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썸네일형 리스트형 제7화 여자라서(가칭) 승화의 장례는 인철의 장례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마당이 넓은 세련된 2층 양옥이 아닌 좁을 골목에 있는 방 두칸짜리 단독주택에 방과 방을 연결하는 마루와 신발을 벗고 우측으로 가면 좁은 주방이 있었다. 고만고만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모여있는 이곳은 하늘과 가까운 동네, 달동네다. 인철이 남긴 그 많은 재산, 승화가 열심히 일해 모은 재산들은 다 어디가고 불과 몇십년 사이 달동네로 이전을 하게 되었을까? 승화의 인순의 8명의 자식 중 일곱 번 째 아들 영칠은 날때부터 소아마비를 앓고 태어났다. 인순은 그야말로 돈을 방석 아래 깔아놓고 필요할때마다 꺼내 쓰는 부를 즐기고 있었다. 씀씀이가 헤프니 당연히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약이 없어 약을 사지못하는 사람에게는 약을 사주고, 쌀이 없어 밥.. 더보기 제6화 여자라서(가칭) “사장님, 사실 아까 어르신이 동사무소에 다녀오셨어요.”해남댁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동사무소? 거긴 왜?”“그건 잘 모르겠고요. 다녀오시면서 엄청 분해하셨어요. 몹시 흥분하셔가지고는 방으로 들어가셨는데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불호령을 내리셔서...”해남댁은 덜덜 떨리는 손을 맞잡으며 울먹이며 말끝을 흐렸다. 승화는 바로 동사무소로 달려갔다. 동사무소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니 직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승화를 맞이한다. 동장도 맨발로 뛰어나왔다. “사장님, 무슨 일로 오셨어요? 급한 용무 있으세요?”승화의 상기된 표정에 모두가 긴장했다.-----------------------------------------------------------------------------동장실 밖에서 쨍그랑하며 컵 깨지.. 더보기 제5화 여자라서(가칭) “엄마는 아빠 뭘 보고 결혼했어? 그렇게 싫다는 형제들 줄줄이 다 있고 지지리도 못사는 집의 망나니 막내아들인데?”“...” 한숨만 내 쉬는 영임이다. 영임은 정희가 좋아하는 수제비를 떼며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대답을 않고 있다. “잘 생겨서 생긴 거 하나 보고 결혼한거지?” “...그 땐 그냥 해야하니까 한거지..” 정희는 아빠와 어떻게 결혼했냐고 왜 했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않고 입을 함구해버리는 엄마가 답답했다. 내 나이도 이제 50 중반에 들어서는데 할말 못 할 말이 어딨다고. 정희는 그저 추측만 할 뿐이었다. 아빠의 성정을 미루어볼 때 적어도 정상적인 결혼은 아니었겠다 싶은 정도의. ---------------------------------------------------------------.. 더보기 제4화 여자라서(가칭) 한 사람은 영화배우 뺨치는 허연 얼굴의 미남형이고 또 한 사람은 남자답게 적당히 그을린 얼굴의 서구적인 호남형이었다. 순간 영임의 얼굴이 벌개지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모습을 본 영자가 옆에 있던 순자의 팔을 툭 치며 턱으로 영임을 보라고 신호를 한다. 개구진 미소가 장난기 서리게 흘겨본다. 귀엣말로 싫다더니 내숭이야 기집애~ 하며 큭큭대고 웃는다. “동만오빠, 철중오빠 여기!” 동만과 철중은 친구들을 슥 하고 쳐다보다 영자가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바로 앞에 앉은 영임을 슬쩍 쳐다보고 영자에게 손짓으로 커피 두 잔 시키라는 신호를 보낸다. “야~ 영자 친구들이래서 별 기대하지 않고 나왔는데 다들 미인이시네요.” 검게 그을린 피부를 가진 서구적인 얼굴을 한 철중이 너스레를 떨며 입을 뗀다. “하.. 더보기 제3화 여자라서(가칭) 양장을 곱게 맞춘 영임은 낮은 구두의 뒷굽을 살짝 들어올리며 전신거울 속 맵시를 보았다. 흡족했다. 한창 성숙한 여성미가 돋보이는 24살, 영임은 밝은 얼굴로 양장점을 나섰다. 친구들과 한강 근처 다방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시집간 친구들까지 모이는 뜻깊은 날이었다. 동네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은 혼기가 차면서 하나둘씩 시집을 가고 아직 시집을 가지 않은 영임과 경자를 위해 친구들 중 가장 먼저 시집 간 영자의 주선으로 모이게 된 것이다. 24살이 적은 나이는 아니었다. 혼기를 놓친 나이에 속했다. 그래도 시집 갈 생각을 깊이 하지 않은 영임으로서는 그 나이가 혼기 꽉 찬 노처녀라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붉은색 글자로 된 마포다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친구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친구들의 시.. 더보기 제2화 여자라서(가칭) "동서~" "동서~ 정헌이엄마~ 나 왔어. 안에 있어?' 삐걱거리는 미닫이 문을 두 번에 걸쳐 힘을 주어 여니 냉기가 훅 하고 들어왔다. 영하의 날씨인 밖보다 더 차가운 한기다. "어머나, 이게 무슨 일이야? 동서, 동서 괜찮아?" 신발을 내팽개치다시피하고 들어가 정신을 잃은 영임을 흔들어 깨운다. "세상에, 세상에! 동서! 눈 떠봐! 눈 좀 떠봐! 어머어머~ 어떡해~ 이게 무슨 일이야! 혼자 애 낳은거야?" 겹겹이 쌓은 이불 아래로 손을 넣으니 과연 얼음장처럼 차가왔다. 영임의 큰동서는 아기를 쳐다볼 새도 없이 그 길로 나가 연탄과 신문지와 성냥을 들고 와 불을 지피고 미역을 물에 불렸다. 눈에서는 연신 눈물이 고이고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곤로에 성냥불을 붙여 씻은 쌀을 앉혔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 더보기 제1화 여자라서(가칭) 칠흑같이 까만 새벽, 끼이익 노 젓는 소리가 까만 새벽을 가른다. 일정하지 않은 물 소리가 끼이익 거리는 소리에 묻힌다. 잠깐의 적막이 흐르고 둔탁한 물소리가 풍덩하고 까만 새벽을 깨운다. "영임아~ 영임아!"열려있는 나무 대문을 지나 버선발로 달려 온 경자가 마당 한가운데에 철푸덕하고 넘어진다. 마당에 들러붙어있던 흙들이 흩어지며 뿌옇게 날아오른다. "조심해라~" 영임이 마루로 나서며 퍼뜩 일어나 다시 달려오는 경자를 안쓰럽게 쳐다본다."야야~ 호근오빠야가~ 호근오빠야가~" "왜? 뭔데?""호근오빠야가 새벽에 죽었다안하냐~ 한강에 나룻배 끌고 가가~" 순간 머리가 띵해져왔다. 왜? 라는 의문도 생기지 않았다. 호근오빠가 죽었...다? 영임이는 유난히 날씬해보이는 전신거울 앞에 서서 이리저리 맵시를..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