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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메모/농장일기

[농장일기] 새싹알아가기

 

메리골드라는 녀석의 오지랍은 가히 대단하다. 자신의 존재를 여기저기 마구 흩뿌려댄다. 이 꽃밭도 메리골드로 가득찰 것 같다. 뿌리식물들은 그냥 조용히 물러나야겠다. 

 

 

어디에 어떤 씨앗이 숨어있는지 모르니 풀인지 꽃의 싹인지 몰라 일단 자라나는 걸 보기로 했다. 꽃이피면 놔둘것이요, 풀이면 가차없이 뽑아버리기! 씨앗을 내려 자연의 기운으로 자생하니 인간의 욕심으로 정돈하기보다 그냥 자연 그대로 두기로 했다. 어쩌면 저마다의 꽃들이 한데 섞여 질서없는 꽃밭이 될 수도 있겠다. 그래도 그 자체로 즐기기로 했다. 인간의 역할은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위해 영양관리만 해주는 것!

 

 

지인에게 얻은 금화규를 키우기 위한 밭을 일구고, 금화규 씨앗을 밭 여기저기 비어있는 공간에 뿌려댔다. 어쩌면 눈길 돌리는 곳마다 금화규가 서서 눈 마주치며 해맑게 웃어줄지도 모르겠다.  

 

 

메리골드라는 녀석도, ;천일홍이란 녀석도, 백합이란 녀석도, 더덕이란 녀석도, 해바라기라는 녀석도, 봉숭아라는 녀석도 여기 어딘가에서 자라고 또 꿈틀대고 있을 것이다. 일단 올해는 이렇게 놔두고 내년에는 또 다른 계획을 세월볼까?

 

 

지난 25일부터 2박 3일간 농장에서 지냈다. 농장은 아침, 저녁으론 불을 때야 할만큼 아직은 쌀쌀하다. 한낮은 햇빛에 피부가 벌개질만큼 따가왔다. 27일 화요일 아침은 비소식이 있어서인지 흐린하늘에 바람 또한 차가왔다. 기온이 점차 낮아진단다. 벌써부터 적응하기 힘든 날씨가 시작되는 듯하다. 올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  밭에 심어져있는 식물들도 미리 적응하면 좋겠다. 

 

 

4월 25일 일요일에 고추, 방울토마토, 쌈채소, 가지를 심었다. 아직 작물을 심을 시기가 아니라고 한다. 내년에는 5월초나 둘째주 정도에 심어야겠다. 청양고추10개, 아삭이고추5개, 가지5개, 노란색대추방울토마토10개, 빨간색대추방울토마토5개, 쑥갓6개.

 

오이와 노각은 아직 심을 시기가 아니라해서 하우스에 넣었다. 오이10개 샀다하니 모두들 혀를 내두른다...  이구동성으로 "겁나네~~"하며 혀를 내두르는데... ㅎㅎ 내가 다 따먹을거니 걱정을 하지마시라~~

 

친구가 그리운게냐- 하지만 날아가는 새는 잡지못하느니라~

 

남편과 이른 아침에 일어나 랑이 산책을 시키면서 운동을 하고, 올갱이 넣은 시레기된장국을 끓이니 참으로 맛있다. 지인이 준 양념장 한 수저가 신의한수라나 뭐라나~ 하지만 인정! 그래서 나는 그 분이 오시는 날은 그 분에게 음식 일체를 해달라고 할 작정이다. 서로 잘하는거하기!

 

 

아직 어리지만 쌈채소를 따다 사각거리는 싱싱함을 입에 넣었다.입안이 싱그럽다. 첫수확의 기쁨을 26일 화창한 월요일 아침에.. 

 

 

남편은 출근을 하고 조용한 농장, 혼자 여기저기 둘러보다 모닝커피 한잔 하는데 한가롭다.  아무 생각없이 커피한잔 마시는 것도 참 괜찮구나... 차소리만 들리지않는다면 좋으련만. 바로 앞에 도로라 24시간 오가는 차소리에 소음이 되고, 위험해서 랑이를 풀어놓지못한다. 목줄에, 또 철창(?)에 갇혀있는 랑이가 안쓰럽지만 도처가 위험밭이니 어쩔 수 없다. 자유로운영혼의 랑이지만ㅜㅜ

 

 

주말이면 참새방앗간이 되는 하우스는 북적거린다. 남편에게 주는 일주일의 보상, 토요일 저녁이기에 나는 일요일아침에 간다. 시흥에서 출발하면 차가 막히지않아 50분이면 간다. 막히지않고 쭉쭉 달리는 맛이 좋다. 농장에 도착하니 만개한 철쭉이 먼저 보인다. 액자 밖으로 삐죽 나온 철쭉꽃이 반가웠다. 입체감이 있으니 더욱 고급져보인다. 일주일 사이에 이렇게 활짝 핀 철쭉이라니.... 

 

 

함께 일하는 사장님의 부인이 줬다는데 이름을 몰랐다. 페북에 올리니 옥잠화란다. 음지식물이라는데 양지에 심어져있다.  그래도 자라는 속도가 굉장하다. 한낮에 노란색 양산을 씌어주었다. 시집 간 큰 애가 유치원때 쓰던 양산이다. 안버리고 놔두니 이렇게 쓸모가 있다. 

 

 

감나무, 체리나무, 블루베리, 두릅나무에도 추가로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두릅은 공장 근처에서 분양해오고 불루베리는 큰아주버님이 분양해주었다. 나무는 세월인 것 같다. 

 

농장에서 인두를 지지니 연기가 번져 좋은 장소가 되었다. 집에서는 냄새가 베어서...

 

 

밭에서 쪽파와 부추를 뜯어다 올갱이 넣고 부침개를 해먹었다. 혼자서... 리틀포레스트다. 김태리가 생각나는군.  그리고 또 커피한잔. 일찍 일어나 움직였더니 졸음이 쏟아진다. 낮잠 한 숨 주무셔주고...

 

 

짧고 굵은 낮잠을 자고 일어나 주변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다 꽃밭 주변에 늘어놓았다. 사진으로 보니 마음에 안든다. 주말에 가서 다시 위치를 바꿔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꽃잔디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바라본다. 잠이 덜 깼나...?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난 왜 꽃을 좋아할까? 기를지도, 꽃이름도, 꽃의 성질도 모르면서..

 

 

코스모스 싹이 올라오고 있다. 코스모스 군락이 이뤄지면 이 앞에 쭈그려 앉아 행복한 미소 지으며 있겠지? 그땐 꽃잔디는 뒷방 신세가 될 것이다. 미안하지만.. ㅎㅎ

 

 

하우스에는 어린 잎들이 자라고 있다.

상추, 수국, 옥수수, 들깨, 오이, 노각등...

 

 

더덕도 제법 타고 올라간다.

 

 

닭한마리는 죽고 현재 9마리... 6번째 기르고 있는 중인데 이번엔 들개나 들고양이들에게 절대 내어주지않겠다 다짐하고있다. 그리고 사람을 잘 따르는 병아리를 부화할 예정이다. 돌아오는 주말에 부화기를 가져다가... 유정란을 사서..

 

 

땔감 자르다 모양이 도마뱀 같다고 하나 빼놓는다. 아임 그루트라 했다. 남편은 머리없는 공룡이라했다. 암튼 기이한 모습이라 테이블에 위에 올려놓았다. 아무리 봐도 "I'm 그루트"다.

 

 

'무사 백동수' 정주행하면서 커피 한잔 내려마시고 슬슬 시흥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껌딱지가 엄마를 너무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