가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의 지점에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원하는 그림대로 그려보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 서로 동화되는 접점에 다다를 때 비로소 마을에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새로 하게 된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에서의 아카이브 기록일은 잠시의 나들이가 되었다. 자유로운 시간대와 다양한 아카이브 내용은 지루함이 없이 하루의 비타민처럼 1년을 함께 했다. 아카이브를 하면서 시흥의 교육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곧 학부모가 되는 부모입장에서 좋은 정보도 알게 되어 유익했다. 무엇보다 시흥혁신교육지구사업이 시흥 전역에서 규모가 꽤 큰 것에 놀라웠다.
아카이브를 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물었다. 에피소드보다 갸우뚱 거리는 것이 있다고 한다. 오이도선사유적공원에서 창의체험 교육을 하는 팀이 있는데,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외부팀으로 구성되어있다는 내용이다. 외부인력이 아닌 시흥 시민들이나 오이도 주민 중 오이도 역사에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교육을 맡아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팀은 시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타지역 사람들이다. 그다지 전문가 집단스럽지 않은 인상을 받아서일까? 오히려 지역주민들이 오이도의 역사에 애정을 담으면 그것이 더 가슴에 와닿는 교육이 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내가 마을에 있는 이유
“내가 마을 일을 하는 이유는 미약한 나의 재주가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다.” 마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고, 큰 변화보다는 서서히 젖어드는 마을의 분위기, ‘우리가 있어서 사람들이 좋았다’라는 것등이 있으면 계속 하고 싶다. 가정과 병행하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손을 놓을 수 없는것은 마을에 흠뻑 젖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덧붙인다.
“나의 마지막 모습은 마을활동을 본업으로 하는 마을에 남는 사람이다”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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