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로 접어들 즈음 세찬 소나기가 한차례 내리고 가을볕이 예쁜 하늘과 구름이 펼쳐졌다. 세차게 부는 바람 따위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왕마을교육자치 워크샵이 있던 23~24일. 지난 7개월간 부지런히 달려 온 그들의 쉼과 재충전의 시간이 1박 2일동안 열렸다. 베르아델승마장 안에 있는 베르아델팬션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 5분경. 이번에도 1등으로 도착했다. 그런데 팬션이라는 안내문이 없어 눈앞의 건물을 몰라보고 넓은 승마장 안을 헤매다 겨우 들어갔다. 1층과 2층을 다니며 팬션 안 구조를 살폈다. 거실은 여러 명이 워크샵을 진행하기에는 다소 좁았으나 다닥다닥 붙으면 더 친해지겠군! 했다. 1층은 온돌방, 2층은 침대방이다. 침대방은 싱글침대 3개짜리 방2개, 더블 침대 1개 방이 하나 있었는데, 가방을 더블침대 위에 툭 던져놓고 찜했다. 1등으로 도착한 특권이다. 음하하! 다시 1층으로 내려와 밖에 있는 바비큐에 쓸 이동식 테이블을 안으로 끌어당기고 준비해간 허벅스 카페를 차렸다. 오늘도 돌체구스토가 열일 할 예정이다. 스타벅스 캡슐은 종류별로 준비했다. 꽃차도 준비했으나 꽃차는 별 인기가 없었다. 열일 한 돌체구스토 매우 칭찬해^^ 곧이어 정왕마을교육자치 실무진들이 도착했다. 오다가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인선호에서 갑자기! 예정에 없이! 멍게를 사 왔다고 했다. 멍게 한 접시 펼쳐놓고, 소주 1병과 카프리 1병으로 사전 행사(?)를 치렀다. 알콜이 들어가서인가 하늘이 너무 예쁘다. 산책길도 예쁘다. 바람은 여전히 세다. 하지만 졸음이 쏟아진다. 소소하게 준비한 것들을 셋팅하는 동안 알콜에 잠식 된 필자는 잠시 잠을 청했다.
속속 참여자들이 들어온다. ‘하루만밴드’팀은 공연 연습을 한다. 하루만밴드의 연주는 담백했다. 프로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정감있던 연주였는데 이번 연주의 특징은 앵콜이 없다는 점이다. 이유는 준비한 두 곡밖에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가르침을 준 선생님은 김시영이란다. 통기타는 역시 정겨움이다.
연주가 끝나고 참여한 전병석선생님의 사회로 정왕마을교육자치 워크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참여자들의 자기소개가 있었다. 소개 중간에 도착한 사람들의 어수선함 조차도 즐거운 사람들. 저마다 자신만의 개성으로 소개를 하고, 이번 워크샵의 소소한 이벤트인 선물 주고 받기 시간이 되었다. 만원 이내로 준비하래서 정직하게 원단위까지 계산하여 준비했더니 다들 반칙을 너무 많이 썼다. 레드와인에, 마카롱에, 상품권에, 포도한박스에, 복분자에... 이런. 번호를 뽑아 선물을 개봉하고 사연 있는 선물들에 또 한번 왁자하게 웃는다. 정성어린 선물들, 재치있는 선물들, 웃기는 선물들이 훈훈함을 더해주었다. 그리고 잠시의 휴식시간을 갖는 동안 자몽청을 만들기 위해 자몽을 까고 한 쪽에서는 바비큐를 준비한다. 서늘함이 감돈다. 날이 많이 차가워졌다. 긴 소매 옷을 입을 정도의 서늘함이다. 벌써 방에는 보일러를 틀었다. 싱싱한 자몽이 청으로 담아지기까지 유쾌한 입담들이 오가고 바비큐와 소주와 와인이 있던 식사 자리에서는 그간의 일들이 안주 삼아 올려졌다. 재미있었던 일, 문제점, 아쉬운 점,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등등의 대화들이 새벽까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졌다. 몇 시간의 잠을 청한 후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아침 잠 없는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일어나 어제 못다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뒤이어 하나, 둘 씩 모습을 드러내는데 원초적인 모습들이 편한 비주얼들이다. 필자 또한 세수도 안 한 상태에서 부시시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일찍 일어나 곱게 화장 한 정희영 선생님도, 어두운 방에서 바른 선크림으로 허~연 얼굴이 되어 나타난 이시연 선생님도 등장했다.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시간은 사정없이 흐르고 사발면 하나와 커피한잔으로 아침을 대충 때우고는 짐을 챙겨 시흥으로 들어갈 채비를 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두 번째 목요일에 만나는 ‘두목회’가 있는 10월! 그들은 다시 언제 그랬냔 듯이 진지하게 또 그렇게 마을교육을 위한 고민들을 하겠지. 단체사진에서 꾸밈없이 웃어제끼는 그들의 표정이 세상 좋다! 정왕마을교육자치라는 늪에 빠진 사람들. 늪안에는 악어가 있을까? 아니면 다른 생물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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