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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제11화 여자라서(가칭) 장례식장을 정하고 장례치를 준비를 했다. 눈물이 날까 싶었다. 그래도 아비인지라 눈물은 났다. 살아있는동안 좋은건 없이 고통받았던 기억밖에 없던 것들을 회상하며 그것과는 다른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목을 놓아 울었다. 살려내지 못해서 미안해~ 하며 통곡은 왜 했을까?미련인가? 애증인가? 수많은 세월에 걸친 친아빠로부터의 성추행이 끔찍한 증오로 폭발한 통곡이었을까? 아니면 미우나 고우나 한 인간이 겪는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이 안쓰러웠을까? 그럿도 아니면 살아서 집에 돌아가는 것이 두려워 죽음을 바라고 죽음을 종용한 것이 못내 양심에 걸려서였을까? 복잡한 심경을 알리없는 문상객들은 딸의 통곡에 덩달아 눈시울을 적셨다. 엄마 영임은 장례 내내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고 입관도 보지 않았다. 화장터에서도 .. 더보기
제10화 여자라서(가칭) 건강이 악화돼 스스로 병원으로 가던 동만은 근 한달만에 눈을 감았다. 영임은 몸져 누워 움직일수도 없는 동만을 더 무서워했다. 병마의 고통 속에서도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해대는 동만에게 두려움마저 느꼈다. 그 느낌이 무엇인지 정희도 알았다. 정희도 느꼈다. 목 안에 넣은 호스도, 목을 절개에 꽂은 호스도, 팔에 꽂은 링거도 빼라면서 성질을 부릴 때는 이러다 털고 일어나 집으로 가게 되면 아픈 처지에 더욱 패악질을 해대겠구나 싶은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매일 밤낮으로 간호를 하던 영임은 악에 받쳐 팔을 꼬집어댔다. “그냥 곱게 죽을일이지. 병원에 와서까지 때리고 싶어 죽겠아?” 그러고는 밖으로 나와 한참을 울어댔다. 정희는 아픔의 고통에 몸서리치는 아빠 동만이 측은하면서도 이대로 다시 일어나면 해댈 패악.. 더보기
제2화 여자라서(가칭) "동서~" "동서~ 정헌이엄마~ 나 왔어. 안에 있어?' 삐걱거리는 미닫이 문을 두 번에 걸쳐 힘을 주어 여니 냉기가 훅 하고 들어왔다. 영하의 날씨인 밖보다 더 차가운 한기다. "어머나, 이게 무슨 일이야? 동서, 동서 괜찮아?" 신발을 내팽개치다시피하고 들어가 정신을 잃은 영임을 흔들어 깨운다. "세상에, 세상에! 동서! 눈 떠봐! 눈 좀 떠봐! 어머어머~ 어떡해~ 이게 무슨 일이야! 혼자 애 낳은거야?" 겹겹이 쌓은 이불 아래로 손을 넣으니 과연 얼음장처럼 차가왔다. 영임의 큰동서는 아기를 쳐다볼 새도 없이 그 길로 나가 연탄과 신문지와 성냥을 들고 와 불을 지피고 미역을 물에 불렸다. 눈에서는 연신 눈물이 고이고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곤로에 성냥불을 붙여 씻은 쌀을 앉혔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 더보기
제1화 여자라서(가칭) 칠흑같이 까만 새벽, 끼이익 노 젓는 소리가 까만 새벽을 가른다. 일정하지 않은 물 소리가 끼이익 거리는 소리에 묻힌다. 잠깐의 적막이 흐르고 둔탁한 물소리가 풍덩하고 까만 새벽을 깨운다.  "영임아~ 영임아!"열려있는 나무 대문을 지나 버선발로 달려 온 경자가 마당 한가운데에 철푸덕하고 넘어진다. 마당에 들러붙어있던 흙들이 흩어지며 뿌옇게 날아오른다.  "조심해라~" 영임이 마루로 나서며 퍼뜩 일어나 다시 달려오는 경자를 안쓰럽게 쳐다본다."야야~ 호근오빠야가~ 호근오빠야가~" "왜? 뭔데?""호근오빠야가 새벽에 죽었다안하냐~ 한강에 나룻배 끌고 가가~" 순간 머리가 띵해져왔다. 왜? 라는 의문도 생기지 않았다. 호근오빠가 죽었...다?  영임이는 유난히 날씬해보이는 전신거울 앞에 서서 이리저리 맵시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