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임이 쎄빠졌네" 그리고 무성한 풀이 패랭이잔디를 잡아먹어버린 사진한장이 뙇! 헉! 너무 바쁜 6월인데 남편으로부터 온 카톡문자에 주일날 아침 일찍 농장으로 달려갔다. 이 자리에는 금화규, 천일홍, 별꽃, 메리골드, 패랭이잔디가 자라고 있다. 원래 메리골드밭이었던 곳인데 바닥에 넓게 깔리는 잔디꽃이 좋아 패랭이를 심었다. 그러나 결국 자생하는 메리골드에 졌다. 저 많은 풀을 감당할 자신도 없어졌다. 생각이 많아진 순간이었다.
농장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바구니다. 일광욕중? 햇볕으로 말리는 중!
배수가 잘 되지않아 감자가 썩어간다며 감자밭 반절을 미리 캤다한다. 음... 기분 탓인가.. 작년보다 맛이 좀 덜한듯한... (내가 심어야 맛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어쨌든 서로서로 나눠 가져가고.... 감자를 담으며 큰 건 감자채 해먹고 중간건 쪄먹고 작은건 조림 만들고... 중얼거리며... 쒼났다~^^
풀을 뽑으며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이 비생산적인 노가다를 계속 해야하나... 풀을 이겨내는건 차라리 메리골드라...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 국화를 심으려던 자리에 메리골드 옮겨심느라 고생해준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메리골드와 패랭이잔디의 자리를 바꾸었다. 꽃도 자기 자리가 있음을 보여준... 잘 자라고 잘 번지면 나무틀을 빼면 되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피니아 꽃 보고 "파세요~" 했단다^^ 메리골드가 만발하면 얻으려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많으니 나눌 수 있을듯! 메리골드는 자연이 주는 천연향수이기도 하다.
덩치 큰 코스모스다.
가을에 보란듯이 피면 더욱 대접받았을텐데...
그래도 이 앞에 서서 가을을 느낀다.
화장실 가는 길이 코스모스길이다.
능곡동에서 온 양귀비와 수레국화가 만발해졌다.
잘 자란다. 너무 예쁘다.
오늘의 새참은 홍어회와 묵은지다.
점심은 신랑이 좋아하는 감자수제비!
비와 바람과 해와 흙과 사람의 손길이 참으로 위대하다. 무럭무럭 자라는 작물들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앞발 걸치고 햇빛을 피해 좁은 그늘만 찾아 들어가는 랑이.
놀아주지못해서 미안해ㅠㅠ
풍요롭다.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 나눔을 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 사람들이 왁자하니 더더욱 좋다. 텃밭을 가꾸는 맛인가보다.
페퍼민트가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 카페가면 아메리카노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페퍼민트. 베란다용과 나눔용 페퍼민트 가지고 오라고 했다. 주말마다 와서 농장일 같이 하는 신랑친구에게...
길가에서 한 줌 캐다 심은 돈나물의 번식력도
어마무시하다.
상추 따는 남편, 햇빛 가려주는 껌딱지^^
간단 말 없이 깜짝쇼로 등장하니 입이 귀까지 걸렸었다는 ㅎㅎㅎ
감자를 캤으니 감자전은 필수코스다. 음식 잘하는 남편 동료의 아내가 와서 해주었다. 풀도 뽑아주었다. 몸도 재고 손맛도 좋고 성격도 좋은 언니다. 테라를 사다놓으면 야금야금 잘 마신다. 떨어지지않게 쟁여놓아야겠다. 좋아하는 막걸리에서 탈출하려나보다^^
농기구를 보관하고 잠시 쉬는 역할을 하는 농막에서 바비큐를 하고 데크확장을 했다며 이는 불법이다라는 보도가 있었다. 귀농은 물론이고 주말농장이라 할지라도 논, 밭을 가꾸는데 있어서 현실적이지 않은 규제는 고려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힘든 농사일에서 식사와 새참은 필수인데 오이따고 고추따서 씻지도 않고 먹거나 또 그것만 주구장창 먹을수는 없지않은가! 농업의 권장과 비례한 정책이 요구된다.
오늘 하루 농장일기는 코스모스로 마무리!
주차장쪽 풀은 손도 못댄채 그냥 와야했다. 손이 많이 가는 농장. 지난번에 힘들게 심었던 나무 경사면의 메리골드를 모두 뽑아버려 눈을 흘겼더니 두 남자가 쩔쩔매며 "너무 많아서...."라고 한다. 깨끗해보이긴 했지만 나의 노력이 사라져버리니 억울하긴했다. 자, 이제부터는 오이, 상추, 가지, 고추, 호박, 여주, 방울토마토 따러 가는 농장행이다. 음하하~
아! 내년부터 쌈채소는 꽃상추와 아삭이상추만 심기로 했다. 여러 종류를 심어 먹고있는데 별로다. 이렇게 하나씩 경험을 쌓으며 꽃이며 작물이며 알찬 경작을 위해 정리를 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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