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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 시흥 人!

[호조벌사람들] 오환봉, 물이 있는 곳에 그가 있다.

 

호조물길의 명과 암

 

“제가 움직이는 곳은 물이 있는 곳이에요.”

 

칠십 넘은 나이에 자연 안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오환봉씨는 일명 새 보호자. 왜 그는 물을 따라 움직일까?

 

“그곳에 새가 있기 때문이지요.”

 

짧은 대답 속에 많은 내용이 내포된 듯,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산속의 옹달샘은 산새들이 와서 물을 먹고, 들판에는 물새들이 와서 먹이를 먹어요.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도움만 주면 돼요.” 보통천 옆 호조의 논 중 하나를 가리키며 찾아오는 새들에 관해 설명한다. 꽤 흥미롭다. 결론은 인간과 공존하며 사는 새의 어필이다. 오환봉씨는 두 가지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물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답게 시흥의 좋은 물과 안 좋은 물이다. 우선 안 좋은 물을 보러 갔다. 마을기록가로 시흥의 곳곳을 다닌 필자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멈춰있는 하천이었다. 그는 이곳을 시흥 하천의 두 얼굴이라고 표현했다.

 

하수와 빗물이 합류하여 희석된 물은 미산들로 흘러 들어간다. 공장에서 내려온 물은 웅덩이가 되어 썩고 있다. 하천 발원지를 조사하다가 발견하게 된 곳이라고 한다. 한눈에도 심각해 보였다. 조금씩 새어나가는 물은 먹거리와 직결되는 곳까지 흘러 결국 우리의 입으로 들어온다. 물이 잘 흘러야 시흥 생명도시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을 터. 물길을 내고 청소를 해주면 간단한 그 일을 아무도 관심 두지 않으니 무관심의 뒤에서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호조벌은 위기에 처해있다.’ 면서 맨손으로 오염된 것들을 거둬내지만 한계를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옥토를 형성하는 자연 생태계가 있다. 농민과 관이 협업해서 친환경 쌀을 생산하고 있는 곳이다. 호조벌의 일부다.

 

 

환경운동의 연대

군 제대 후 스물일곱의 젊은 오환봉씨는 제정구 선생님을 만나 빈민운동을 함께 했다. 그때 알았다. 환경운동이 적성에 맞는다는 걸. 기후변화와 환경에 눈을 뜨면서 어릴 적 잠재되어 있던 새에 대한 DNA가 드러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는 혼자 속으로 감탄했다. 철거 이주민을 위한 사업을 시작할 당시 지금의 목화마을 건립에 감독관으로 들어가 집을 지으면서 깊숙한 인연은 계속되었고 공동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시흥에 정착해 살면서 결혼하여 얻은 네 명의 딸 모두 분가시키고 자유의 몸이 된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데 꽤 열정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독하면서 고난해보였다. 새를 지킨다는 것! 물을 지킨다는 것! 꼭 환경연대 대표란 이유로 사명감만 가지고 감내할 만한 사이즈는 아니었다.

 

 

저어새와 멸종위기의 새들을 기록하다.

새를 봐 온 지는 15년여 되었다. 확인된 새도 많지만, 미등록 종도 있다고 보면 그 수는 상당할 것 같다. 그의 핸드폰에는 수많은 멸종위기급 새들의 발자취가 기록되어 있다.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가 찾아오는 먹이터, 호조벌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힘이 딸린다. 그래서 관에 공원 지정을 제안했다. 하중지구개발에 따른 공원 지정 추진이다. 공원 조성이 되기까지 지속적인 관리는 개인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하니 너무 큰 짐이다.

 

 

그는 1년에 한 번 오이도 옥귀도(황새바위)에 들어가 몇 마리의 저어새에게 밴딩과 GPS를 부착하는 작업을 관련 연구원들과 함께 진행한다. 또 번식을 돕기 위해 둥지의 재료들을 넣어준다. 밴딩과 추적기를 단 저어새의 먹이활동과 서식활동을 데이터화 하는데 모든 움직임은 핸드폰 앱에 전송되어 기록된다. 전 세계 공조로 공동 관리를 한다. 세계적으로 6개의 종이 있는데 그중 두 개의 종이 우리나라에 온다. 겨울에는 노랑부리저어새가 여름에는 저어새가 온다. 멸종위기종이 인간의 개입으로 개체 수가 늘어나면 자연환경은 더욱 좋아지게 된다.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고개를 위아래로 까딱까딱하는 모습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계속 느끼고 싶지 않은가?

 

 

“앞으로 10년 정도는 내가 한다지만 이후 누가 관리를 해줄지 걱정입니다.”

 

조남숲의 작은 웅덩이? 우물!

바닥에서 솟아나는 마르지 않는 물이 있다. 옛 아낙들의 빨래터이기도 했고 마을 주민들의 식수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논에 물을 대기도 하는 기특한 물의 존재. 보통천의 발원지인 백련사다. 조남숲에 있는 작은 샘은 절에서 먹던 물이다. 관리 미흡으로 보기에 썩 좋지는 않지만, 도롱뇽이 알을 낳고 서식하고 있다. 시흥은 물이 풍부한 도시다. 물이 풍부하다는 것은 환경적으로 좋은 곳이다. 그러면서 땅과 하늘 사이의 공간에는 새들이 있다.”라고 외친다.

 

* 이 인터뷰는 경기에코뮤지엄 지원사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황오리군무:출처 오환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