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가 들려왔다.
우리아이 초등1년 때 부터 중학3년, 고등2년이 된 지금까지 여러 번 같은 반이 되고, 그 엄마는 내게서 자격증 취득까지 했던 인연으로 함께 봉사도 하며 유쾌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사람이다.
늘 밝은 음성과 밝은 표정으로 자신감 넘쳤던 그녀는 어느 날 생소하게 변해버린 모습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구나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들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예의 그 카랑카랑한 밝은 음성으로 '밥 한번 먹자. 다 얘기 해 줄 게... ' 그랬다. 그래서 변해버린 신상에 대해 더는 물어보지 않았었다. 여러 번의 약속을 나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 끝내 이루지 못한 약속이 되어버린 채 또 하나의 슬픈 기억으로 남기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결혼식보다 아기 돌잔치보다 장례식장에 더 다니게 되는 지금의 내 나이 대.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죽음들 앞에서 특히나 젊은 사람의 죽음은, 허무함만 남기고 사라지는 것 같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삶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상대해야 할 강한 대상. 죽음.
대한민국도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있다.
세계최고의 의술을 자랑하는 의료진들조차 인간에게 감히 역습한 메르스라는 생소한 바이러스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애써 면역력이 약하다거나 지병이 있다거나 하는 감염자들에게만 치명적 치사율을 보인다고 하며 독감보다 약한 놈이라고 설득 하려들지 말자. 전혀 설득력 없다. 다만 너무 무서우니까 자기 최면 걸듯, 그래 감기 같은 거야, 좀 지독한 감기일 뿐이야, 좀 더 아픈 독감일 뿐이야... 라고 자기 위안을 거는 것뿐이다.
이미 10명의 메르스 확진자가 사망했고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감염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숫자로는 10명에 불과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에게 1명은 치명적 恨 이다.
신종플루 때보다 비교도 안 되는 숫자의 사망률이라고도 말하지 말자.
감염되고 나서 답답한 매뉴얼 처리에 가슴 치며 구걸하듯 겨우겨우 검사를 해야 하는 현실이 끔찍해서라도 걸리기 전에 예방을 하는 게 최선인 것이다.
메르스, 별것도 아닌데 호들갑 떠는 거라고 말 하면 천벌 받는다.
혹시 아는가.
메르스 바이러스가 국회를 강타할지.
바이러스든 암덩어리이든 결핵균이든 내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공포심은 매한가지이며, 삶과 죽음은 어차피 치열한 자기 싸움에 있겠지만, 지금은 누구를 탓하기보다 정부가 의료계가 지자체가 확진자가 격리자가 국민들이 언론이 모두 합심하여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오랜 가뭄 끝에 반가운 단비가 내리고 있지만 슬픈 비가 되어버린 오늘이다.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든 환자들에게 반드시 이겨내라고 말하고 싶고 아울러 오늘 비와 함께 두 어린 아이들을 남겨두고 눈도 제대로 못 감았을 친구에게 여긴 걱정 말고 편히 가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 비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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