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썸네일형 리스트형 제 12화 여자라서(가칭) 교무실로 가니 담임선생님이 책상 앞 의자에 몸을 삐딱하게 하고 앉아 모나미 볼펜을 딸깍거리고 있었다. 정희는 두 손을 허리 뒤로 포개고 고개를 푹 숙였다. “너. 학교 왜 나오냐?”“.....”“등록금이 이렇게 밀려서 졸업이나 하겠냐?”그때 전 학년 담임선생님이 고개를 돌려 정희를 쳐다보았다. 정희는 한껏 부끄럽고 수치스웠다. 모든 학과 선생님 중 유일하게 정희를 감싸주던 선생님이 전 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다. “엄마를 모시고 오던지 등록금을 내던지! 어? 학교를 그만두던지! 가 봐!”정희는 뒤돌아서서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빚쟁이가 따로 없네.’ 정희는 다음날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연락도 없었다. 이딴 학교 따위. 하며 집안에 틀어박혔다. 딸이 학교에 가지 않고 허구헌날 방구석에 처박혀 있.. 더보기 제 12화 여자라서(가칭) 교무실로 가니 담임선생님이 책상 앞 의자에 몸을 삐딱하게 하고 앉아 모나미 볼펜을 딸깍거리고 있었다. 정희는 두 손을 허리 뒤로 포개고 고개를 푹 숙였다. “너. 학교 왜 나오냐?”“.....”“등록금이 이렇게 밀려서 졸업이나 하겠냐?”그때 전 학년 담임선생님이 고개를 돌려 정희를 쳐다보았다. 정희는 한껏 부끄럽고 수치스웠다. 모든 학과 선생님 중 유일하게 정희를 감싸주던 선생님이 전 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다. “엄마를 모시고 오던지 등록금을 내던지! 어? 학교를 그만두던지! 가 봐!”정희는 뒤돌아서서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빚쟁이가 따로 없네.’ 정희는 다음날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연락도 없었다. 이딴 학교 따위. 하며 집안에 틀어박혔다. 딸이 학교에 가지 않고 허구헌날 방구석에 처박혀 있.. 더보기 제11화 여자라서(가칭) 장례식장을 정하고 장례치를 준비를 했다. 눈물이 날까 싶었다. 그래도 아비인지라 눈물은 났다. 살아있는동안 좋은건 없이 고통받았던 기억밖에 없던 것들을 회상하며 그것과는 다른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목을 놓아 울었다. 살려내지 못해서 미안해~ 하며 통곡은 왜 했을까?미련인가? 애증인가? 수많은 세월에 걸친 친아빠로부터의 성추행이 끔찍한 증오로 폭발한 통곡이었을까? 아니면 미우나 고우나 한 인간이 겪는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이 안쓰러웠을까? 그럿도 아니면 살아서 집에 돌아가는 것이 두려워 죽음을 바라고 죽음을 종용한 것이 못내 양심에 걸려서였을까? 복잡한 심경을 알리없는 문상객들은 딸의 통곡에 덩달아 눈시울을 적셨다. 엄마 영임은 장례 내내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고 입관도 보지 않았다. 화장터에서도 .. 더보기 제10화 여자라서(가칭) 건강이 악화돼 스스로 병원으로 가던 동만은 근 한달만에 눈을 감았다. 영임은 몸져 누워 움직일수도 없는 동만을 더 무서워했다. 병마의 고통 속에서도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해대는 동만에게 두려움마저 느꼈다. 그 느낌이 무엇인지 정희도 알았다. 정희도 느꼈다. 목 안에 넣은 호스도, 목을 절개에 꽂은 호스도, 팔에 꽂은 링거도 빼라면서 성질을 부릴 때는 이러다 털고 일어나 집으로 가게 되면 아픈 처지에 더욱 패악질을 해대겠구나 싶은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매일 밤낮으로 간호를 하던 영임은 악에 받쳐 팔을 꼬집어댔다. “그냥 곱게 죽을일이지. 병원에 와서까지 때리고 싶어 죽겠아?” 그러고는 밖으로 나와 한참을 울어댔다. 정희는 아픔의 고통에 몸서리치는 아빠 동만이 측은하면서도 이대로 다시 일어나면 해댈 패악.. 더보기 제9화 여자라서(가칭) 얼굴로 살얼음이 날아와 박히는 듯 아려왔다. 미끄러운 발끝은 시리도록 시려웠다. 아직 동이 트지않은 짙은 어둠의 새벽은 인적하나 없었다. 간간이 살얼음 낀 도로 위를 슬슬 기어가는 차들만 움직이는 존재를 밝힐 뿐이다. 이른 새벽, 눈뜨면 고봉으로 된 밥을 찾는 남편의 아침상을 차려놓고 일을 하러 나선 영임의 고된 생활은 벌써 1년이 지나고 있었다. 남에게는 그저 좋은 한량으로, 가족에게는 한없이 가혹한 괴롭힘을 일삼아 온 동만은 급격히 나빠진 건강상태가 되어 갓 육십 넘은 나이임에도 일을 하러 나서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월세라도, 공과금이라도 내려면 영임이 일을 하러 나서야했다. 얼마되지않는 7평 월셋방마저도 쫒겨날까봐 밀린 월세를 마련하러 나서야했다. 다 늙어서 일을 하러 나서는 것을 말리지않는 .. 더보기 제2화 여자라서(가칭) "동서~" "동서~ 정헌이엄마~ 나 왔어. 안에 있어?' 삐걱거리는 미닫이 문을 두 번에 걸쳐 힘을 주어 여니 냉기가 훅 하고 들어왔다. 영하의 날씨인 밖보다 더 차가운 한기다. "어머나, 이게 무슨 일이야? 동서, 동서 괜찮아?" 신발을 내팽개치다시피하고 들어가 정신을 잃은 영임을 흔들어 깨운다. "세상에, 세상에! 동서! 눈 떠봐! 눈 좀 떠봐! 어머어머~ 어떡해~ 이게 무슨 일이야! 혼자 애 낳은거야?" 겹겹이 쌓은 이불 아래로 손을 넣으니 과연 얼음장처럼 차가왔다. 영임의 큰동서는 아기를 쳐다볼 새도 없이 그 길로 나가 연탄과 신문지와 성냥을 들고 와 불을 지피고 미역을 물에 불렸다. 눈에서는 연신 눈물이 고이고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곤로에 성냥불을 붙여 씻은 쌀을 앉혔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