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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마을이야기

시흥의 전통시장, 도일 5일장을 찾아서

                                                      

 

서울토박이가 시골스런 시흥에 들어와 개구리소리 들어가며 1시간에 1대씩 있던 버스에 발이 묶여

시흥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도 주위의 것들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더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넉넉한 요즘 여유로운 백수 된 처지로 여기저기 구석구석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니

참 재미진 곳이 많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고 작은 사물 하나까지도 관찰하며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위 사진은 전통시장에서 내가 가장 정감 느끼는 전경입니다.


 

경기도 시흥 군자동에는 3일 8일 5일장이 열립니다.

군자동주민센터 옆 좁은 골목길에 있는 이 길의 장을 나는 참 좋아합니다.

 

농사 짓는 마을 어르신들이 못생긴 농산물 들고 나와 빨간 다라이 가득 펼쳐놓고

천원어치 이천원어치 꼬깃꼬깃 바지고쟁이 속으로 들락날락거리며 흥정할때

주섬주섬 꺼먹봉다리 안엔 거친 손 가득 넉넉한 인심 듬뿍 담아넣습니다.


 

"을매나 맛있다고~" 라시며 아삭이고추 담고 담고 또 담고...

덤으로 주다 하나 떨어뜨린 고추 다시 집어 또 집어 넣어주시고 괜시리 미안해지는 제가 한마디합니다.

 "너무 많이 주시는거 아녜요?" 그랬더니 울 어르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맛있으니까 많이 갖다 묵어~"


같이 따라 간 딸내미도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한지 "저도 고추 따고 싶어요"라며 괜히 말을 건넵니다.

그 말에 어르신은 팔짝 뛰십니다.

"아서! 고추 따는게 을매나 힘들다고-


 

옆에 빨간 고무다라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둥근호박이라도 팔아드려야겠다 싶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2개 천원. 아.... 많이 사도 문젠데... 호박이 커서 우찌 다먹을까... 걱정은 되지만,

"너무 싸다아~ 조그만걸로 천원어치 주세요" 했더니

"큰걸로 골라 가. 맛있어. 볶아먹고 찌개 끓여먹고. 큰거 가져가" 하십니다.

 

도일시장은 1953년에 형성되었다고 기록되어있습니다.

 60여년... 도일의 토박이 주민인 어느 분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제강점기 때도 있었지 않았나 추정을 합니다.

 이야기의 근거로는 당시 사진에서 상투를 튼 주민이 발견되었기 때문인데요.


어쨌든 기록상에는 1953년으로 나와있는건 사실이니 시흥시의 오랜 전통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통시장은 맞지요.


얼마전에 삼미시장에 다녀왔습니다.

그 곳에선 느낄 수 없던 인심과 넉넉함이 도일시장에는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인심이었습니다.

삼미시장과 도일시장의 차이는 소박한 인심이었습니다.


더 쭈그리고 앉아서 시골의 울 시엄니와 닮아있는 아삭이고추어르신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5일후엔 그래야지..하고 다짐합니다.  믹스커피 얼음 동동 띄어 타고 가 드리면서..

 아니 아예 왕창 큰 냉마호병에 담아 가 골목길  안 울 시엄니 닮으신 어르신들께 모두 따라드려야겠습니다.


 

직접 만드셨다는 한개 2천원하는 빨래비누는 거품도 잘 나고 때도 잘 벗겨지고..

이거 쓰다 마트에서 파는 빨래비누는 성에 차지 않게 됩니다.


 

빨래비누 옆에는 앉은뱅이 의자에 불편하게 앉으신 마을 어르신들이 불편함 느끼지 않으며

가마솥뚜껑에서 지져낸 지짐이에 막걸리를 드시고 계십니다.


나는 전통시장에서의 이런 모습들이 참 좋습니다.

마트처럼의 깨끗함이나 질서는 없지만, 사람사는 냄새가 나고 삶의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

저도 막걸리 한잔 주세요~ 할 뻔 했습니다^^


 

골목을 나와 찻길을 건너갔습니다. 

참외를 무지 좋아하는 내 눈에 번쩍 뜨인 꿀참외 한봉지 만원! 양이 어마어마한~ 망설임 없이 만원을 꺼내들었습니다.

득템이란게 이런걸까요~ 사진 한장 찍으려니 우리 참외이모님,

"기왕이면 내 얼굴도 나오게 찍어주면 안되나?" 하십니다. 

참외가 참 달고 맛있습니다.

5일 후에 또 사야겠습니다. 


 

재래시장을 다니다보면 좀 출출함도 느끼고 뭔가 입이 허전하지요.

뭐니뭐니해도 시장에서의 묘미는 길거리음식이 아닐런지요.

여름호떡 하나씩 입에 물고 먹으며 허비적허비적 다녔습니다.

(호떡이모님 사진이 잘 안나왔네용~담엔 이쁘게 찍어드릴게염~^^)


 

어릴적 또는 시골 전통시장처럼의 정취는 있으나 좁은 공간에서 전통시장의 면모를 찾거나

자리를 잡기에는 많은 애로가 보였습니다.


시간에 쫒겨 스케치하듯 다니며 더 좋은 공간이 없을까 골목마다 스캔을 해봤지만 없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도일시장은 역사성은 물론이고 전통시장으로서의 모습에 매우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뒷골목에 내지는 인도에 또는 대형마트옆에 분산되어 펼쳐져 있는것을 보고 어떤 대안책이 없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콩나물을 꺼먹봉다리에 푹푹 쑤셔넣으시는 콩나물이모님의

"고마워요"하는 한마디를 위해


 

농약을 치지않으면 쪼그랑쭈그랑 못생긴 오이가 되지만 싱싱한 그 맛은 감히 따라올 자 없다는 오이이모님에게,

안심먹거리 풍부하게 저렴하게 소담스럽게 펼쳐 꼬깃한 바지고쟁이 속 천원짜리 한 장 들어가는 것에

무한 행복 느끼시는 울 어르신들을 위해, 전통시장이 사라져버리고 의미가 퇴색해져버리는 것을 막아내고

옛 전통의 시장을 되살리는 일에 적극적이어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해봅니다.  

 

전통시장의 묘미는 엿장수에 있고 장 본거 옆에 내려놓고 먹는 읍내 작은 자장면집에 있는데 그 두 가지도 더불어 아쉬웠습니다.

 다방에 잠시 다리를 쉬어 마담이 타주는 프림 듬뿍한 커피라도 만족할까....

 

찻길 인도에 나래비로 늘어서있는 장사보다 군자동주민센터 옆 좁은 골목에 있는

울 어르신들의 빨간 다라이와 꺼먹봉다리가  좋다. 갈라지고 투박한 손으로 듬뿍 얹어주는 인심이 참 좋습니다. 

그 손에 쥐어 드리는 천원짜리 한 장이 참 미안합니다.

 

그래서 그 곳에서 오랜 세월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오신 어르신들을 찾아

시흥 유일의 역사성있는 전통시장인 도일시장과 그 속에 녹아져 있는 휴먼을 찾아 여행을 떠나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