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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거리기

어쩔 수 없는 직업의식? 이젠 좀 지겹다!

아침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기분 잡친다는 전화였다. 동두천에 사는 친구가족인데,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탁 트인 갯골생태공원에서 여유롭고 한가로이 시원한 바람 맞으며 길거리공연도 보고 피아노도 쳐보고 즐기라고 해서 즐기다 왔는데 신문에 안 좋은 기사가 났다는 것이다.

“축제 관련해서 비판할 것이 있으면 해야지 뭐가 문제야?” 했더니 “전혀 설득력이 없으니까 그렇지!”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 딴지를 위한 딴지로 느껴졌다고 한다. 그럼 한껏 즐기다 온 우리의 기분을 왜 한줄 기사로 기분 잡쳐야하냐는 것이 내게 전화를 걸어 따지는 이유다.  따질 이유도 많다. 쩝이다.

기자들은 축제는 안보고 공무원들이나 의원들 뒷 꽁무니만 따라다니거나 음식부스에 뭐 걸릴거 없나 찾아다니는 하이에나냐? 라고 따지는데 왜 내가 낯간지럽지? 난 축제를 즐겼는데..... 내가 그런거 아닌데....  그래서 친구의 불만을 생각해보았다.

지역에서 어떤 행사를 하면 두 가지 부류의 시선이 존재한다.
행사를 즐기는 사람과 행사를 꼬집으려는 사람이 그것인데 기자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아르고스’처럼 100개의 눈을 가지고 끊임없이 대상을 감시하고 단순한 시선을 거두어 비판적 사고를 비평해야 한다. 정확한 팩트에 의한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내가 쓰고자하는, 내가 비판하고자 하는, 내가 듣고자 하는 것만 보고 듣고 펜을 굴린다면 그것은 딴지이지 언론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친구의 열받음이 이해가 됐다.

시흥갯골축제가 끝이 났다.
그곳에서 내가 만난 시민들의 대부분은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 걸으며 갯골이 주는 여유로움과 요란하지 않은 소공연들, 길 한가운데 서 있는 피아노 소리에 반응하는 아이들, 가정용품이 들려주는 음악소리, 무대 아래로 내려 온 비보이들의 힘찬 댄스, 갯골축제장에서 타는 나무그네, 버블쇼, 째즈음악등을 즐기며 가까운 곳에 이런 좋은 축제행사의 기회를 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너나없는 물총놀이에 흠뻑 젖어 모두가 한마음 된.. 이런 것이 바로 축제 아니겠는가... 라며 내년에도 또 한다면 참석할거라는 우렁찬 답도 했다. 거창한 무엇이 더 필요할까... 갯골, 바람, 소금, 물, 사람. 그것이 곧 축제인 것을.
묻고싶다. 생태배움, 생태유희. 생태휴식의 테마를 온전히 체험했는지를... 그러니 기레기 소리를 듣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