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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을 기록하다/걸뚝4집

[걸뚝4집] 달 아래 학전문학관, 우리가 읊는 시

허수아비를 무서워하지않는 참새를 쫒기 위해 만든 세수대야 북

 

거모들 가운데 주황색 지붕이 덩그러니. 혼자 뚝딱뚝딱 농막을 짓고 전시장을 짓고 축사를 짓고 놀이정원을 짓고 시를 짓고 사람을 짓는다. 사람 좋은 미소로 일행을 반기는 배학기대표는 시인이자 농부이며 우리의 편한 이웃이다. 데리고 다니며 손길 안 닿은데 없는 것들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표정과 말에 그저 행복이 묻어있다.

 

 

벼가 일렁이는 거모들 논길따라 지나가면 한번쯤은 눈에 스쳤을 학전농막이란 팻말. 배학기대표는 20년 전부터 그곳에서 시의 꿈과 꽃의 희망을 심었다고 한다.

학전농막

뜻이 뭘까? “밭은 어머니 품 속이잖아요. 학교 터가 밭이란 말이예요. 밭에 학교를 지은거지요. 그래서 밭 전(). 텃밭 위에 학교를 지었다, 이거죠. 그 밭에서 배우는 학생들한테 용기와 희망을 주는겁니다. 내 자식이나 남의 자식이나 상관하지 말고 모두가 소중한 생명이니... 식물도 생명이잖아요. 사람에게도 꿈을 주고 꽃에게도 꿈을 주고.. 대안학교로서의 역할이기도 하지요. 학전농막은 그런 곳이예요.”

 

 

심화학습장에서는 아이들에게 농막 교실에서는 성인, 시인 선생들을 가르친다. 농막교실을 거쳐간 사람들 중 신인문학상을 받은 사람들이 많은 것도 학전 분위기 탓일까.. 학전문학관이라고도 불리우는 이곳에 시인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대보름 출렁일 때 달맞이축제를 하는 날이면 시인, 그들만의 세상이 펼쳐진다. 축제에 쓰이는 비용을 사비로 내고 강의료로 충당해도 배학기대표는 그 시간을 몹시도 사랑한다. 달빛 아래 뿜어대는 술 먹은 웃음소리, 약간 허세가 들어간 시 한수, 굼뜬 몸짓의 춤 사위, 달 그림자에 비친 거뭇한 얼굴들... 달이 있어 좋고 벗이 있어 좋으니 술 한잔도 달디 달다.

 

 

여기가 좋은 것이 군자봉이 바로 보이고 주위에 들판만 있어 민폐 끼칠만한 것이 없다는거예요.” 산이 있고 벼가 익어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이 곳이 좋겠다 하여 열심히 흙을 퍼날랐던 20년 전의 그때. 20년을 메꿔놓은 농막에는 수많은 시와 수많은 돌과 사시사철 피는 꽃, 또르르 흐르는 물, 가슴을 휘감고 지나가는 바람이 있다.

 

 

누구든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배학기대표는 대신 올 때는 기대하지 말고 두 손 가벼이 오라고 한다. 염소 한 쌍과 '웅'이라는 이름을 가진 검은고양이가 사람 없을 때의 유일한 벗이지만 막걸리 한 병 들고 오는 벗을 기다리는 것도 행복의 연장이다.

 

 

*이 기록은 문화예술과 문화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으며 걸뚝 제4집에 담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