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수다방 3차
2021년 6월 22일 화요일 오후1시 30분 아시아스쿨 3층
몹시 더운 날이었다. 미리 가서 기록 세팅을 하고 에어컨을 틀었다. 까만 씨가 들어있는 상큼한 아이스음료가 여러잔 들어왔다. 달달하면서 시원하다. 처음 보는 음료로 더위를 가신다. 그러나 이내 열기가 오른다. 학부모들의 진로에 대한 관심은 역시 뜨겁다. 주어진 두시간은 ‘진로’라는 주제만 담기에도 모자란 시간임이 분명해보였다.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는 아직 여유가,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슬슬 준비를,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코앞까지 닥친 진로의 고민에서 각기 다른 온도차를 보였다. 진로 문제는 부모 개개인의 교육적 마인드에 따라 달라짐을 보인다.
정왕교육자치 학부모수다방이 세 번째 시간을 가졌다. 이번 수다방은 김현숙군서고학부모회장이 진행했다. 주제는 지난주 주제별 수다의 결과에 따른 ‘진로교육’이다. 김현숙학부모가 준비해온 유인물을 들여다보며 다같이 읽어본다.
진로교육법
이 법은 학생에게 다양한 진로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변화하는 직업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최대한 실현하여 국민의 행복한 삶과 경제 사회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진로교육이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이 학생에게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바탕으로 직업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진로를 탐색·설계할 수 있도록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을 통하여 진로수업, 진로심리검사, 진로상담, 진로정보제공, 진로체험, 취업지원 등을 제공하는 활동을 말한다.
명시되어있는 내용에서 학교에서의 진로교육을 떠올린다.
진로 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 진로·진학 전문업체 커리어넷의 진로교육 보고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학생들이 평소 체험할 수 없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진로를 탐색하도록 하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꿈과 진로에 대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여기에 임의로 한 가지를 더 추가해 보자면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여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는 것 또한 현 진로 교육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다.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는 것’ 이 붙으니 공부가 된다.
현재 대다수의 2, 30대 청년들을 보면 대단한 스펙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으로 전전긍긍해한다. 그들을 보면서 현재의 진로교육이 맞는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대부분 고학력을 유지하는데 정말로 필요한 부분일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제조업이 다시 들어오고 있는 것을 보면, 막연히 생각하는 진로가 현실적인 진로의 정의와 차이가 있어보인다. 제 역량 안에서 직업적인 교육을 해주는 것이 올바르지 않을까? 온라인으로 돈을 버는 세상이다. 차원이 다른 직업군의 변화 추세에 진로교육은 제자리 걸음이다. ‘공무원밖에 없나?’라는 생각이 드는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없어지는 직업, 유망한 직업이 있다. 그 안에서 시대와 세대의 차이가 존재함을 느낀다.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먹고 사는 문제가 1순위가 되는 시점에서 건강, 환경은 이슈로 떠오르는 직업이 된다. 그러나 엄마들은 아직 따라가지 못한다.
부모시대에 맞춘 진로선택이 아닌 4차산업에 맞춘 교육에서 시대의 차이를 인정해야한다. 과거에 머물러있지 않으려면 학부모도 공부가 필요하다.
“우리 큰아이한테 들었는데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직업이 있대요. 연예인.. 연예인은 로봇이 대신할 수 없대.”
“저는 아직 초등 자녀라서 아이들 졸업하면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는 세대라고 생각하니까 현실로 전환이 안되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을 하고 있지만, 중학교에 가서 연계할 수있는건 별로 없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를 선택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일반적인 직업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가로막혀있다.
진로교육이 결국 입시교육이 되는 것이 문제다. 없어지는 직업군이 많고 앞으로 생겨날 직업이 많아진다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발견하여 그에 맞는 공부를 하게 되지 않을까?
“저학년은 꿈이 많아요. 그러나 고학년이 되면서 꿈은 점차 부모의 강요에 의해 정해져요. 엄마가 원하는 직업을 주입시키고 현실과 맞지 않다는 걸 알고 나서는 잘못 선택한 것에 대해 엄마 탓으로 돌리는 악순환이 될 수도 있어요.
”영어, 중국어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다녀도 그것이 취업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음을 경험했어요. 고등학교때까지 노는 시간도 주어지지않은 채 컸어요. 정규직이 아닌 이상 힘들 것 같아요.“
지금의 아이들은 거의 대학을 간다. 특성화고 경우에는 90% 이상이 취업을 나간다. 물론 전문대를 가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적성에 맞지 않는 대학을 엄마가 원해서 가면 힘들어한다. 직업선택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을 겪지 말고, 특성화고 가서 원하는 것을 배우고 취업을 하거나 배움이 필요하면 대학을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실은 엄마들의 욕심이 포기가 안되어 대학을 나와야 사람대우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생각은 마치 철옹성처럼 단단하다. 오히려 고등학생들이 어른보다 생각이 깊고 시선이 넓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논문에 따르면, 진로교육은 ‘급변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적용하며 위험 감수를 유연하게 대처하고 진로목적을 달성시킬 수 있는 능력인 적응유연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급변하는 노동시장’은 문제시하지 않으면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그런 환경에 적응시킴으로써 간편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노동 현실을 정당화하는 것과 다르지않다. 일자리 문제 뒤의 구체적인 맥락은 고려하지 않은 채 ‘교육’만을 통해 문제를 해소할 수는 없다.
학교에 바라는 것은 다양한 아이들이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학교와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역할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생각의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학교가기 전에는 중국어를 아예 못해도 된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현지에서 살다 온 아이들이 많은거예요. 방학 때마다 어학연수를 보냈죠. 공부 외의 활동도 많고... 자격증은 알아서 따라고 했어요. 꿈이 있으니 어쨌든 즐겁게 하는 모습에 안심이 되요. 토,일요일에는 봉사를 나가고. 고3이 되니 취업, 유학, 국내 대학등... 느끼는 바가 많았겠죠. 올라가자마자 공부를 시작하는데 스스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학부모들이 학교를 바라보면서 어떤 환상을 갖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설명회에서는 좋은 사례만 보여주니까.”
“맞아요. 학교에서의 설명은 환상적이지 않나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아이들도 즐겁게 생활하다가 녹록치 않음을 알게 됐을거예요. 한화그룹 소속 호텔관광학교라 그런지 겉멋이 들었는데.... 취업 선택까지도 아이들이 뭐라도 된 듯이 들뜨더니 열명 중에 한,두명 버티나... 취업은 이상과 현실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다시 입시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고 전공이 아닌 다른 것을 선택하는 아이들도 있더라고요. 남학생의 경우에는 군대라는 것이 있으니 마음을 쉽게 잡지 못하는 듯 해요. 기술직이라면 좀 달랐을까. 특성화고를 선택한건 잘한 것 같아요.”
“안산의 경우도 특성화고에서 방과후 수업을 다양하게 하고 있어요. 일반고도 가능하지않나? 왜 꼭 공부 관련된 것만 해야하나... 하는 불만이 있지요. 일반고로 간 아이 중에서도 진로를 정하지 못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을거예요. 자기 재능을 발견할 수 있게.. 다양한 직업 체험의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딸이 뷰티아트과예요. 병원코디네이터 자격증을 따기 위해 원서 접수를 했어요. 진로를 여러개 이어 하다 보면 적성에 맞는 걸 찾을 수도 있고... 뷰티든 병원코디네이터든 좋다고 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는 100% 외부강사가 들어간다. 그러나 강사료가 약해서 강사들이 지원을 하지않는다. 시간당 2만원이다. 반대로 아이들은 만족한다. 과목은 수학,영어,국어다. 기초적인 공부가 되지 않으면 대학을 가도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
“큰애 친구들이 자동차학교에 내신이 좋으니 대학을 갔는데 기술과 공부는 확실히 다름을 느꼈대요. 기본적인 것까지 들어가면서 시간 낭비를 해야하느냐는 아이들도 있다고 해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주 배제하면 안되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초등부터 그림을 잘 그려서 미술을 전공했는데 중,고등때까지도 그림만 그렸어요. 그래서 그런지 대학은 공부를 하러 갔거든요. 머리가 안따라주더라고요. 필요하면 공부해요.”
마을진로교육은 좋은 것 같다.
방과후 플랫폼에서 하는 것이 특기적성이다. 더 나아가서 진로교육까지 다뤄진다. 지원해주면 굳이 학교에 요구할 필요도 없다. 지역에 있는 아이들끼리도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웹툰부 경우 7명인데 진로가 정해져있어요. 웹툰이 우리가 아는 것처럼 만화그리기로 끝나는게 아니예요.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무엇보다 선생님이 아이 눈높이로 맞춰 자료를 준비해요. 10분만에 한 장이 술술 나오고 무엇보다 해맑아요. 그림을 그리면서 최신노래를 틀어주니 몸을 까딱거리며 그리는데 쉬는 시간도 아까워할 정도로 즐겁게 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그것을 우리는 원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진로교육의 포인트는 진로를 빨리 정해야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부터 창의적이고 꿈을 찾을 수 있도록 공부도 하면서 진로교육도 있어야 한다는데는 동의하는 부분이다. 아이들이 직접 직업체험을 해보고 진로를 찾는건 맞는 것 같다. 흥미를 우선 느낀다면 한발짝 더 다가서는게 된다. 교육자들은 필요한 부분을 말할 것이다.
“미술 전공자로서 딸이 그림을 그리는데 약간의 여유가 있거든요. 이미 그 길을 가 본 사람으로서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아요. 그냥 펑펑 놀라고 해요. 그림은 창의를 우선하고 기술적인건 컴퓨터가 하기때문에 갖는 여유라고 해야할까요? 공부란 인내심인 것 같아요. 중,고등까지는 놀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엄마입니다.”
“작은아이 경우 어릴 때부터 인형 옷을 갈아입히며 놀더니 지금까지 꿈이 바뀌지 않아요. 패션디자이너가 꿈인데 현재 중3이예요. 대학을 가서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어해요. 고등학교를 선택해야하는데 정작 학교는 많지 않더라고요. 보통 디자인과 나오면 의류회사에 들어간다고 하네요. 스스로 좋아서 선택한 진로이기에 본인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지요. 원하는 곳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미술도 전공하게되니 차선의 방법까지 계획을 세워놓더라고요. 작은아이 경우는 큰아이를 경험삼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여럿 열어주었어요.”
“중학교때 진로전문선생님이 와서 아이들이 견학을 간적이 있는데, 인하대 항공과였어요. 무엇을 배우고 보고 왔는지 동기부여는 확실히 된 것 같아요. 반대로 어떤 아이는 자기와는 맞지 않구나 했겠죠?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중요해요.”
“서울대를 다녀온 아이가 ‘여길 오려면 공부를 얼마나 해야할까?’라고 해요. 아빠는 ‘너가 가야할 학교야’라며 자극을 줘요.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켰지만 막상 가서 보니 좋았나봐요. 어떤식이든 자극을 받아 꿈을 갖거나 키우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현상인 것 같아요. 작은애는 희망 직업란에 대기업 회사원이라고 썼대요. 선생님이 물었겠죠?. ‘왜 하고싶어?’ 그랬더니 ‘안전빵으로 가고싶어요.’라고 답했대요. 그 아이의 꿈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아이들 진로에 대한 수다는 끝이 없다. 두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양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기록을 하는 자 입장에서 그 많은 수다를 온전히 남길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최선을 다해 필요하다 싶은 부분만 각색하여 뜻을 전달하려 노력했다.
어쨌든 학교에서 해줄 수 없는 진로교육이 방과후 플랫폼으로 지원되고 지역에서 해줄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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