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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정왕본동에 심은 희망-이석현 정왕본동행정복지센터 동장


고향인 백령도에서 육지로 올라와 학교를 다니며 처음 정착한 곳이 인천. 21살부터 시작한 공무원 생활은 벌써 35년이 되었다. 시흥시 매화동사무소에 첫 발령이 나면서 시청 세무과, 목감동, 건설과, 사회진흥과(지금의 주민자치과)..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2010년 정왕3동장으로 16개월을 근무하고 지금은 정왕본동행복학습센터 동장으로 7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냉랭했던 정왕본동의 첫 느낌

정왕본동으로 내려오면서 정왕본동은 열악한 동네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정말 그러했다.

분위기는 냉랭했다. 취약계층이 많다보니까 사람 간에 정을 나누는 것이 없어보였다. 관심조차도 없었다. 직원들부터도 그러했다. 쉴새없는 민원으로 힘든 것도 한 몫 하는듯했다. 다문화인들은 물론이고 어려운 주민들이 많으니 단합이 되지 않아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마을리더들에게 필요한 건 학습

정왕본동은 자원도 부족하고 무언가를 해도 티가 잘 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생색을 낼 수가 없다.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무언가가 있어야하는데, 단체 간의 경계가 있어 쉽지 않았다. 주민자치위원회건 청소년지도협의회건 통장협의회건... 각자의 분야에서만 활동 할 뿐 서로 간에 협력, 협업이 서툴렀다. 어떻게 함께 하게 할 것인가? 그것을 우선 허무는 작업을 해야 했다. 지역의 활동가들이 마음을 합치지 않으면 마을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답은 교육에 있다는 결론을 냈다. 지역공동체교육 즉, 마을리더양성과정이 대표적인 예인데 평생학습마을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동주민센터가 거점이 되어 정왕본동 3개의 마을에 프로그램이 운영되게끔 했다. 주민센터에서 한 축을 맡아 시와 함께 공모신청을 하여 협의체를 꾸려 학습을 시작했다.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마을의 리더들은 2주에 한 번씩 회의를 통해서 평생학습마을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의논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주민들은 생계가 우선이다 보니 교육받으러 오는 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없었다. 그래서 대상을 정왕동 전체로 확대시켰다. 정왕본동의 자원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마을리더들이 본동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동아리를 결성하여 뭔가를 해주었으면 했다.

 

비록 그들이 본동이 아닌 다른 동에 살고 있지만, 정왕본동에 와서 활동할 수 있게 기회와 자리를 마련해주는 취지를 담고 있다. 또한 각자 본인들이 살고 있는 동에 가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오픈 된 마음도 있다. 그것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정왕본동에 가면 배울거리가 있다는 소문이다. 그들은 교육의 중요성과 유익함을 알고 연대하여 축제학교를 제안했다. 6차시의 교육이 진행 중이며 이의 결과물은 내년도 사업에 본격 투입될 예정이다.

 

마을 리더들이나 활동가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학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을에서 활동하는 유관단체들은 단지 봉사를 위한 봉사가 아닌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봉사를 할 것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기왕이면 의미 있는 또는 전문적인 활동으로 지역 안에 들어간다면 좋지 않은가. 그래서 통장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 회의를 할 때 회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교육의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마을리더양성과정에서의 인문학강의를 풀타임으로 진행 한 적도 있었다. 익숙치않은 이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낯선 교육내용들이 귀에 잘 들어가지 않으니 더 큰 고역일 수도 있다. 그러나 회 차를 거듭할수록 귀가 트이고 소중한 시간을 낸 만큼 보람으로 남아 그것은 그대로 그들의 지적재산이 되었다.

 

처음에는 힘들어하던 이들도 이제는 교육의 수준정도에 만족해하고 또 지속성을 가져야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교육 받은 것을 토대로 현장에 적용한다면 지역과 의식수준이 그들로 인해 상당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마을만들기와 지역의 여러 현안 문제, 동네관리소를 통한 공구임대와 프로그램 운영, 복지분야까지 복합적인 분야별 사업들이 동시다발로 벌어지고 있는 정왕본동은 관 주도가 아닌 주민 주도적 사업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의 장기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복합적인 복지문화는 맞손마을관리소와 마을활동가들이 주도적으로 하기를 바란다. 2018년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마을소식지, 지도 들고 떠나는 여행, 청소년과 함께 하는 청소년 끼 페스티벌 클래식여행등을 구상하고 있다. 아울러 축제학교 과정을 통해 축제기획자를 양성하여 정왕본동만의 특색 있는 지역 축제도 기획중이다. 이미 군자동이나 장곡동, 정왕2동은 하고 있다.

    


가장 잘한 일-청년활력공간-동네바보 배워

정왕본동은 맞벌이가 많다. 그렇다보니 사람의 움직임이 없다. 고민 끝에 청년들을 오게 했다. 그들에게 동 청사를 개방해주었다. 동네 활력공간이라는 이름으로 개방 된 청사 2층은 동네바보 배워’(동네를 바라다보는 모임)을 통해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교감해나갔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변하기 시작했다. 지역에 대해 알게 하고 학습여행을 다녀오며 사례발표도 하고 배워을 통해 학습할 수 있게 멘토 역할을 한다. 학습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으로 자기네들을 알아준다는 것에 아이들은 마음의 문을 열어 지금은 스스로 찾아온다. 아이들은 꿈이 있다.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이해를 대화를 통해 스스로 구하게 하는 것이 청년들의 몫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니?" "그럼 이걸 해야 하는데?“ 하면 아이들은 "그럼 공부를 해야 하네?"하며 자연스럽게 공부를 찾아서 하는 계기가 형성된다. 청년들을 끌어들인건 가장 잘한 일이 되었다. 이 사례는 비단 정왕본동 뿐이 아닌 열악한 다른 지역에도 확장하면 좋을 것 같다. 이에 시에서도 더 확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동청사에서는 동네바보들에게 야간 개방을 허락해주었다. 공무원에게 남게 할 수는 없었다. 학습매니저에게 키를 주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동장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담스러운 책임 뒤에 얻어내어지는 결과물이 더 크기에 개의치 않았다. 맘대로 뛰어놀고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 없던 아이들에게 활력공간은 최고의 장소가 되었다. 아이들의 마음이 열렸으니 이보다 더한 뿌듯함이 있을까...

    


먼저 마음을 여는 정왕본동행정복지센터

관공서가 먼저 주민에게 다가가니 어려운 문제가 해결되더라교감이라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학습을 통한 교육효과들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니 단시간의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장기적 인내를 가져야한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 효과보다는 근본이 되는 마음의 열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억지가 아닌 자연스런 접근, 모든 일의 행함에 있어 눈높이에 맞춘 사업과 대화는 시도하는 대로 효과를 보이고 있다.

 

다문화인들의 경우 문화가 다르다보니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 ‘더불어함께할 수 있는 문화행사나 학습을 통해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고 같이 지역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차별을 없앨 수 있다. 지역민으로서 다문화인들도 지역공동체의 한 축을 담당해야한다. 한국에 들어올 때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학습을 하고 오면 좋을 것 같다. 지역에 머물면서 지켜야 할 기본적은 규범은 교육을 통해 지켜져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만 생각한다면 지역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문화라는 것은 한 번에 바뀌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다. 원룸이 많다보니 산재한 문제점들이 많다. 쓰레기종량제라든가 재활용 분리 배출등은 교육을 통해서 얼마든지 계도가 가능한 부분이다. 빈번한 이동은 쓰레기 좀 버리면 어때?’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결국 외국인들도 정왕본동이라는 마을에 사는 한, 정왕본동 주민이다. 그것을 지역의 단체나 활동가들이 그들과의 네트워크나 정보교류를 통해 학습을 시켜주어야 한다. 이를 게을리하는 한 본동의 슬럼화는 지속될 것이다.


    

정왕본동의 변화는 이석현이라는 바람을 타고..

동 청사 뒤의 작은 동산이 생태놀이터로 바뀌게 된다. 주민들과 아이들의 자연학습체험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별공원, 걷고싶은거리, 보도블럭 정비공사등 지역의 크고 작은 부분들을 골목자치사업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침체된 지역이 조금씩 변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의 기대감이 점점 상승되고 있다.

 

동장이 되고 나서 첫 사업으로 주민참여예산사업의 밝은 동네거리를 만들었다. 정왕역 주변 벤치를 새로 교체하고 보도블록을 깔았으며, 안내판을 깨끗하게 설치했다. 걷고싶은거리를 만들어 걸을 때마다 낭만의 걸음이 되게 했다. 지저분했던 쓰레기는 사라졌다. 얼키고 설켜 방치되어있던 자전거들도 많이 사라졌다.

 

7개월 전과 후의 변화된 모습

지역유지나 활동가들을 교육하면서 뭔가 해나가고 있구나하는 걸 체감한다. 그들로 인해 좀 더 나은 본동이 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지역의 공동체는 바뀌어야한다. 그들도 뛰어난 마을활동가이며 마을의 리더들이다. 교육을 통한 전문적인 봉사의 개념, 마을의 문제를 깊이있게 볼 수 있는 관점, 성숙한 모든 인식의 가치는 교육을 통해서 달라진다는 것을 믿는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하는 학습은 멋진 일이다. 지역을 변화시키기 위해 청년들을 오게 하여 지역에 열정을 불어넣는 것, 움직이는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것, 이 모든 것을 맞손동네관리소와 함께 하는 것. 이것이 이석현동장이 추구하는 주요 포인트이다.

 

스토리로 남겨지는 흔적...

공공기관과 주민이 만드는 지역스토리가 진정한 분권의 시작 아니겠는가. 지방자치의 활성화는 공무원부터 모든 걸 내려놓고 주민에게 마음을 열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정왕본동은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의 토대, 흔적이 있으니 맞물려서 하게 되면 충분히 본동만의 특성에 맞게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아있는 공무원생활 5. 그 기간 동안 이석현동장은 최선을 다해서 지역 안에서 흔적을 남기고자 한다. 훗날 이석현이라는 동장이 있을 때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평이 흔적으로 남게 된다면 그것으로 좋다. 어려운 현실의 매듭은 풀면 된다. 정왕본동이 꾸는 꿈, 정왕본동의 희망을 심고 싶다. 나 이석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