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은 추워도 주민들이 들락하는 교육장은 따뜻해야하다며 온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그 온기보다 더 따스한 시선으로 정왕본동을 바라보며 품는다. 이혜경씨는 정왕본동 맞손마을관리소 간사다. 커다란 눈망울처럼 맑은 목소리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혜경씨는 월곶동주민이다. 월곶동 주민이 정왕본동에 들어왔을 때의 낯선 환경은 두려움이었다. ‘마을에 대해 잘 모르는데 할 수 있을까?’하는 약한 마음이 들었다. 일하면서 배우면 된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배워도배워도 끝이 없는 것이 마을관리소 일임을 실감했다.
“괜찮아, 어렵지않아, 충분히 할 수 있어! 했던 말들에 낚인거였어요”하며 깔깔거리는 이혜경간사.
싫지 않은 웃음이다. 공모사업 준비부터 맞손마을관리소를 짓고 근무하기까지의 시간을 보내니 아침 9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출,퇴근하는 맞손마을관리소 지킴이가 되어있었다. 5월 31일에 개소하여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 된 맞손마을관리소, 그 안에서 이혜경씨는 주민들과 어떤 색깔로 소통하고 있을까?
늘 희망의 노란색이고 싶었던 이혜경간사는 밖에 나가고 싶지 않다.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도와줄 수 없는 부분이면 속이 상하고, 도와주려 하면 사업이 되기 때문에 마음과 따로 노는 현실이 야속하다. 공원에 혼자 앉아계시는 어르신들은 마음을 잘 열지 않는다. 그저 웃기만 하거나 대답만 하고는 마을관리소까지 오지 않는다. 그러다 우연히 지나는 길에 물 마셔도 되느냐고 물어오면 그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그 반가움에 어르신의 손을 덥썩 잡고 안으로 모신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고 다음에도 언제든지 오시라 재차 말씀 드린다.
배움과 소통의 공간
본동이라 하면 이주민단지를 먼저 떠올리고 그 다음은 부정적 이미지다. 그러나 실상 들여다보면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하다.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 다문화 아이들, 모두 맑다. 평범하다. 아이는, 아이다. 오히려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 현재 맞손마을관리소에 14명 정도의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기위해 찾아온다. 환경캠페인을 컨셉으로 꽃도 그리고 부채에 그림을 그리며 자기만의 색으로 옷에 그림을 그린다. 과정에서 그림에 소질 있는 아이들도 보인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자랑도 하며 친해진다.
마을관리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참 좋은 프로그램들이다. 그래서 주민들이 많이 이용 했으면 한다. 그러나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이기에 시간 내서 오기가 힘들다.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힘든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어 배우러 오는 주민들이 있다. 프로그램의 성격상 인원제한을 두고자 하였으나 단 한 사람이만이어도 수업을 진행한다. 왜냐하면 주민과의 약속이기도 하지만 주민의 입장에서는 시간 자체가 큰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좋다. 한, 두 사람이어도 수업하면서 지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코디입장에서는 좋다. 강사는 모두 외부강사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본동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맞손마을관리소는 바쁘다.
맞손마을관리소가 하는 일은 많다. 간단집수리, 무료공구임대는 기본이고, 맞손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정왕본동 마을관리소만의 차별화다. 냅킨공예, 목공공예,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성인문해교실등의 운영, 성인문해교실은 다문화인들이나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공동체사업으로 소식지를 만들어낸다. 분야별로 관심 있는 활동가들이 직접 발굴해낸 소식은 한 달에 한번 월간지로 발간된다. 소식지는 동센터와 부동산협의회 도움으로 7군데의 게시대에 배포된다. 그러나 문제점은 있다. 다문화인들 상당수가 한글을 모르기에 소식지를 볼 수 가 없는 것이다. 이에 중국어 통.번역이 가능한 교포를 섭외하여 맡겨볼 생각도 갖고 있다. 이렇게 연결해 나가는 지역 인적 네트워크는 정왕본동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맞손마을관리소, 뜻은 뭘까? ‘손을 서로 맞잡고 가자’는 뜻이라고 한다. 주민과 관리소가 같이 협력하여 손을 맞잡고 ‘더불어함께 공동체로 가보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약 50여건의 간단집수리와 공구무료임대를 했는데, 아직 홍보 부족으로 더 많은 가정에 도움의 손길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집집마다의 대면홍보와 정왕본동행정복지센터 ‘찾아가는 복지’팀과의 동행과 동시에 소통의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우체통 설치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도움을 받을 사람 모두가 이용 할 수 있는 소통우체국이다.
맞손마을관리소는 군서마을, 오동마을, 큰솔마을에서 활동하는 평생학습사 선생들의 거점 지역이기도 하다. 그들은 나름의 프로그램으로 마을로 들어가 찾아가는 교육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푸른지역아동센터, 푸르지오아파트 도서관, 맞손관리소가 그들의 주무대다.
맞손마을관리소 간사로 산다는 것은...
혼자 모든 걸 해야 하는 것이 힘들다.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이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나와서 활동을 하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 다른 지역 활동가들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내 지역 주민이 주인의식이나 책임의식이 있는 건 당연하거다.
직접 살고 있는 주민이 골목을 더 잘 안다는 것은 살면서 느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내 동네에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에피소드
보청기를 착용하는 어느 할머니 집에 간단집수리를 하러 갔는데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러나 문을 두드릴 수 없었다.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심코 문을 밀었는데 열렸다. 귀가 들리지 않으니 열어놓은 것이다. ‘언제부터 열어놓고 기다리셨을까.....’ 생각하니 뭉클거려왔다. 할머니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법적으로 손자가 보호자로 되어있었다. 할머니가 소리를 듣지 못하니 무슨 일이 생기기전에 보조인력 지원이 필요할 것 같았다. 지원을 위해서는 법적 요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손자가 싸인을 하지 않는다. 그 부분이 마음이 아프다. 할머니를 위해 싸인을 하면 법적보호자 포기각서를 써야 하는데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그러나 손자가 포기각서를 쓰지 않으면 도움을 드릴 수가 없다. 그런 관계가 마음이 아프다.
마을관리소 간사가 전하는 말.
동네관리소의 문은 늘 열려있다. 맞손마을관리소는 주민들과 손잡을 마음이 항상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오고 필요하면 불러주길 바란다. 그리고 주민들이 편하게 쉬고 배울 수 있는 마을관리소가 계속 유지되면 좋겠다.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 활동가들을 꾸준히 양성하여 그들의 거점이 되는 마을관리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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