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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문화

주거니받거니 인정으로 담아지는 작은 시장통의 큰 인생


시장에 가면 먹거리가 있고 볼거리가 있고 살거리가 있다. 그리고 사람이 있다.



물건을 파는 사람, 사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시장은 늘 활력이 넘친다.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시장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치열하게 살아 움직이는 그 속에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희로애락이 작은 인생의 집합체가 된다. 시장이 형성되면 많은 이들의 발길이 머물러간다.



신천동 삼미시장 안의 반절짜리 아케이드를 기준으로 두 개의 얼굴이 보여진다.


아케이드 안의 사람들과 아케이드 밖의 사람들로 구분되어지는 두 개의 얼굴은 나름의 색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둔다.

느릿한 쉬어감을 보여주는 아케이드 안의 풍경과 복작대며 빠른 발걸음 지나치게 하는 아케이드 밖의 풍경은 빠름과 느림의 상반된 이미지를 무의식적으로 보여준다.

삼미시장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총각네 과일가게는 떠들썩한 목소리만큼이나 깜짝스런 이벤트로 손님의 주머니를 열게 하고


경기도전통시장 명품점포로 인증 받은 거창왕족발집은 맵지만 기막힌 맛으로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는다삼미시장의 오랜 명물이 된 밀떡볶이는 여전한 주민사랑으로 삼미시장 안에서 가장 활발한 먹거리촌의 필수코스임을 과시한다.



한편, 중국 어선들의 교묘한 불법조업행위에 눈물을 품어야만 하는 오이도포구 상인들은, 한창인 펄낙지의 채취 중단으로 9월까지는 잡을 수 없어 울상이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빨간 고무통 안의 꿈틀거리는 펄낙지를 시원스럽게 건져내어 즉석에서 싹둑 잘라 손님상에 내어놓는다.



날것으로 초고추장에 찍어 오래도록 곱씹어먹는 맛은 일품이다.



이 날 펄낙지를 찾아 이리기웃 저리기웃하는 관광객들이나 시민들은 허름한 천막 안에서 소주한잔과 함께 펄낙지의 고소한 맛을 음미했다. 짠내나는 바다의 향기가 담긴 펄낙지를 질겅거리며 나누는 투박한 어부들과의 대화가 소담스럽다.


그런가하면 비록 슬럼화의 정체된 골목이 되어 화려했던 과거 도일재래시장의 기억만을 간직하고 있는 도일시장 상인들은,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유지 속에 지켜져 가고 있는 시장의 모습에는 가장 강력한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시장안 사람들의 인정이다.

허름한 도일시장 낮은 의자에 걸터앉은 할머니는 국수 하나 빨리! 배고파 죽겄어!”하신다. 십수년 전부터 단골이라던 할머니들은 하중동에 살고 있으며 두 달에 한 번씩 도일시장으로 파마를 하러 온다고 한다.

일찌감치 서둘러 61번 버스를 타고 도일시장에 내려 머리를 하고 나면 허기진 배를 국수 한 그릇에 달래가며 허겁지겁 드신다. 예전의 엄청 크고 대단했던 도일시장으로 기억하는 두 분의 할머니는 옆자리에 앉은 마을 주민들과 한마디씩 덕담 주고받더니 이내 일행이 되어버린다.

손님이 시킨 안주는 나의 안주가 되고 옥수수로 만든 막걸리 한잔은 주거니 받거니 인정이 담긴 한잔 술이 된다. 해가 넘어가면서 몰려드는 사람들은 한웅큼 담아지는 에 기분이 좋아져 시장사람들 속에 머무르는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시장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을사람들은 시장 안으로 들어가 베풀고 나누는 마음을 공유한다.

그리고 보존과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변화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화려했던 도일시장의 재생을 꿈꾸고 준비하는 도일시장 사람들. 시장사람들의 웃음은 인생 뭐 있어? 그냥저냥 사는거지하는 삶에서 베어나오는 여유로움을 묻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