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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대화가있는카페/소소한이야기

히말라야 영화를 보고....

 

, 산 잘 타!” 자만이다.

산을 정복할거야!” 건방진 말이다.

 

영화 히말라야를 보면 엄홍길로 분한 황정민이 이런 말을 한다.

산은 정복하는게 아니라고. 산이 잠시 허락을 한거라고. 맞는 말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히말라야는 엄홍길과 박무택이라는 산쟁이들의 우정과 산에 대한 애정,

그리고 초모랑마휴먼원정대라는 사실을 다룬 영화로, 지나치지 않는 적절한 코믹과 휴먼,

눈물을 넣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과 눈물 그리고 뭉클함을 자아내게 했다.

 

 

아시아 최초 히말라야 16좌 등좌의 성공의 신화보다는 산쟁이들의 끊을 수 없는 산에 대한

이끌림을 심도 있게 나타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가정, 직장, 친구, 모두 소중하지만 산을 좋아하고 산에 미친 사람들은 그래도 배낭을 꾸려 산에 간다. 왜 그럴까.... 내려올거 왜 올라가느냐. 힘들게 왜 가느냐...라고 묻는다.

그러나 딱히 대답할 무엇이 없다. 그냥... 산이 거기 있으니까. 산이 좋으니까. 산 정상에 서면 기분이 좋으니까. 산을 오른다는 것은 인생의 축소판을 온 몸으로 체득하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힘들게 정상에 올랐을 때 목적을 달성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안심하거나 방심하면 안된다. 더 어려운 하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 한발 한발 뗄 때마다 신중을 기해야하며 홀로 오르든 누구와 함께 오르든 산에 가면 늘 겸손하게 나를 품어줌을 감사해야한다.

 

히말라야를 등정하는 산악인들은 8000미터 이상의 고지를 올라 완등 한 것에 큰 의미를 둔다. 그곳에서는 생과사를 함께 하는 동료애도 있겠지만, 한낱 미약한 인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도 있을 것이다. 산은 허락되는 자에게 품을 열어준다. 허락 된 자에게 깃발을 꽂는 것을 허용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쟁이들의 도전은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의미이며, 산에 올라 산에서 죽어 산에 묻혀도 좋을 만큼 산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산악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오른다.

 

필자도 이십대 초,중반을 암벽등반에 빠져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둘 만큼 미쳐있던 때가 있었다.

인수봉에 오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여기서 죽어 이 크렉 사이에 핀 이름 모를 야생화로 피어나도 좋겠다라고.

 

그리고 곳곳에 ‘00여기서 잠들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을 보면서

경건한 마음을 갖게도 된다.

루트를 개척하면서, 후배의 등반을 도와주며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도,

그래도 오르는 이유는 그저 좋아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끔 산에 오른다. 산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산은 형형색색 인간이 이룬 인위적인 풍경을 더해 오롯한 산의 위엄에

또 다른 의미의 도전을 하고 있다.

. 산 잘 타.” 산을 잘 탄다는 말은 어떤 뜻일까?

산은 잘 탈 필요가 없다.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어주기에 잠시 허락된 산의 길을 한발 한발 잘 오르면 되는 것이다. 

 

넘쳐나는 사람들, 그래서 파생되는 부작용들...

산이 분노하면 인간은 더 이상 산 가까이 갈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필자는 히말라야를 보면서 그들은 좋아하는 산에 묻혔으니 죽음의 여한은 없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다만 슬퍼하는 이들은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살아있는 자들이며, 어쩌면 산은 그들을 돌려보내고 싶지 않아 품에 영원히 안고 싶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엄홍길대장을 비롯해서 수많은 전세계의 등반가들 모두가 마찬가지겠지만, 박무택이란 산악인은 히말라야가 탐 낸 산쟁이가 아니었을까.... 가족과 휴먼원정대의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박무택이란 산악인이 히말라야를 떠나는 것에 아쉬워 휴먼원정대들을 거부한 것은 아니었을까....

히말라야에 잠든 모든 산악인들의 경의를 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