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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제2화 여자라서(가칭) "동서~" "동서~ 정헌이엄마~ 나 왔어. 안에 있어?' 삐걱거리는 미닫이 문을 두 번에 걸쳐 힘을 주어 여니 냉기가 훅 하고 들어왔다. 영하의 날씨인 밖보다 더 차가운 한기다. "어머나, 이게 무슨 일이야? 동서, 동서 괜찮아?" 신발을 내팽개치다시피하고 들어가 정신을 잃은 영임을 흔들어 깨운다. "세상에, 세상에! 동서! 눈 떠봐! 눈 좀 떠봐! 어머어머~ 어떡해~ 이게 무슨 일이야! 혼자 애 낳은거야?" 겹겹이 쌓은 이불 아래로 손을 넣으니 과연 얼음장처럼 차가왔다. 영임의 큰동서는 아기를 쳐다볼 새도 없이 그 길로 나가 연탄과 신문지와 성냥을 들고 와 불을 지피고 미역을 물에 불렸다. 눈에서는 연신 눈물이 고이고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곤로에 성냥불을 붙여 씻은 쌀을 앉혔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 더보기
제1화 여자라서(가칭) 칠흑같이 까만 새벽, 끼이익 노 젓는 소리가 까만 새벽을 가른다. 일정하지 않은 물 소리가 끼이익 거리는 소리에 묻힌다. 잠깐의 적막이 흐르고 둔탁한 물소리가 풍덩하고 까만 새벽을 깨운다.  "영임아~ 영임아!"열려있는 나무 대문을 지나 버선발로 달려 온 경자가 마당 한가운데에 철푸덕하고 넘어진다. 마당에 들러붙어있던 흙들이 흩어지며 뿌옇게 날아오른다.  "조심해라~" 영임이 마루로 나서며 퍼뜩 일어나 다시 달려오는 경자를 안쓰럽게 쳐다본다."야야~ 호근오빠야가~ 호근오빠야가~" "왜? 뭔데?""호근오빠야가 새벽에 죽었다안하냐~ 한강에 나룻배 끌고 가가~" 순간 머리가 띵해져왔다. 왜? 라는 의문도 생기지 않았다. 호근오빠가 죽었...다?  영임이는 유난히 날씬해보이는 전신거울 앞에 서서 이리저리 맵시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