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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지역사람 이춘양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큰 피해는 없었지만 시흥에도 많은 바람과 비를 뿌렸다. 큰솔공원 안은 곳곳에 빗물이 고여 신발이 첨벙거릴 정도였다. 우산을 털고 들어간 곳은 큰솔공원 안에 있는 다어울림센터다. 한국말이 능숙한 중국 국적의 이춘양씨는 마을활동가에 의해 발굴된 지역의 자원이다. 정왕본동은 이주민이 많다. 그들과의 소통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에 목말랐던 활동가들은 이춘양씨를 반긴다.

명함을 받아드니 이력이 거창하다. 다문화융합연구소 연구원, 한국언어문화교육학회 간사, 다문화·탈북학생 멘토링 사업 튜터.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겠다.

다문화용합연구소에서는 2017년부터 인천 인하대 연구실에서, 다문화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나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야 사회 통합으로 가지고 가야할지를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공부하는 다문화 교육의 일을 했다. 주로 중국 청소년, 한 부모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연구의 결과를 2020년에 서울시청에서 컨퍼런스했는데, 한 부모 이주여성의 국적 취득 문제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한국 국적의 취득은 굉장히 어렵다. 특히 한 부모 여성이 취득(귀화)하려면 수 천만원의 자산이 있어야 하고, 일정 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이 있어야 한다. 한국어도 4급 이상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그 외 자기 나라에서 발급하는 증명서류등 복잡한 절차가 있어 현실에서 이를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가 있으면 더욱 힘들다. 그런 내용을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연구를 하고 그 내용에 대해 초대를 받아 발표를 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중국이나 일본 인들 중, 국적 취득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정규직 공무원 말고는 한국처럼 연금이나 퇴직금 같은 게 없다. 노후문제가 문제다. 외동딸만 있는 가정인 경우 부모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출국해야하는 문제에서 중국에 있는 모든 것들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한국 국적 취득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재산이나 아이들의 유학 문제를 두고 국적 취득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연구하면서 다문화인들의 한국 생활을 돕는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 시간을 내어 공부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한다.

한국언어문화교육학회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교육하는 사람들이 모여 어떤 방향으로 교육을 해야 할지 연구하는 학회로 학술대회나 국제학술대회에도 나간다. 학회에서 간사로 일하면서 연구한 결과물이나 학술지를 발간하기도 했다.

학습자에게 교육을 하는 방법은 대상별로 연구를 계속 하고 있고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방향을 정한다. 교육은 한국인이 가르칠 때와 외국인이 가르칠 때가 다른데 그것은 자신만의 노하우에 달려있으며, 이춘향씨의 경우 외국인이라 중국어가 가능하기에 중국어로 설명을 해가며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습자들의 반응도 더 적극적이다. 평일에는 직장 생활을 해야 해서 시간이 안돼 주말 밤을 이용해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재를 가지고 수업을 하고 있다. 주로 안산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시흥시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물론 자원봉사다. 이춘양씨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어를 못했는데 도움을 받았던 고마움이 있어서 받은 걸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주고 싶었다.

다문화·탈북학생 멘토링 사업 튜터는 인천에서 2년 정도 했다. 한국에 와서 적응은 물론, 친구도 없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도입국청소년들에게 대학생들을 멘토로 맺어줘서 학습지도와 놀이등으로 정서적 안정을 주었다. 일대일 매칭으로 한국 생활의 적응과 학습지도를 프로젝트로 하여 진행했다. 매칭을 통한 멘토링은 기존 안 좋은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게 되는 대학생들의 성장을 보게 했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준 것 만이 아닌 대학생들의 고정관념이나 인식개선에도 엄청난 도움이 된 것이다. 연구와 실행을 통해 축적된 그의 경험을 지역에 쏟아 내준다면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YOU’발간 의미는 더욱 보람될 것이다.

 

 

이춘향씨는 현재 파트타임으로 통·번역과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말동무와 상담, 때로는 놀이를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2013년부터 시흥에서 살고 있다는 이춘향씨는 심리상담 연구소를 차리고 싶은 꿈을 밝힌다. 주 대상은 이주민이며, 이주민의 언어를 사용하여 상담하는 곳을 아직 못 봤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언어 때문에 닫힌 마음을 쉽게 열 수 없으니 같은 위치에서 대화를 하면 마음을 쉽게 열 수 있고 공감이나 이해도 수월할거라 생각하고 있다.

상담사의 공감 영역과 내담자의 공감 영역이란 이 사람에게 내 얘기를 해도 되는지 마음을 열어도 되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에 친근감있게 다가가는게 중요하고, ·번역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면 과정에서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심리상담의 필요성을 어필한다.

공익성을 수반하는 이주민 대상 전문심리상담소의 꿈을 지역 안에서 물꼬를 틀어 일단은 더 많은 공부를 통해 준비를 하고 길을 열어갈 계획이다. 행복하게 살던 힘들게 살던 모든건 자기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말하는 이춘양씨는 어쩌면 지역이 더 원하는 인재가 아닐까?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YOU'사람을 지역의자원으로 발굴,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