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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여파에 더 애착하는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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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계엄령 뭐야? 유서쓰래!"

갓 군 입대를 한 둘째조카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겁에 질린 채로. 더 마음이 여린 친정오빠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다. 큰 아들 제대하고 곧 작은아들을 군대에 보낸 친정오빠는 굳이 최전방으로 자원해서 들어가는 작은아들이 대견하면서도 걱정 한가득이었다. 그런데... 한밤중 기습적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들어버린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가 그 날의 밤을 새게 만들었다. 필리핀으로 장기 출장을 간 필자의 작은딸이 인천공항으로 들어왔을때 대한민국의 살벌함을 어찌 감당할지, 동생이 걱정된 큰딸은 급체를 하고 잠을 못자 어지럼증에 시달린 필자, 외할머니는 뜬 눈으로 밤을 새며 뉴스에서 눈을 떼지못했다. 곧 해제는 되었지만 그리고 염려했던 군인들과의 마찰은 없었지만 여파는 아직도 국가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충격과 걱정은 분노로 이어지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 더없이 실감되는 요즘, 작은딸은 무사히 귀국을 했고, 큰딸의 체증은 가라앉았으며, 외할머니도 안도의 숨을 몰아쉬고, 필자는 무사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장기 출장 후 얻은 4일간의 휴가를 우리가족은 여느때보다 더 소중하고 귀하게 일상의 필요한 일정을 소화해갔다. 미뤄왔던 영화관람을 하고, 외할머니댁에 다녀오고, 헤어커트도 하고, 신발도 사고, 맛있는 점심식사도 했다. 일상의 평범함이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지다니. 평범한 삶이 가장 어렵다고 했던가.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번 들어오는 남편도 매일 들어온다.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 한 끼 하는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을 빼앗길뻔한 그 날의 밤. 하루하루가 귀한 요즘이다.

 

 

낙지비빔밥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