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 인성교육이 필요한 이유
개인이기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내 아이만 잘 나고 내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현대사회의 트렌드 속에서 예의나 인성등은 냉정해진지 오래다.
예의가 당연했던 옛날은 실종되고 이제는 예의를 가르쳐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아이보다는 성인들에게 더 필요해 보이는 예절교육. 그리고 인성교육. 그것에 앞장 선 이가 있다. 조 랑! 이름이 예쁘면서도 특이하다. 한자로 표기하면 郞(랑)사내 랑자다. ‘고을에 으뜸이 되어라’ 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남자아이 사주를 타고 나서 지은 이름이란다. 그래서 거침이 없나보다. 단아한 한복 차림에 다도를 하는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자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활달한 모습에 의외의 모습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이름과 하는 일이 어울린 듯 어울리지않는 듯 묘한 신비감을 주는 것일까...
맨땅에 헤딩
볕 좋은 어느 날, 사내 사주를 타고 났다는 그 기개 하나로 조랑씨는 무작정 소래산 아래 소산서원으로 갔다. 그때가 2007년도.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던 맨 몸으로 문중에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찾아간 목적을 말씀드렸다. 소산서원을 아이들에게 예절교육을 시키는 교육장으로 쓰고 싶다는 간절한 요청이었다. 다행히 문중에 깨어있는 어르신이 계셔서 ‘한번 해봐’ 하고 허락해주어 소산서원과 시가 MOU를 맺고 그때부터 소산서원에서 할 수 있는 교육과 행사들을 시에서 주도했다.
소산서원에서의 전통 혼례와 성년식등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개방하고, 특히 유교적 성향을 갖고 있는 남자들이 여자들을 안으로 들이는 것도 최초였다.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행동력으로 옮겨졌고 진심으로 다가가니 하나씩 둘씩 반응들이 좋게 전해졌다. 그렇게 무언가를 해 나갈 때마다 성취감은 물론이고 ‘시흥 최초’라는 타이틀이 너무 좋았다. 다도대회도 처음 열었고 우리나라 ‘평생교육’이라는 명칭을 처음 시작한 단체라는 것에도 뿌듯함을 갖는다. 최초라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다. 왜냐하면 부딪히면 되니까!
신천동에 소재한 KACE 시흥 인문교육원 사무실에는 4명의 직원과 이사장, 그리고 12명의 강사가 시흥과 지방을 오가며 예절교육을 하고 있다. 대야동의 큰 사무실에서 이 곳 신천동의 작은 사무실로 이전하면서 겪었던 아픔은 잠시 좌절을 주기도 했지만, 다시한번 잘해보자는 결의에 마음을 모아 딛고 일어섰다고 한다.
시작에 즈음하여...
2005년도에 첫 사무실을 내고 전통문화사업의 기반을 다지기 시작한 조랑씨는 15년 전 학부모로 처음 가정이 아닌 지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학교 일을 보면서도 일종의 사명의식을 가지고 활동했다. 성격이었나보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었다. 신선했다. 가슴에 와 닿은 그 글은 당시 신일초 교장의 한가지 제안에서 지역 일에 확장되고 있던 의식에 불을 붙였다. 늦은 승진으로 교장 타이틀 단지 3년 만에 정년퇴임했던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학부모들이 나서주기를 바랐다. 학부모들을 육성해서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교육 이념에 의한 것이었다. 그것은 실천으로 옮겨졌고 조랑씨는 학부모회 총무라는 직함으로 학부모들을 모으고 자신도 참여하여 2년간의 교육을 받았다.
처음에는 워낙 활달한 성격이어서 조신하게 앉아있어야하는 자신이 영 어색하고 과연 이 교육이 맞는 길인가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천직이라고 여겨지게 되었다고 한다. 재미를 느낀 후 부터는 본격적인 공부에 들어갔다. 대학원까지 가서 전공을 하고 더불어 차도 공부했다. 유교 관련한 공부와 아이들 교육도 꾸준히 추진해나갔다.
처음에는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쳤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열정 밖에 이유를 댈 수 없을 정도로 직진이었다. 물론 교장선생님의 뜻도 있었지만 부모로서의 마음이 더 컸다. 내 아이를 잘 기르려면 내 아이의 주변 친구들도 잘 길러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교육에 임했다. 처음에는 학문에서 배운 그대로 차곡차곡 진행했다. 하지만 조금 지나서는 교육의 내용을 달리했다. 많은 것을 알려주기 보다는 마음에 들어오는 한 가지의 실천을 심어주는 것이 더 좋은 교육이라는 판단에서다.
첫 강사료 오천원!
첫 교육 후 받은 강사료는 5천원이었다. 5천원...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활동을 시작하고 3년 동안 강사료는 내 것이 아니었다. 교육자들을 필요로 하는 곳들의 열악함도 있었지만, 조금의 수입이라도 있을라치면 모두 재료비로 소진해버렸기 때문이다. 옷이나 비품, 다기세트 일체를 강사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구매하는데 정말 주머니에 들어오는 수입은 전혀 없었다. 수입이 있을 수가 없는 이유가 있다.
비영리단체라서 자산을 가지면 안되서다. 비영리단체는 사회환원하는 사업들을 하는게 목적이다. 그러나 무조건 비영리라고 희생하라는데 왜 그래야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그 세금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공적인 것들은 모두 비영리단체가 하는데, 그러면서 끊임없이 요구한다. 그럴 때마다 울분이 쌓인다. “너희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라는 말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있는 것은 ‘그래! 좋아서다!’
물질적 욕심을 부리지않고 사람과의 관계를 서글서글하게 하니 지금의 조랑이 있고 단체는 자리를 잡았다.혼자서라면 결코 못했을 일. 함께 한 사무국과 회장, 강사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될 수 있었던 일. 자생력으로 키워 온 단체임에 자부심을 갖는다.
이제는 후배양성에 주력하려 한다. 그러나 예절·인성을 너무 어려워해서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예절·인성교육은 다른 취미와 달라서 몸바쳐 일할 수 있는 것에서 보람을 찾아야지, 예쁘게 한복 입고 다니는 겉모습에서 찾으면 오래 활동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물질적인 욕심이 있거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면 권하고 싶지않은 분야다. 그래서 떠난 사람들이 많다. 또 교육에 있어서 무료 교육은 지양한다. 무료이기 때문에 고마움을 몰라서다. 비용을 지불하며 받는 교육은 마음 자세부터가 달라진다. 무료는 무책임함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간절히 배우고자 하는 옆의 사람들까지 맥빠지게 한다.
조랑선생님은 시흥을 사랑한다고 한다.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신천동이 좋아 23년을 신천동에만 머물다 이번에 은계지구로 들어갔다. 순박한 신천동 사람들.... 신도시에서 들려오는 얘기로 못사는 집 아이를 본인의 아이 반에 같이 넣지 말라고 학교 측에 요청했다는 어느 젊은 엄마의 인성을 바로 잡아주고 싶은 욕구,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과연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의 안타까움, 그런 젊은 엄마들을 위해 뭘 해야 할까를 고민한다. 후배양성의 목적과 인성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야하는 이유는 참으로 많다.
꿈을 키우는 영향력
현재 인문교육원에서는 작년 기준 시흥의 24개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정기적으로 10개 정도, 중·고등학교는 4, 5개 정도의 날에 교육을 나가고, 그 외 군포, 의왕, 광명, 김포, 원주, 홍천, 춘천등 전국으로 파견나간다. 그 외에 시흥에서의 굵직한 행사에서 차를 선보이기도 한다.
차는 불과 10년 전만해도 일반인들이 접할 수 없는 상류층들만의 문화였고, 대중화가 되어있는 지금에서야 수업이 가능해졌다. 차에도 분명 예절이 있는데 우리는 흔히 ‘다도’라고 일컫는다. 명상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는 차는, 3년차에 들어선 생금초의 경우 ‘차훈명상’을 하는데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차의 향기를 코로 들이마시는 것을 말한다. 목감기나 비염에 효과가 좋고 머리도 맑게 하는 것 외에 명상음악을 들으니 잡생각을 할 수가 없단다.
이렇듯 예절교육을 통해 꿈을 꾸는 친구가 있으니, 시흥초를 졸업하고 현재 은행고 3학년에 올라가는 친구다. 다도를 하면서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배워야겠다며 진로를 정한 케이스다. “시흥을 이끌 차세대 고전무용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전국대회에서 상도 받고 그 친구를 계기로 다른 아이들도 긍정적 자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단 한명이어도 그들이 온 정성을 다해 예절교육을 함으로서 한 아이의 꿈을 실현시켜주었다면 그것은 매우 귀한 영향력이라 할 수 있겠다.
*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사)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 YOU' 는 ‘사람’을 지역의 ‘자원’으로 발굴, 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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