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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메모/농장일기

[농장일기] 오늘의 핫이슈, 거대한 하우스 짓기

 

5월 2일과 3일.

오이모종이 이른감이 있어 하우스에 넣었는데 아직도 이른것이었던지 밭에 심으니 잎이 누렇게 떴다. 냉해인 것인가 몸살인 것인가 병든 것인가, 오이모종... 뽑고 다시 심어야하는지, 그냥 두고 봐야하는 것인지... 같이 있던 노각은 괜찮은데 어찌 너만이ㅠㅠ

 

 

닭들 잘 놀고 있나 봤더니 논에 물댔네?

 

 

일명 '더덕닭'

더덕잎 쪼아먹고 자라는 너란 녀석의 영양은 좋을 것으로...^^ 

어찌나 잘 자라던지 닭발조차 겁나 두툼하니 실하다. 

자연란을 얻게되면 자연부화 하는 것도 보고싶은데,

눈독 들이는 인간들이 많아 기약이 없을듯하단다. 이런.

 

 

한 해 농사의 시작이다.

사흘동안 받아진 논의 물이다.

 

 

꽃이 있는 주변을 돌며 아직 크지않은 풀들을 뽑고 불필요한 싹도 뽑아버렸다.

 

 

더이상 풀이 자라지않고 이대로 꽃만 크면 좋겠는데 저 흙 속에 어마무시한 풀들이 꿈틀대고 있을 생각을 하니 한숨이 푹-내쉬어진다. 그래! 해보자, 어디!

 

 

한창 풀을 뽑아대고 돌을 나르고 하니 허기가 진다. 아침을 안먹고 온 탓이다. "농장주님! 새참 없나요~?" 하니 열심히 비빔국수를 만들어준다. "새참하면 국수지!" 이러면서. 사실 좀 싱거웠다. 그래도 맛있다고 칭찬하며 먹었다. 그래야 다음에 또 해줄테니까^^ 시원한 맥주 한잔 곁들이면 새참의 완성이지 않을까 싶어 "맥주 먹을 사람, 손!" 했더니 농사일 같이 하는 친구가 손을 번쩍 든다. 맥주 한캔을 셋이서 나누어 마시고 다시 텃밭을 가꾸었다.

 

 

아직 배워야할 것도 경험할 것도 많은 농사 3년차.

농부는 전문직이다.

≪농부들을 존경해야한다.≫

 

 

밭에서만 놀면 목줄도 풀어주고 철창(?)에서도 데리고 나올텐데 이 말괄량이 랑이는 도로로, 밭으로, 논으로 마구 튀어나가고 밟고 다니고 헤집어놔서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안쓰럽다. 힘은 또 얼마나 센지... 부딪히면 아파..ㅠㅠ

 

 

시레기와 마늘등을 널어놓았던 미니하우스를 걷어내고 밭을 갈고 비닐을 씌웠다. 심을 것은 많고 땅은 부족하다.  어찌... ㅎㅎㅎ

 

 

오이 타고 올라갈 지지대와 노각 타고 올라갈 지지대를 만들었다.

뭘하든 참 스케일 크고 튼튼하게 만드는 두 남자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것들을 보며 수확의 계절이 올 때를 떠올린다. 북적거릴 사람들, 밭의 풍요로움, 자연이 주는 선물과 감동, 사람사는 세상, 자연 안에서 더욱 깊어지는 가족사랑.... (주말저녁의 술파티만 없다면 금상첨화)

 

 

남편이 차려준 점심식사는 훈제오리와 그 위에 얹은 떡국떡이다. 떡을 이렇게 먹으니 또 맛있다. 밭에서 따 온 쌈채소들이 유난히 사각거리고 싱싱하다. 

 

 

식사를 마치고 차 한잔과 함께 꽃을 바라본다. 한낮의 따가운 해를 가려주고자 양산을 씌워주었다.  수선화와 튤립 잎을 자르고 뿌리를 캐내어 보관을 해놓아야하나 어째야하나 고민은 되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자전거타기 운동도 못하고 일하랴 논밭 가꾸랴 바쁜 남편..

그런데 저 자전거들 용도는 뭘까?

 

 

이 사람들 또 뭔가 만들려나보다.

용접을 하고 길이를 맞추는데...

 

 

헐~ 집 짓는건가???

할 정도로 커다란 프레임의 정체는..

여주와 호박넝쿨을 위한 지지대란다. 높이가 무려 3m! 어이없으니 남편도 웃는다. 커다랗게 한 이유는 파이프 자르는게 힘들어서. 넝쿨 하우스라하면 아늑한 맛이 있어야하는데 아늑한 맛이 없을 것 같다며 걱정한다.

 

"아늑하게 만드는건 내가 하겠소."

 

 

옥수수를 좋아하니 올해는 더 많이 심어주었다.  시간차를 두고 오래 먹으라고 옥수수씨를 추가로 또 심었다. 신난다.

 

 

밭이 점점 좁아져간다. 높이 3m 넝쿨하우스가 만들어지면 그 안에 들어가 놀아야할까보다.

 

 

 

저녁은 두부정식으로 해결!

하루가 고되니 밥하기 싫었나보다. 내가 해도 되는데

그냥 사먹자고 한다. 나야 좋지^^

테이블에 레일이 있어 한 상 차림으로 서빙이 되어오면 그대로 테이블 위 레일을 타고 차려지는 구조다. 1인분에 15,000원! 전체적으로 맛은 심심하고 담백하다. 황태구이 빼고 나머지 음식은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두부정식인데 비지찌개가 없는게 좀 아쉬웠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추천 할 정도의 음식점은 아니고 무난한 정도의....

 

 

다음날 새벽, 이슬 머금은 꽃과 잎들을 보며 감상에 젖어있는데 부지런한 사람들의 차 소리가 부아앙~ 들려온다. 출근길 차들이 안전거리 없이 줄지어 지나간다. 공장이 많은 탓이다. 따라서 먼지도 많다. 밭일할 때 마스크를 항시 착용해야겠다. 먼지때문인지 목이 컬컬해져서..

 

 

랑이와 같이 아침산책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노부부가 산책하는 모습이 건너편 논두렁에서 보인다. "우리도 나이 먹으면 저럴까?" 했더니 "지금 예행연습하고 있잖아"한다. 서울토박이, 서울아가씨를 시골생활에 익숙해지게 조금씩조금씩 만들어가는 남편. 참으로 영리하다. 말려들어간 나다. 

 

 

올라가다 친정엄마집에 들러 드릴 쌈채소와 미나리를 캔다. 봄에 나는 모든 것들은 보약이라지. 건강한 삶을 위해 우선 우리 엄마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