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의 유일 전통시장인 도일시장. 그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녹아져있다.
세월의 흐름에 바뀌어져버린 모습 속에 그래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몇몇 가게들과
노점상들이 도일 전통시장의 맥을 잇고 있어 다행이다 싶다.
5일장이 열린 군자동주민센터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손끝 생채기 가득한 할머니들이 직접 소일거리로 키운 농산물들을
크기별로 제각각 빨간다라이에 채워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아침 7시부터 나와 좌판을 깔고 유모차로 옮겨진 투박한 참외며 앉아서 쉼 없이 손을 놀려 깔끔하게 다듬어진
깻잎 부추 수북히 담아놓고 장 보러 나온 이들을 눈으로 쫓고 있다.
오늘 복날이니까 참외 사 드셔! 라며 붙잡는 할머니. 주저앉아 참외며 깻잎단이며 부추등이 꾸깃한 꺼먹봉지에
담기는 것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여기서 장사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오래됐지. 아마 내가 제일 오래 됐을걸?
그렇게 시작 된 임신자(거모동, 75세)할머니의 이야기는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몇 살 때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으나 어릴 적 도일로 와 자라고
도일의 남자와 결혼해서 애들 낳고 키우며 지금까지도 살고 있다고 한다.
“지금 내가 75살이 됐어. 33살에 혼자 되서 시아버지 모시고 농사짓고 아들 셋을 키웠지. 고생 많이 했어, 말도 못햐 그 고생은...”
지난 추억 회상하듯 무심한 듯 말을 이어가면서도 지나가는 손님들 붙잡는 것도 부추 다듬는 손도 잊지 않으신다.
“내가 여기서 장사한지는 한 50년 됐지? 전에는 저 밑에 입구에서 장사 했는데, 도로가 생기고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주변도 싹 다 바뀌고 주인들도 바뀌고, 그래서 우리네 같은 이들은 이 골목 안으로 밀려들어오게 됐어.
결혼 전에는 친정에서 농사를 져서 장사를 했는데 결혼하고부터는 직접 한거야. 남편이 살아있을 때는 같이 했지만...
그러고 보니 도일에서 혼자 장사 한 것만도 42년이네. 징글징글한 세월이네” 애써 웃음 지으며 말씀을 하셔도 눈가가 촉촉해지신다.
50여년을 한결같이 5일마다 그 자리를 지켜냈던 임신자할머니는 비록 그것이 먹고 살기위한
수단이었다 하더라도 할머니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해주니 얼마나 귀하신 분인가.
50년 동안의 징글징글한 세월 속에 그래도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골목안 사람들의 인심이라고 한다.
오래 살아서 죄다 아는 사람들이니 싸게 팔고 싸게 사고 그게 주고받고 하는
사람 사는 동네 아니겠냐며 지나는 이에게 “어이! 참외 3천원어치도 줄게 가져가!” 하신다.
옆의 할머니가 호박잎 2천원어치 담는다고 조그만 빨간다라이 두 개 빌려 가신다.
“이따가 줘야 혀! 가지면 안돼!” 중량그릇이 되어버린 빨간색 플라스틱그릇은,
바래고 스크레치 심한만큼의 세월을 견뎌낸 할머니들의 생계이자 용돈벌이가 되어 그 속에 인생을 담아낸다.
*뷰티플시흥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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