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한 마리가 그물망을 기어올라 건너편으로 간다. 느릿한 걸음이다. 다행히 차들이 피해주었다. 살았다. 안도의 숨이 뱉어진다. 두꺼비의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다.
두꺼비를 만난 건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 오는 날, 카페 앞에 주먹만 한 것들이 도로를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뭔가 싶어 가까이 가보니 두꺼비였다. 산에서 내려 온 두꺼비는 알을 낳기 위해 건너편 연꽃테마파크 습지로 이동한다. 그러나 도로를 질주하는 차에 두꺼비들이 죽는다. 차에 치여 내장이 터지는 소리는 사람을 미치게 한다. 알에서 깨어나 두꺼비의 형태가 잡힌 새끼들이 무리를 지어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 도로를 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목숨을 건 긴 여정길에 새끼들은 떼로 차에 깔려 죽는다. 비릿한 냄새가 도로를 점령한다. 반복되는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이는, ‘연카페’ 대표이자 화가인 이보우작가다. 그의 안타까운 심정은 하소연하듯 쏟아진다. 두꺼비가 나타나면 관찰을 하고 사진을 찍고 올챙이 적 시절의 움직임을 체크한다. 경칩 전후로 두꺼비를 실어나르는데 작년에는 천 마리 정도를 손으로 넘겼다. 지금까지 1만여 마리 정도 올려줬을까?
이대로는 한계가 있어 비 오는 날 두꺼비들이 집중적으로 이동하는 시간대의 차량 통제를 건의했다. 그러나 관계기관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불가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민간이 나섰다. 두꺼비가 지나가니 돌아서 가달라고 요청했다. 대부분 차를 돌렸다. 과연 어려운 일일까? 아침부터 움직이는 두꺼비 무리가 다 지나갈 그 시간만이라도 통제를 해주면 내장이 터지는 처참한 광경은 보지 않아도 될 일이다.
두꺼비의 사투
어느 해인가 두꺼비가 드나드는 통로에 두꺼비들과 알들이 우글우글했다. 콘크리트에 막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던 것이다. 고인 물에 둥둥 떠 있는 것들을 장화를 신고 들어가 끄집어냈다. 지쳐서 힘하나 없이 널브러졌다. 알을 낳아 지친 듯 허기진 듯 보였다. 다음 해에 사다리를 만들어주었다. 30도 정도의 경사를 타고 우글거리던 두꺼비들이 나왔다. 올해는 300마리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건너는 두꺼비 8.90% 정도가 죽는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줄어든 숫자에 심각성을 감지한 주민 30여 명이 나섰다. 두꺼비들의 안전한 번식과 성장을 위한 두꺼비 대이동 행사를 벌인 것이다. 그리고 카페 옆 휀스에 사진 전시를 했다. 도로 위에서 처참하게 깔려 죽은 두꺼비들 사진도 적나라하다. 두꺼비의 수명은 45년으로 알려져 있다. 도로 위에서, 농로에서 죽은 두꺼비를 보는 일은 45년이라는 숫자를 무색케 한다. 2년 전 즈음의 어느 날, 어느 논에 올챙이들이 바글바글했다. 어떻게 들어갔는지 하우스 안에도 올챙이들이 가득했다. 살지 못하고 죽은 어린 생명들이다. 사람 중심의 세상은 공존해야 하는 자연환경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다. 그저 죽어나갈뿐인 비극적 세상에서 사투를 벌이며 살아내야 하는 건 올챙이들의 몫이련가. 자연은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누가, 왜, 그렇게 두꺼비에 힘을 쏟냐 하고 묻는다면
“두꺼비와의 인연은 오래됐고, 교감을 하는 정도의 관계가 형성되었다면 어쩌면 두꺼비는 내게 사명 또는 책임으로 돌봐야 하는 존재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책임으로 이어진 교감은 여러 에피소드에서 드러난다.
에피소드 하나
말라가는 맹꽁이의 알을 위해 수돗물을 받아주고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라지 않는 올챙이들에게 삶은 달걀을 넣어주었다. 수돗물에 영양가가 없음을 알고 한 조치였다. 올챙이의 성장을 돌봤으니 책임은 졌다고 자부한다.
에피소드 둘
구조한 두꺼비 한 마리가 있었다. 연카페 안 화분 위에 자리를 잡고 살았다. 마치 터줏대감처럼. 어느 날 밤, 비 오는 날 나갔다가 밟혀 죽었다. 이틀 뒤에 다른 놈이 왔다. ‘우리도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하는 느낌을 받았다.
에피소드 셋
우연히 발견한 비둘기를 잡아 보니 눈에 뭔가 붙어있어 떼었다. 며칠 후에 다른 친구를 데리고 왔다. 어쩌면 고맙다는, 또는 여기는 안전하다는 표현 아닐까? 하는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 위 인터뷰 내용은 경기에코뮤지엄 지원사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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