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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을 기록하다/마을을 기록하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군자면의 야화

                              


어릴 적 좁은 방 한가운데 고구마 익어가는 화롯불 바라보며 듣던 옛날이야기.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허구라 할지라도 긴긴 겨울밤,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구성진 옛날이야기는 추억으로 남는다.


장경태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군자동의 야화는 문헌의 기록과 뒤섞여 끊이지않게 이어져

정리를 하는데 애 좀 먹었다^^;;;



장경태할아버지는 다짜고짜 우리를 포동으로 데리고 가셨다.

한쪽 켠에 대충 차를 세워놓으며 손으로 가리킨 곳을 보라고 하신다.

저기 보이는 군자봉을 봐봐. 어떻게 생겼어? 남자 거시기처럼 생기지 않았어?”


"?????? ^^;;;;;;"



군자봉은 199m이다. 그런데 석자세치가 깍였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았다.

유씨 집안에 종이 있었는데 뭘 잘못했나봐. 그래서 멍석말이를 해서 때려죽였대.

그런데 그 아들이 아버지가 처참하게 죽은 것을 보고 원수를 갚아야겠다 하고 절에 들어가서 도를 닦았다네?

삿갓을 쓰고 다시 그 집으로 갔는데 도사가 왔으니까... 우리 집이 어떻게 하면 잘 되겠냐 물었겠지?

그랬더니 그 아들이 군자봉을 석자세치 잘라라 그리하면 당신 집안이 잘 되거다 해서 잘랐다는거야.

어떻게 됐냐고? 인조반정 때 그 집안이 모두 처형되어 망해버렸지.”



군자봉을 중심으로 세 명의 부원군이 살았는데부원군에게 임금이 내리는 영지가 있었다.

그 영지를 군자봉을 중심으로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문양부원군 유자신(광해군의 비인 유씨부인의 아버지), 서평부원군 한준겸(인조의 정비인 인렬왕후의 아버지),

신풍부원군 장유(효종임금의 비인 인선왕후의 아버지)가 그들이다.


"군자봉을 중심으로 부원군이 셋이 있었다는 사실과 동서로 삼각형 모양으로

동쪽으로는 문양부원군, 서쪽으로는 서평부원군, 북쪽으로는 신풍부원군이 있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로 큰 거지."


"그리고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데

군자봉 주변에 태어난 여자들은 대가 세다고 해서 타지로 시집 보내려고 하면 받아주질 않았다고 해."


신라 때부터 있어왔던 느티나무 때문인지 불 타 없어졌지만 사당이 있었다는 것 만 보더라도

예부터 영험한 산이라 불리운 건 사실인 것 같다.



"인선왕후가 안골마을(지금의 장곡동 동양아파트자리)에 태어나 12살에 소현세자의 비로 간택이 될 때 가마가 왔는데 안보였어.

래서 어디로 갔나 알아보니 갯가로 갔다고 해.  그리로 가니까

갯바닥에서 게를 잡고 있는거야. 그때 게를 잡고 있는 인선왕후에게 서광이 비쳤다는거지. 물론 전설이야."




지금의 응곡중학교 앞 일대가 다 진살미였다. 그 사이에 수방천이라고 있었다.

안골마을과 매꼴마을 사람들은 모두 노루우물(장곡동 삼성아파트 뒤)에서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고,

김장도 하고 했는데 어느 날은 여자가 우물에 빠져 자살해서 건져낸 적도 있다.


노루우물만큼 샘이 많이 솟아난 곳이 찬우물이라고 정왕동과 월곶동 가는 사거리 근방에도 있었다.

예전엔 장상리 장하리 월서리 월동리 정왕동 이 일대의 해안이 마치 말모가지처럼 생겨서 마유면이라 했다


"지금 쓰고있는 마유로라는 길 이름은 참 잘 쓴거야. "



장곡동에 아파트가 개발되면서 없어진 봉바위라고 있었다.

지금의 삼환아파트 옆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었는데, 이걸 흔들면 바람이 난다는 전설이 있다.


"어느 날 과수댁이 애를 낳았는데 큰애가 강씨이고 작은애가 이씨라고 해.

물론 이것도 전해져오는 이야기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그런가 삼환아파트에는 유독 3형제가 많다.)


"소래산? 소래산은 정상이 인천이야.

인천, 부천, 시흥으로 자락이 걸쳐져있어 주소가 세개지.

그런데 정상이 인천이니 온전한 시흥의 산이라고 할 수 없는거아냐?

군자봉은 그래서 역사성이 있는 산이라고 할 수 있는거고."

봐. 산이 한양으로 향해 있어야 하는데 서쪽으로 향해 있잖아. 저게 뭘 의미하는거겠어?"


*소래산은 299.4m. 6m가 부족해 지도에 올라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산이다.


소래산(정상주소지:65번지 일대 정상석 주변 반경 100m)

인천광역시 남동구 장수동과

시흥시 대야동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서쪽으로 인천대공원이 있는 관모산을 마주보고 있다.

(지역의 토박이 어르신들은 소래산이 한양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데

서쪽을 향해 보고있다 하여 역적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행정동과 법정동으로 볼 때 소래산의 정확한 위치는 인천 남동구 장수동 산 65번지이다.

단지 소래산 산림욕장이라고 소래산 극히 일부만 시흥시 대야동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