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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마을이야기/정왕본동-YOU

가슴에 담아 둔 달맞이학교

사단법인 더불어함께에서는 ‘달맞이학교’라는 이름의 어르신 한글교실을 열고 있다. 배움의 시기를 놓친 어르신들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곳. 학생보다 선생님이 더 많은 곳. 달맞이학교에서는 현직 교사들과 마을활동가들이 온 마음을 다해 어르신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그 중 시흥초등학교 김소진선생님도 포함된다.

“달맞이학교는 올해 초부터 시작했어요. 대학 동기 중에 먼저 달맞이학교를 시작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됐거든요. 가면서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데 해 볼 생각 없냐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한글교실이란게 있는지도 몰랐어요. 교직에 있지만 평소에 이런 봉사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어디서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막막하기만 했어서... 좋은 기회가 돼서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됐습니다.

사실 달맞이학교에 본격적으로 수업을 하러 가기 전 까지만 해도 학교 일이 끝나고 나면 피곤하고 지치는데 내가 과연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걱정했었어요. 그렇지만 어르신들의 열정 가득한 눈빛에서 배우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는거에요.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화장실 가는 것도 참고 할 만큼 두 시간 동안 온갖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배우는 할머니들의 집중력은 지금까지 본 학생들 중 가장 최고였습니다.

첫 수업은 충격적이면서도 감동적이었어요. 보통 학교에서 학생들은 ‘다섯 줄 쓰세요.’ 하면 ‘네 줄, 세줄 쓰면 안돼요?’ 하는데 어르신들은 열 줄, 이십 줄 페이지가 넘어갈 정도로 쓰시는거에요. 완벽하진 않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어요.

저는 교재 말고 학습지를 만들어서 가는 편이거든요. 아직 수업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어려워하시는 특정 부분, 특히 받침 글자 등을 찾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이 뽑아서 만들어가지요. 그걸 따라 쓰시기도 하고 받아쓰기 시험도 보니까 진짜 공부하는 것 같다 하셔서 뿌듯하고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됩니다.

글쓰기 주제가 삶과 연관된 주제로 나올 때면, 예를들어 옛 추억이나 가족관계에 대해 쓸 때 남편이나 자식들 얘기하며 우시기도 하고 저는 들어드리는데 그 삶을 아직 살아보지못한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다 이해는 하지 못하지만 대단하시다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배움에 있어서 자꾸 까먹는 거, 머리가 나빠서, 늙어서 이런 말씀들을 하실때면 아니라고, 이거는 저도 어렵다고 말씀드려요. 학교 학생들도 어려워하는 것들이라고. 받아쓰기도 다 틀렸는데 괜히 세모 쳐 드리면서 격려하니까 아이처럼 좋아하세요. 그런 식으로나마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간혹가다가 음료수를 꺼내서 주머니에 넣어 주시기도 하고 끝날 때 선생님 사랑해요 라고 하트 그리면서 표현해 주실 때면 뭉클함을 느끼지요. ‘오늘도 힘들게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도 빼놓지 않으시고요. 어르신들로 인해 제가 더 힐링하고 오는 느낌입니다. 행복해지는거죠. 그럼 그날 만큼은 잠이 더 잘 드는 것 같아요.

다리가 아파도, 허리를 다쳐서 복대를 하고서도 꾸준히 수업에 참석하시는 어르신들의 간절함 때문에라도 더욱 수업에 정성을 쏟을 수 밖에 없어요.

비록 받침이 틀려도 글을 배워 글 쓰는게 재미있어 자신의 한 많은 인생, 서러웠던 인생 여정, 추억이 된 자녀들과의 한 장면들을 글로 표현하고 그러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달맞이학교를 떠나게 되더라도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김소진선생님은 올해 10월,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쉽게도 시흥은 올해까지만 있게 된단다. 사정이 있어서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된 탓이다. 달맞이학교 어르신학생들이 무척 아쉬워하고 서운해하는 얼굴이 떠올려진다. 짧은 만남, 깊은 인연, 마음속에 담아두고 추억으로 묻고 시흥에서의 2년을 마무리한다.

*이 사업은 시흥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주관·주최, ()더불어 함께가 기획하고 삼성꿈장학재단에서 후원합니다. '당신을 만나고싶습니다YOU'사람을 지역의자원으로 발굴,연계하여 지역력을 높이는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