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 않을 지식을 위해 한국 학생은 하루 15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 엘빈 토플러
2007년, 엘빈의 이 말은 평범한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 이성교사의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한국의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아이들을 잘 키우는 교사인 줄 알고 있었던 이성교사는, 교과 내용 전달만이 교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열과 성을 다했는데 망친다고하니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한국의 교육제도를 엉망이라고 하는 걸까?
무엇을 아는 교육이 아니라 어떤 상황을 맞이했을 때의 효능감, 자존감, 능동성을 가지고 알고있는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더불어 함께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는 것 까지를 우리는 역량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다가 아닌 자기주도성 지식과 기술적 측면에서 정보활용능력, 네트워크능력, 더불어함께 살아가는 민주시민으로서의 능력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 여태 우리는 지식만 잘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해왔고 또 그렇게 가르치고 배워왔다. 배우면 창의적 인간이 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래서 교육감과의 대화에서 이 고민을 함께 했다.
요동치는 교육 패러다임
구태의연한 학교 말고 혁신학교를 만들자는 제안은 고심이 되었다. 기존의 학교는 지자체와 교육청에서의 협력을 하드웨어 중심으로 하는 협력이 다반사였다. 시청이 나서서 예산을 내려 급식소나 체육관을 세워주는 것이 전부였다. 외관만 번드르하게 바뀐다고 교육이 바뀌는 것은 아닌데... 당시 김윤식 시장을 설득했다. 시흥에서 무엇을 하더라도 교육은 살아나지 않는다. 하드웨어 말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투자를 하자고 요청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잘 만들어 주겠다.” 당시 이성교장은 경기도교육청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학교교육과정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해주면 학교의 교육이 살아날 것 같다는 제안은 당시 시장의 고민과도 맞아 떨어졌다. 시흥의 가장 힘든 점이 하나는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교통이다. 교통은 서해선이 뚫리고 앞으로도 계속 해결될 문제지만 교육은 일정하게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감을 가지고 혁신교육지구사업에 뛰어들어 담당장학사 1호로서 사업을 담당하여 추진했다. 혁신학교 대상은 4개 학교를 계획했지만 15개 지자체가 응모하여 6개 학교를 뽑았다. 김윤식(전)시장과 교육 관련해서 가까이했던 사람들이 남궁경, 박현숙, 안선영등이었다. 그들은 김시장과 더불어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어떻게 하면 교육을 살릴까에 남달리 고민을 깊게 했었다. 사업은 그렇게 물꼬를 텄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반발이 많았다. 학교에서는 돈만 주면 알아서 다 할텐데 왜 협약을 맺고 이걸해라, 저건 하지말아라 그러느냐며 불만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성과가 눈에 보이니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좋은 사업이라는 것이 인정된 것이다. 그리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지역의 공교육이 바뀌는 혁신교육지구사업의 시작이었다.
시청과 교육청이 협력하면서 필요로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시청이 학교교육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청이 학교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혁신교육지구사업을 위해 학교에서는 교원들을 모아놓고 4월부터 8월까지 토론을 한다.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어떻게 지원이 되는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혁신교육지구사업을 디자인한다. 시청은 9,10월경에 예산을 통과시켜 11월말 쯤 포럼을 통해 ‘내년에 이런 사업을 한다’고 알려준다. 물론 시행착오도 거쳤다. 예전에는 2월에 학교교육과정을 짰다. 4월에 시청이 아무런 협업없이 ‘응모해라’ 라는 식이었는데 그것은 교육과정을 바꿔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그러나 지금은 11월에 컨퍼런스를 통해 알려준다. 그리고 원클릭시스템으로 학교에서는 시흥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교사가 원하는 과목을 단 한번의 클릭만으로 얻어낸다.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현저히 줄었다.
다만 초등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몇가지는 선착순으로 하다보니 부작용이 많아서 가능하면 신청한 학교 모두에게 기회를 주거나 여의치않으면 무작위 추첨을 통해 제공한다.
수 많은 부서의 사업들이 학교와 사전 협의를 하기 때문에 학교로서는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관계에서 좋은 모델이 ‘당연스럽게’ 생기지는 않는다. 좋은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자리가 잡힐 때까지 학교와 교육청, 시청은 그야말로 박터지게 싸운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다른 이해를 가지고 일하는데 협의점을 찾기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이제 10년을 하다보니 싸워도 등돌리는게 아니라 다시 만날 수 있는 신뢰가 형성되어있다.
지역사회와의 연결 그리고 플랫폼
이제는 한계가 다다랐다. 학교완결형 교육체제는 끝났다는 것! 동일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학교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자격증 있는 교사가 교과를 가르치는 시대는 끝났다고 한다. 아이들의 배움은 그 틀 안에서 배움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학생들에게 가장 유능한 선생님은 유튜브다. 현재의 교육체제의 기본 바탕은 아이들 연령이 상승함에 따라 범위와 계열을 나선형으로 확장시켜서 배움이 일어나고 있다. 어떤 학문이 있다 하면 초등은 초등수준, 중학교는 중등수준 고등학교도 마찬가지, 체계적으로 배워서 어른이 되면 스스로 공부할 것이다라는 그 당연한 신념체계가 무너져버리고 있다. 유튜브로 초등이 고등 지식을 습득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다. 고등아이들도 선생님이 아닌 스터디 그룹을 통해 배운다. 관심거리들을 만들어 인터넷에 띄우고, 수험생들끼리 만나서 배운다. 학교는 이미 권위를 상실한 것이다. 학교 교육과 평생교육을 이분화시켜서 학교 안 교육, 학교 밖 교육을 따로 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다.
안에 있는 아이들에게 밖에 있는 강사가 학교로 들어가 가르쳐야하고, 아이들이 동네에 있는 다른 시설들을 이용해서 배울 수 있어야하며, 학교 간 네트워크 연결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마을에는 서로 잘하는 다른 전공 심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다. 장곡고 학생이라 해서 장곡고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시흥고, 능곡고, 군자디과고에서도 배울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한다는 말이다. 마을 속에서의 배움은 학교교육과정에서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방법은 시즌3에서 적용된다. 서울대, 시청, 교육청이 협력해서 센터를 만들어 플랫폼을 구축하여 운영하는 계획안이 나왔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던 교육과정을 지원을 통해 위기학생이 방과후돌봄과 학부모들의 필요성장등의 문제들까지 확장한다. 그 안에 마을도 들어오고 정리가 되면 센터를 만들어서 센터가 학교와 마을을 협력하게 만들어 요구사항이나 자원을 연계시키고 무엇을 개발해낼지의 운영시스템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것이 시즌3에서 가려고하는 방향이다. 이 제안이 교육부에서 받아들여져서 ‘미래형혁신교육지구사업’으로 시흥이 선정 된 것이다.
그러나 교육청의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닐것이다. 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같이 모여서 화학적 결합을 해야 하는데 아직 물리적 결합도 못한 상태다. 다시 강조하지만,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를 완결형으로 끝내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한다. 혁신학교를 시작할 때만도 코웃음 쳤는데, 아마 시즌3도 초창기에는 저항이 있을거다. 그러나 결국 그렇게 가게 될 것이다.
지금 시흥은 지난 10년, 혁신교육지구의 역사를 그려내며 잘해왔다. 이제 다시 미래형교육자치로 시청과 교육청과 학교가 잘 협력되는 줄 알았는데 그 협력이 좀 더 한발 나아가려고 하니 멈춰서버렸다. 교장의 역할이 아니라 이제 시청과 교육청이 능동적으로 갖고 가야 할 문제로 남았다. 이젠 힘이 든다. 갈등만 늘어나 잠시 쉬고 싶다고 한다. 때로는 그런 시간들도 필요하니 잘 풀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자세히 보니 상당히 지쳐있음이 보인다.
“더디게 가더라도 서로 소통하면서 가야지, 일방적으로 끌고가면 빠르게 보이지만 후퇴하게 된다. 그래서 잠시 손을 놓고 보는거다..” 이 모델은 앞으로 시흥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가야 할 모델이라는 생각에는 한치의 흔들림이 없다.
“나는 늘 인류가 만드는 지식의 양이 전년도의 세제곱이나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업도 이제 학벌로는 채용하지 않는다. 얼마나 의지를 갖고 있고,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고, 문제 의식을 갖고 있고, 실현능력이 있느냐를 본다. 기업도 대학도 달라지고 있는데 수능만 제자리다. 모순이다. 그래서 답답하다는 것이다.”
지금 고등 아이들이 행복한가? 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교육 문제를 얘기할 때 ‘지금 행복한 아이가 미래에도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미래를 위해 지금 희생을 요구하고 강요하면 지금도 미래도 불행하다. 우리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심각한 인구감소에 서울 대기업만이 성공의 전부가 아닌데 아직까지도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내가 행복하면 자존감이 높아진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자존심만 세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기 삶을 잘 이끌어간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교육은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교육이다. -미래학자 제롬 글렌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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