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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마을교육자치회

왁자지껄 학생수다방

 

일시:2021년 6월 12일 토요일 오후 1시 30분

장소:경기꿈의학교 거점센터 아시아스쿨 1층 공유카페

 

 

참여자:장유진(송운중),노윤정(시흥중),홍승희(시화중),홍시현(함현고),김현정(인천금융고),아시아스쿨 백재은,이영희

 

 

정왕 청소년 5명이 수다를 떤다. 오랜 단짝들인듯하다. 줄곧 여학생 특유의 발랄함을 보인다. [아이품은 마을] 회원들이다. 아이품은 마을에 대해서는 인터뷰에서 다시 다루기로 한다. 수다의 주제는 진로. 그리고 자기가 무엇을 잘하는지도 생각해보았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들이니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을 것 같다. 때론 재미있게 때론 진지하게 5명의 청소년들이 풀어내는 수다.

 

 

첫 수다는 역시 활달한 유진이다. 잠깐의 대화에도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매력이 있는 유진이의 고민은?

 

 

진로에 대해서 사람들이 이제 생각할 때 되지 않았냐,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거 아니냐 하시는데... 제가 영어를 진짜 못하거든요. 하고는 싶은데 못하겠어요. 어려워요.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일상에서도 영어를 섞어서 쓰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3분만에 영어 다 외우는법 찾아보기도 했는데 다 뻥이예요! 3분만에 어떻게 외워! 팝송도 들을 땐 신나는데 공부로 연결되어지진 않아요. 따라부르기는 하지만, 교육은 필요하고...

 

엄마는 앞으로 어떻게 살거냐며 걱정하시지만, 그냥 아무 생각 안해요. 잘하는 것도 물론 있죠. 공부는 좀 그래도 남들보다 잘 하는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 기타, , 노래등을 배웠는데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거예요. 나는 도대체 잘 하는게 뭐냐.. 그런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저는 오케스트라를 하는데 선생님이 무서웠어요. 그저 버티라고만 하는 엄마와 벗어나고 싶은 나... 그렇게 3년을 더 했을거예요. 말을 해도 니 나이땐 원래 그래! 그냥 버텨! 공부해! 다 핑계야! 정신차려! 이러기만 하고... 좋아하는건 있는데 파고들지를 못했어요. ”

 

 

제가 좋아하는건 그림이예요. 칸만화를 그리고 있는데...” 품에 안고 있던 화구통을 열어 그림을 펼쳐놓는다. “잘 그리죠? 입시하고 있어요. 본격적으로 그린 건 중3 되면서부터인데 초등학교 때부터 잘 그렸어요. 처음엔 이 길이 맞나 싶었는데 하다 보니 이것밖에 답이 없다 싶은거예요. 게임 일러스트에도 관심이 가요. 고등학교도 선택했어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의 작품을 보면 격이 다르게 잘 그렸거든요. 입시때 내가 이걸 시간 안에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있어요. 떨어지면 군서고 가야지요.”

 

 

금융권에서 일하고 싶어요. 은행, 증권 둘 다 생각하고 있어요. 원래 성적이 좋아서 아무데나 갈까 해서 마이스터고 가려 했는데 거기서 1등 할 자신이 없어서 인문계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안 들고 대학가고 싶은 생각도 안 들어서... 취업을 하고 싶거든요.”

 

 

원래 꿈이 사회복지사였어요. 봉사하는 걸 좋아해서요. 중학교 때 사회 선생님이 저보고 너가 좋아하는거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계유지하는 것도 중요한데 사회복지사 하면 힘들 수도 있다, 이렇게 말씀하셔서 고민했어요. 금융 배우면서 자격증도 따고 생각보다 괜찮은거같아요.”

 

 

오케스트라와 플룻을 초등 5학년 때 학교에서 방과후로 했어요. 처음에는 피아노를 했어요. 엄마가 시켜서. 그런데 너무 하기 싫은거예요. 재능 없다는 것도 알고 대회 나가는 것도 싫었어요. 엄마가 너는 이렇게 다녔는데 이거밖에 못하냐, 이런 말도 듣기 싫었어요. 그래서 끊고 싶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다녀라 하는 도중에 오케스트라 들어오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어요. 엄마한테 말하니까 해도 된대요. 그래서 피아노도 다니고 플룻도 다녔어요. 원래 플롯은 제가 하고 싶은거였거든요. 재미있어서 계속하니 피아노는 끊었고 플롯만 하고 있었어요. 초등학교 졸업해서도 가르쳤던 오케스트라 지휘자 선생님이 오케스트라 한번 만들어서 해보지 않겠냐해서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어요. 친구들이 진로를 그거로 할거냐 물어보는데 아직은 취미로만 하려고 해요.”

 

 

학교를 어디로 가야할지 정말 고민 많았어요. 아는 것도 없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부모님한테 의견을 물어보고 싶은데 엄마는 무조건 함현고만 가라고 해요. 함현고 가면 아무 간섭 안할거니까 무조건 함현고만 가라는거예요. 그때 현정이가 특성화고 간다니까 거기도 관심 있었는데 엄마가 또 절대 안된다, 그냥 함현고 가라고만 하시는거예요. 그래서 일단 함현고를 갔어요. 고등학교 가니까 또 선택할게 많잖아요. 2학년 때 선택과목 정해야 하는데 엄마한테 물어보려니 니 알아서 해라, 알아서 잘하겠지 라고 하실 것 같아 말았어요.”

 

 

필요한 과목들 있잖아요. 그런데 전 아직 과도 안 정했단 말예요. 그런데 엄마가 만약 함현고 안가고 특성화고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할건지 자세한 계획을 세워 말해준다면 허락해준다 했었어요. 계획을 못 세워서 함현고 갔고요. 그래서 선택과목도 엄청 고민했는데 모의고사에서 한국사랑 사회랑 잘 본거예요. 국어랑 다 문과 과목이잖아요. 문과 가야겠다고 맘 먹었는데 삼촌이 헛소리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삼촌한테 진로상담 받았었거든요. 삼촌이 문과는 직업이 선생님밖에 없다면서 취업이 안되면 대학교 가는 의미가 없다고 이과를 가라고 하는거예요. 선택과목도 삼촌이랑 얘기해서 골랐어요. 전형 있잖아요. 수능 전형, 종합 전형 이런거. 1학기를 그렇게 차곡차곡 잘 쌓아야 하는데 못해서 수능 전형으로 가는게 낫겟다는 거예요. 수능 전형 필요한 과목들만 열심히 공부해라 해서 따르고 있어요, 솔직히 진로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있었는데 삼촌이랑 대화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진로 교육을 받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희 엄마는 요즘 계속 늦게 끝나셔서 도움을 청할 수도 없고 그냥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생각만 하세요. 왜냐면 제가 어렸을 때까지는 엄마가 계속 공부시키고 통제시켰거든요. 한번은 수학 점수가 엄청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냥 내버려두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엄마가 알아서 해 하고 손 뗐는데 그때 성적이 오른거예요. 그때부터 별 간섭 안하세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계열 정했냐, 어느 대학갈거냐 하니 걱정이 되긴 해요. 어딜 가야하나 지금 생각을 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긴 해요.”

 

 

어떤 글을 보게 됐어요. 오늘 명절날 잔소리를 피했다란 글인데 내용이 너 대학교 어디 들어갔냐? 란 말을 들을까봐 서울대 입시 지원 넣고 떨어졌다고 했다. 그러니까 안 혼났다였어요. 너무 멋있는거예요. ‘성적이 안 되는데 넣어봤어?’란 반응이 있을 수 있는거잖아요. 그래서 진로 보장되는 곳으로 넣으려고 했는데 오빠가 정신차려라이러는 거예요. 이쪽 주변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공부 방식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아무데나 가려고요.”

오빠 친구들이 놀러 와서 고등학교 어디 갈래? 하길래 답을 얼른 못했어요. 오빠가 쟤? 쟤를 어디를 보내야하나.. 정왕고 보내야하나, 군서고 보내야하나, 그러더니 결론은 니 가고 싶은데 가라 이러더라고요.”

 

제가 약간 막연한 자신감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데나 가도 잘 살아남을 수 있고 마케팅을 해도 다 팔 수 있을 것 같아서 자신감이 있는 것 같아요. 또래 친구들은 진로 걱정을 엄청나게 해요. 부잣집 남자 만나서 결혼하는 것 밖에 없나봐~~ 이런말도 하는데 저는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진로에 대한 고민은 초등 때부터 시작되고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 깊이를 더해간다. 어느 직업을 선택할지 결국엔 본인이 선택할 일이지만 학생들의 고민은 결코 가볍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진로 탐색에서 멘토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보였다. 발랄한 학생들의 웃음 뒤에 언뜻언뜻 보이는 진로에 대한 고민. 즐길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광범위한 말은 가슴에 와 닿지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