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서 빛으로
장곡중학교가 혁신학교로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문제 학교라는 낙인으로부터 탈피하자는 교사들의 의지에 의해서다. 2010년 3월 1일부터 혁신학교를 시도한 장곡중은 올해로 만 10년을 맞이했다. 당시 장곡중은 30학급으로 꽤 큰 학교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수업분위기는 심각했다. 수업 중에 자거나 떠들고, 말썽을 피워서 경찰서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면 선생님들의 삶은 힘들어진다. 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면 어려워도 견뎌나갈수 있는 것이 교사다. 교사가 수업에서 행복함이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면 그 학교에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
혁신학교로의 발돋움
당시 혁신학교를 하면 예산 지원이 상당했다. 교사들은 혁신학교를 신청해서 수업을 바꿔보자는데 동의했고, 아이들이 졸지 않는 수업, 성장할 수 있는 수업을 위해 워크샵에서 배워 온 것들을 도입했다. 꾸준히 실천한 결과 아이들이 더 이상 수업에서 졸지 않게 되었고 모든 활동에서 활발함을 보였다. 또한 스스로 협력하고 성장하면서 교사들이 시도한 모든 것들이 헛되지 않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기존의 교육이 주입식의 수업이었다면 혁신학교에서는 내용과 형태가 바뀌었다. 수업은 모둠 활동으로 진행되었고, 아이들은 협력하는 과정에서 성장 수업의 주체가 되어 배움의공동체 교육을 받는 학생이 되었다. 선생님들의 고민이 해결되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뗐다. 교육과정이었다. 교과서 위주의 기계식 수업에서 아이들의 인생철학에 도움이 되는 수업으로 교과를 재구성하여 교과통합, 융합수업을 시도, 아이들로 하여금 배움에 깊이를 더해주니 재미있어했다. 달라진 수업의 형태는 학년이 바뀔 때마다 1주일간의 오리엔테이션으로 배움의공동체 수업 적응기를 가졌다. 수업의 재구성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간혹 복도를 지나다 교실 안을 들여다보게 될 때면 교실 안은 난리가 나 있다. 혁신학교의 수업은 조용하면 안된다. 시끌벅적해야 잘하는 수업이다. 그래서 조는 아이들이 없다. 교육과정이 바뀌니 평가도 과거대로 갈 수 없다. 과정중심, 성장중심의 평가로 바뀐다. 오지선다형 문제보다는 서술, 논술형이 많아졌다. 자기 생각, 가치 철학, 자기 사고를 써낸다. 그렇다면 교사는 채점을 할 때 문제와 접목해서 평가를 하게 된다. 평가는 한학기에 한번씩 한다.
중간고사도 없애버리고 기말고사만 남겨두었다. 지필평가도 하지말자고 했다. 대신 수행평가로 대체했다. 그러나 그런 작업들은 사실 교사들에게는 매우 힘든일이다. 하나씩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많이 뺏기게 되니 고된 일이 된다. 교사에게 주어진 업무, 담임, 생활지도등 과부하가 걸릴만큼 일에 치여 산다. 교사들도 성장중심의 지도가 맞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고된 업무에 지쳐간다. 그래서 박석균교장은 2017년도에 부임한 후 가장 먼저 교사들이 하던 행정업무와 불필요한 잡무를 줄여버렸다. 그래야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충실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부장교사가 11명이 있는데 부서원이 없다. 부장 1명씩만 있다. 부장들은 경력이 꽤 있는 사람들이고 학교의 흐름을 다 알고 있기에 업무처리가 매끄럽다. 그래서 부장 이하 교사들에게는 교육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없다면 불필요한건 가능하면 하지 말라고 했다.
또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운영과의 연계가 아이의 성장을 어떻게 가져오는지 판단하고, 아니라면 과감히 없애버리는 것을 택했다. 전시성 행사나 과시성 행사는 차단해버렸다. 그러다보니 학교의 체계가 잡히고 다른 곳에서 오는 선생들이 학교에 오면 편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금 지나고 나면 왜 업무가 적은지 알게 된다.
장곡중은 전국에서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내부적으로 공개수업도 많이 한다. 공개수업 후 평가회를 하는데 주로 테크닉적인 것들을 발표한다. 그러나 장곡중은 교사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아이가 수업하면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고 그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발견되면 원인을 찾아낸다. 솔루션이 만들어지고 아이의 문제 행동에 해결의 장치가 도입된다. 이는 각 교과 선생들이 똑같이 실천하고 있다.
마을에서의 성장
아이들의 성장이 교과서 속에서만 성장하는걸까, 수업 속에서 성장하는걸까, 학교 안에서만 일어나는걸까.. 를 고민한 적이 있었다. 마을은 아이들의 삶의 터전이고 놀면서 공부하는 곳인데 마을에서 성장이 일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은 마을축제를 만들어나가게 하였다.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눈에 띄게 성장해갔다. 4월에 축제기획단을 만들면 축제가 끝날 때까지 계속 운영된다. 정형화된 곳에서 배울 수 있는건 규칙적으로 발생하는데 비정형화된 곳에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 발휘된다. 마을과의 연대는 과정중심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한다.
아이들은 축제 장소로 갯골생태공원을 택했다. 그러나 어른들은 도로에서 하자고 했다. 그 의견은 좁혀지지않아 2개월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번듯한 무대와 한 곳에서의 축제를 원했다. 그러나 어른들은 길을 막고 오가며 축제를 즐기기를 바랐다. 마을축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제해결능력은 여기에서 드러난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위해 어른들을 설득해야했다. 머리를 맞대고 갯골공원에서 축제를 치러야하는 자기논리개발에 들어가 결국은 뜻을 관철시켰다. 축제는 열렸고 갯골공원에서의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장곡마을축제는 갯골공원에서만 치러지게 되었다.
또 마을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인물들을 발굴하여 인터뷰를 하고 그것을 사람책으로 엮어 만든다든지 학교 근처 600평 정도의 땅에다 논농사를 지으며 우렁이논법을 배우고 투자한만큼의 수확이나 경제적 이익이 나지않는 농부의 고단함을 체득했다. 아이들은 논에서 넘어지고 장난치며 해방감을 맛본다. 논이라는 이름의 놀이터에서.
마을교육자치에서 자서전 쓰기를 진행한 것은 부모님의 인생을 알게 해주었고 굳이 강조하지않아도 부모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 케이스가 되었다. 회복적 생활교육에서는 잘못을 했을 경우 처벌만 강요하는 것이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정한 반성과 치유를 목적으로 둔다. 박석균교장의 방에 있는 그럴싸해 보이는 책상과 테이블, 다용도함은 목공예교실에서 아이들이 직접 만든 작품이다.
이렇듯 중학교 3년 동안 아이들이 배우고 몸에 익혔던 것들이 고등학교나 대학, 사회에 나가서 발현된다면 성공한 혁신학교의 결과물이지 않을까...? 바른 인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에 있어서 이 시기가 중요하다고 박석균교장은 강조한다.
학교의 문을 잠그면 섬이 되어버리는데 굳이 학교가 마을 속에 살면서 섬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제 학교에서만의 교육은 한계가 있다. 학교가 지식만을 가르친다면 마을의 도움이 없어도 되지만 바른 인성을 길러낸다는건 마을과의 적극적인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수업만이 목적이라면 굳이 학교에 오지않아도 인터넷강의로 충분하다. 지식만의 수업을 고집하다면 학교의 기능은 상실할 것이다. 중요한건 ‘사람’이다. 협력을 기반으로 한 교육! 그것이 중학교에서는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이번에 3학년들 졸업하면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배운게 뭐니?’ 공동체, 협력, 경청, 배려... 이런 말들이 많이 나왔다. 친구들과 함께 해낸 것들의 기억이 많았던 거다. 3년동안 고생했지만 잘 키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3년간 내재화 된 것들이 후에 꾸준히 발현될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시흥시라서 가능했다고 본다. 그리고 혁신교육지구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모든 변화의 시작!
모든 변화의 시작은 교사들이 바뀌어야 가능하다. 교실이 바뀌어야 하고, 학교가 바뀌어야한다. 그것이 전제가 되지않는다면 학교와 교육은 바뀌지 않는다. 전제에 앞선 기본 전제는 모든 개인이 행복해야한다는 것이다. 행복한 상태에서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아이들이 정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선생님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한 마음을 갖고 교실로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행복을 전달해주는 수업이 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장인 내가 먼저 선생님들을 잘 모시고 하고 싶은거 돌봐주고 지원해줘야겠다는게 내가 해야 할 소명이다.”
시작된 2020!
장곡중학교 2020년의 계획은 마을교육자치와의 원만한 협의로 하게 될 ‘진로직업탐색’이다. 마을에서 자유학년제를 지원하는데, 도입 취지가 진로직업탐색을 위한 것이다. 장곡동마을교육자치에 자유학년제 지원센터를 만들고 장곡동과 시흥에서 아이들이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것들을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한의사를 꿈꾸는 아이들 5.6명이 한의원에 가서 하루나 이틀을 온전히 근무하는 방식이다. 온전한 직업체험으로 아이들의 꿈은 적어도 확고해질 것이라 자신한다. 그리고 박석균교장은 인터뷰 말미에 질문하나 던진다. 4차산업혁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교육과 무관하지않은 4차산업혁명! 미래교육은 더욱 복잡한 구조에서 약간의 모순을 더한다.....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정왕마을이야기 > 정왕본동-YOU'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흥에 뿌린 패기와 혁신 (0) | 2020.01.30 |
---|---|
요동치는 교육 패러다임 (0) | 2020.01.30 |
올해도 바빴던 혜숙쌤은... (0) | 2020.01.27 |
쿠크다스의 멘탈- 현주쌤 (0) | 2020.01.26 |
그저 행복하기만을... (0) | 2020.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