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아이들만 돌보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배워야 할 것들도 많고 돌봄 외에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은거예요."
2006년에 만들어진 실로암지역아동센터, 15년 세월이 건물 전체에 오롯이 베어있다.
지역아동센터가 생긴 것은 2005년에 법제화되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마을공부방 형태로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민간 기관이 아닌 교회의 여름성경학교처럼 활동하고 공부를 가르치는 소모임이 발전해서 지역아동센터로 법제화 된거라 이해하면 되겠다.
시흥시는 16개의 센터로 시작했다. 지금은 40여개 정도가 있다. 신천동에만 6개가 있다. 대야동에 2개, 정왕동은 13개가 있다. 각 동마다 두 개에서 세 개의 센터가 있다. 아동 수요에 따라 개소가 되는건데 신천동의 경우 아동수가 많고 특히 저소득가정이 많아 6개까지 생겨난 것이다.
처음에는 아동센터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다. 시작은 그랬지만 하는 일이 봉사이다보니 관심을 갖고 관련 공부를 했다. 10년을 훌쩍 넘으니 전문성이 생겼다.
아동이란,
아동이란 ‘키 작은 어른’이라고 말하고 싶다. 무조건 가르치고 이끌어야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아동도 자기 나름대로 주체성을 갖고 있으니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 봐야 한다. 아이들을 배움터라 생각하고 배움터 안에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가는 역할을 해야한다. 아이들을 ... 이렇게 해야한다 라는 것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만들어갈 수 있게 유도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면 될 것 같다.
실로암지역아동센터에서 하는 일
예산을 받아서 활용할 때 계획을 세우기는 하지만 세우기 전에 아이들에게 요구조사, 기타 수요조사 했던 것들에 만족도를 취합해서 계획하고 있다. 아동자치회의를 통해 원하는 부분을 계획서를 세우고 실행할 때 더욱 만족도가 높아진다. 이는 1년에 4회 이상 회의를 통해 안건들이 진행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실로암지역아동센터만의 특별한 부분이 있다면 아동기자단의 활동이다. 아동의 권리 관련해서 스스로 알아가고 외부 홍보를 하고 모범사례를 통해 기사화해서 센터 아동들에게 배포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많은 활동은 하지 못하고 내부적으로 모여 회의를 하며 뭘 다루고 어떻게 활동할지의 단계에만 머물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초1부터 고3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중·고등생이 되면 학업 시간이 길어지고 학원과 기타 여러 활동들이 많아지다보니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용하더라도 단시간에 그치며 그동안 배웠던 아이들의 경우 퇴소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때는 성장을 목표로 두고 중학교때는 활동의 장을 만들어주는데 성장해서 퇴소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기수를 나눠서 활동시키고 있고 기수 높은 아이들이 저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는 되물림 형태의 방법으로 운영 중입니다.” 아동기자단은 3기까지 있는데 1기는 거의 퇴소했고 2기 중학생 아이들이 남아있다.
또 인형극사업이 있다. 아이들이 스토리를 정하고 대본까지 직접 쓴다. 물론 종사자는 약간의 보정 역할만 해준다. 인형극이 무대에 오르면 아동기자단들이 촬영하고 편집하여 유튜브에 올린다. 그 아이들은 센터에서 진행한 미디어를 교육받았다. 그렇게 하나의 교육은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한다.
지역아동센터가 단순히 아이들을 맡아 공부만 조금 봐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센터에서는 아이들의 지적 수준과 정서지원까지 양질의 교육을 진행하며, 특기적성프로그램은 요일마다 하나씩, 매일 주말까지 운영한다. 학습지 또한 마찬가지다.
여기에 아이들끼리 서로 논의하고 소통하고 또래 관계 유지나 모여서 놀 수 있는 자유시간이 있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는 오후 한시에 와서 여섯시에 귀가하고, 초등고학년은 두시에서 세시 사이에 와서 여섯시에 귀가한다. 중·고생은 거의 다섯시에 와서 여덟시나 아홉시에 간다. 따라서 지역아동센터 근무자들의 출,퇴근 시간도 탄력적이다.
센터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주 업무이긴 하지만 행정적인 것이 많다. 90%가 보조금 사업인데 정산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전문지식이 있어야하는 부분이라 배워가면서 하려니 버겁다. 처음에는 회계만 잘 알면 될 것 같았다. 세무관리, 노무관리등...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아이들을 돌봐주고 보호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행정이 늘어나다보니 행정 때문에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면...
행정업무만 도맡아서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한데 29인 미만일 경우 법정종사자는 2명에 제한되어있다. 시설장과 생활복지사다. 물론 추가적으로 배치되는 인력은 있다. 사회복무요원, 아동복지교사, 돌봄도우미다. 그러나 그들이 100% 법정종사자의 역할을 할 수는 없다. 봉사로 할 때는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법제화가 되고 보조금을 받아서 운영하다보니 아이들 돌봄 반 행정 반으로 나뉘게 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조금 더 인력이 충원되면 아이들을 돌보는 주된 업무에 충실할 수 있을 것 같다고하니 이는 아이들을 위한 현실적 문제로 심각히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로 보인다.
편견은 희미해져가고...
지역아동센터하면 저소득층, 한부모가정등의 자녀들만 다닌다는 편견은 사라지고 있다. 센터의 이용은 정부24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신청할 수 있다. 예전에는 시에서 승인이 떨어져야 입소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다. 지자체 상황에 따라 퍼센트를 적용해 일반가정의 아이들도 상당수가 입소하고 있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어서 또래문화가 잘 형성되고 있다.
그래서 굳이 입소 대상을 발굴하지 않아도 된다. 돌봄 관련해서 근 2년새에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전체적으로 열어둔 효과인데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돌봄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3년차
지역아동센터는 코로나에 대처하는 매뉴얼에 따라 운영할 수 밖에 없는데 초기에는 가정돌봄이 많았다. 그러나 두 달을 넘기지 못했다. 두달 이상 가정에 있으면 부모님도 출근해야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두고 나가는게 걱정스럽다. 센터는 센터대로 가정돌봄을 하더라도 안전연락망과 안부, 식사 배달 부분까지 고생되는 일들이 속속 드러났다. 그러다 긴급돌봄체계로 바뀌게 되었다. 필요하면 신청하여 센터에서 돌봄을 받는 것이다. 처음에는 5, 6명 정도가 신청했는데 두달, 세달 지날 무렵에는 거의 8, 90%가 신청하여 대부분의 아이들이 센터에 왔다. 최근에는 4단계로 올라가면서 50%만 긴급돌봄을 해야한다. 형평에 맞게, 민원이 발생하지않도록 돌봄의 수요를 조정해야했다. 순번제를 도입하여 골고루 나올 수 있게 조치했다. 모든 아이들이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서 동등한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프로그램도 50%로 제안했다. 아이들은 참여를 원하고 있고 정부 지침은 따라야하고 어떤 방법이 좋은지 코로나 시국에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하여 적용하고 있다.
다함께돌봄, 아이누리,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아이누리, 지역아동센터의 통합은 찬성이다. 실제로 건의도 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의 이름도 바꾸면 좋겠다는 안건도 지속적으로 건의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이름을 쓸 수 없다! 라고 되어있다고 한다. 이름의 변경 건에 대해서 어디까지 허용됐느냐하면 지역아동센터라는 이름은 갖고 있되 애칭이라고 해야 할까? 만들고 싶은 이름 옆에 ‘지역아동센터’ 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들어가있는 이름이라 이름 자체를 바꾸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데... 협의회에서 어려운 점들을 요구하는 역할들을 하고 있다. 매번 의견들을 정리하고 취합해서 관계기관에 제출한다. 그러나 지속적인 외침에도 불구하고 10년이 지나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들은 여전히 제자리다. 지금은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진 형편이다. 우선 관에서는 얘기를 많이 들어주려고 하고 있다. 개선이 되고 안되고는 별개의 문제고 닫혀있던 문이 지금은 좀 열려있다고 해야 하나?
마을에서의 활동
지역아동센터가 복지체계에 들어있는 기관이니까 복지 관련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말처럼 필요하다면 많은 부분에 참여하려 하고 있다.
지금은 건강도시시민협의체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회복지협회, 주민자치회등의 유관단체를 통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임기를 다해 나온 상태다. 그렇더라도 사회복지와 연관된 활동들을 많이 하고 있다.
인상깊었던 일
“인상깊었던 일이라고 하면 최근 특히 올해 유독 아이들한테 연락이 많이 왔어요. 여기를 거쳐간 아이들 중 지금은 대학교 2학년, 3학년, 군대 간 친구, 사회생활 하고 있는 친구들... 그걸 보니까 아이들이 여기 다닐 때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또 그때 선생님들이 왜 그런 말씀을 해주셨는지 지금 와 보니 알 것 같다, 활동했던게 그립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직업이기에 운영하고 활동하는 것이지만, 전화를 받게 되면 그 당연한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성장한 후 추억이 되고 몰랐던 것들을 깨닫고, 배움을 통해 본인들을 다듬어낼 수 있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한번 더 일깨워주는 것 같아 보람이 된다.
센터장의 아이들
김득수실로암지역아동센터장은 74년생으로 슬하에 고3 아들, 중3 딸이 있다. 인천에서 살다가 출,퇴근이 힘들어 아예 이사를 해버렸다. 그때가 2008년이다. 지역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가운데 아이들이 잘 커주고 잘 하고 있어 그저 고맙다. 그러나 내면으로 보면 어느 정도 불만도 있을터. 센터가 토요일에도 운영하니 자녀 중심이 아닌 센터 중심으로 활동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엄마아빠와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불만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이 센터에 포함돼서 같이 활동하기도 한다. 소속은 되어있지만 내 자녀라고 해서 특별하게 대우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전체를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동등한 입장에서의 활동을 해야한다고 보는데, 아이들은 본인을 좀 더 생각해줬으면, 알아줬으면 하는 것 같았다. 그런 부분에서의 서운함이 있는 탓인지 가끔 얘기한다.
그러면 말한다. ‘엄마, 아빠의 사명이 이거니까 이렇게 달려온거고 그로인해 많은 도움을 받은 친구들이 있으니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라고. 그 자리에서 고개는 끄덕거리는데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모른다.
센터에서는 선생님과 아이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것이 있다. 마음을 알아주고 어루만져주는 것이다. 비록 행정에 치여 힘든 시간을 쪼개가며 운영하고 돌봄을 하지만 진심이 담긴 소통은 모든 것에 우선함을 잊지않는다.
“저는 센터가 발전해야한다, 센터가 아이들 돌봄의 중심이 되어야한다,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돌봄에 있어서는 어느 기관이든 전문성을 가지고 철저하게 아이들 성장 위주로 시행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역할을 센터에서 잘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밀어줘야하고 아니면 다함께돌봄이나 학교방과후돌봄이나 돌봄아카데미등 다른 부처에서 만든 기관들이 잘 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밀어줘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선 지역아동센터의 돌봄 전문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성장해서 나라에 도움되는 부분들이 있을테니 어디가 잘한다, 못한다, 아니면 정부에서 돌봄을 통해 밀어주는 기관이 있다 뭐 그런걸 떠나서 전문성을 높이는 노력을 정부에서 했으면 좋겠어요. 센터든 기관이든 그런 체계를 통해 통합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새로운걸 만들어서 운영하는데 새로운 사람이 하고 있는게 아니라 기존 센터나 다른 아동 관련 기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들어가서 운영하고 있거든요. 사실 다르지가 않아요. 똑같은 일들을 하고 있는거거든요. 부처만 다른거고 이름만 다른거예요. 그걸 정부차원에서 통합하기 힘들다고 하면 각 시·군·구마다 그렇게 운영되고 있는걸 연합될 수 있게 해주면 지자체에서 어쨌든 운영되고 있는 기관이 있으니까 그걸 시에서 관리하니까 관리도 같은 과에서 관리하니까 시 재량으로 연합시켜서 활동이나 앞으로의 계획 아이들에게 나가는 서비스 그런걸 개선이 아닌 일률화 시킬 수 있는, 이 기관에도 있고 저 기관에도 서비스가 있게끔 진행해준다고 하면 돌봄에 있어서 시흥시가 다른 데보다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에서도 어쩌면 시도하고 있을지도 모를 것들.. 그것들이 수면 위로 드러날 때 체계는 잡힐 것이고 복잡한 것들의 통합이 이루어지면 쪼개진 돌봄도 원활히 할 수 있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지역 안에서 아이들을 키워내고 성장시키고 있는 돌봄관계자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이 기록은 시흥시 문화예술과 문화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으며 걸뚝 제4집에 담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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