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 이름만으로도 반갑다.
시흥시에서 유일하게 농업을 이어받은 스물여섯 청년농부 김병찬!
김병찬씨를 만나기 전 들은 정보에서 ‘6차산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농부’라는데 급 호기심을 가졌다. 한창 바쁠 시기인 농번기에 약속 시간을 잡는 건 쉽지 않았다. 시흥농업기술센터 내 ‘동네카페 마실’은 소음이 심해 건너편 ‘연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들은 말은, “6차산업이요? 힘들어요!” 였다. 기껏 준비해 간 질문지를 그대로 접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갈망으로 ‘청년농부’라는 프레임 안에 환상과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또 하나의 정보에서 MZ세대 농부라는 것이 있었다. 과연 MZ세대답게 김병찬씨의 이야기는 거침이 없었다.
청년농부의 현실
농협중앙회에서 주최하는 청년농고 사관학교가 있다. 전국 단위에서 50여 명의 청년이 모인다. 수많은 정보가 오고 간다. 정부에서 밀고 있는 6차산업이나 스마트팜은 그야말로 환상이라고 말한다. 어지간한 아이템 아니고서는 밥벌이가 쉽지 않다는 게 현실이라는데... 이미 농업에 뛰어든 병찬씨 외에는 이렇다 할 기반이 없으니 귀농을 예정하고 청년 창업농으로 국비 사업을 통과한다 한들 경영체가 없으면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사후 관리를 꼽는다. 그리고 청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금, 그것을 돌파할 강심장이 있을까?
병찬씨의 개인적인 견해로 6차산업의 장·단점은 너무나 명확하다. 장점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 즉,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일자리 창출, 청년 채용 등을 꼽을 수 있겠지만, 단점은 ‘1차 생산, 2차 가공, 3차 서비스 및 판매’라는 총칭의 6차산업으로 먼저 시도한 농부의 사례로 봤을 때 현실과 다른 이익 창출은 기대 이하이며 쉽게 도전할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리스크가 적은 건 1차산업이다. 관심을 둔 목표 하나는 있다. ‘청년농부 유입’이다. 청년농부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많지만, 시흥은 귀농, 귀촌의 대상도시가 아니므로 현실의 벽이 상당히 높다. 사적으로 케어할 정도의 선은 있으나 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으면 어렵다.
아픈 손가락 호조벌
관광을 목적으로 둔 호조벌과 역사적 의미를 바탕으로 두고 농사를 짓는 실제 농업인의 삶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실상이 있다. 호조벌이 주는 경관을 찾는 관광객은 힐링의 장소가 되겠지만 호조벌을 생업으로 둔 농부의 입장에서는 직장이다. 당연히 생업이 우선된다.
호조벌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교통의 혼잡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진다. 호조벌을 관광화시켰으니 발생한 문제다. 하지만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 특히나 자전거동호회 때문에 위험은 항시 불안함을 동반시킨다. 자칫 사고라도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인들에게 간다. 내가 일하는 삶의 터전임에도 주말에는 나가지 않는다.
나는 농부다.
농업은 매력 있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현대사회에서 생명을 다루는 산업으로 농작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경이로움이다. 결실을 맺으면 보람되고 뿌듯하다. 농업만큼 중요하고 가치로운 산업 분야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를 낼 때 다양한 생물들이 몰려드는 환경이 조성된다. 충분히 자연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 또한 농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이다. “저는 1차산업보다 더 중요한 산업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실적인 계획을 세웠다. 쌀농사를 지어 브랜드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쌀농사를 짓는 농부이기에 가능한 생각이다. 시흥에는 시흥의 쌀 햇토미가 있다. 또 다른 브랜드, 호조에는 ‘청년농부의 쌀도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꿈이다. 햇토미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만큼 청년농부의 쌀도 소중하게 기르기 때문에 더욱 자신이 있다.
청년농부 김병찬은 다가오는 호조벌축제에서 자체브랜드 청년농부의 쌀을 런칭할 계획이라고 했다.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를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런칭 할 ‘청년농부의 쌀’로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다. 청년농부 브랜드의 쌀, 시흥시의 쌀 햇토미! 두 개의 쌀을 동시에 홍보하며 시흥의 쌀을 알리려는 그의 노력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 이 인터뷰는 경기에코뮤지엄 지원사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WOW! 시흥 人!'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면수가 그리는 애증의 매화동 (10) | 2024.11.01 |
---|---|
이보우작가의 두꺼비와의 첫 만남 (2) | 2024.10.30 |
[호조벌사람들] 오환봉, 물이 있는 곳에 그가 있다. (3) | 2024.09.27 |
이상기의 글로 보는 다큐-5부 (0) | 2021.04.02 |
이상기의 글로 보는 다큐- 4부 (0) | 2021.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