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의 현실은 생각보다 무지하다.
학폭위가 시끄럽다. 비전문가인 학부모위원들이 과반을 차지하고, 전문가는 소수인 것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에서는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학생을 처벌하는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가해학생 처벌은 전적으로 학폭위에서 결정되어지므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간 진술의 객관성과 위원들의 전문성에 입각한 처리결과에 따라 합당의 여부를 가름하게 된다. 그러나 학교나 해당 위원들의 성향등에 따라 처벌 수위가 공정치 못하다는 현실적 비판이 적지 않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 기준’을 행정예고 한다고 밝혔다. 세부 기준에 따르면 폭력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화해 정도 등 5가지를 판단 요소로 활용하도록 적시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처벌의 당위성 논란은 구조적 문제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세부 기준이 마련됐어도 폭력의 심각성이나 지속성, 고의성, 반성의 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학폭위원들의 몫이고 보면,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주관적인 처리결과의 모순은 피할 수 없는 학폭위의 딜레마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원 판례에 해당하는 사례집이 내년쯤 보급되어 학교에서 활용되기 시작하면 가해학생 조치를 둘러싼 논란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흥시 장곡동 A초교에서 발생했던 폭행사건과 관련하여 성폭력부분 경찰조사에서 시흥경찰서는 혐의가 인정되어 ‘소년부 송치의견’을 내었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 책임은 전적으로 학교측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혜롭지도 객관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처리과정에서 피해자측을 너무 자극시켰다.
피해학생을 이 사건과 전혀 관련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당할만한 이유가 있는 문제학생으로 몰아간다거나 가해학생의 폭력행위에 대하여서는 흔히 하는 급우들의 놀이일 뿐이라며 둘러치는 행태가 학폭위에서 드러나면서 피해자 측은 물론이고 사건을 주목하고 있는 많은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학폭위 구성원에서 비전문성을 가진 학부모들이 과반 이상 차지하고 앉아있는 것부터가 잘못됐다. 폭력부분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성폭력 부분은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매우 수치스런 기억이다. 그것을 질타 섞인 질문공세와 피해자의 심리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저급한 질문공세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피해학생에게 “가해학생들보다 덩치도 크고 성숙하면서 왜 선생님한테 말하지 않았어?”. “빌미를 준거 아냐?”, “전체에게 까발려지게끔은 안했으면 좋겠다. 참도록 하자. 00마음이 진정됐으면 한다.”, “적극적으로 피하지 않았다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는 말은 학폭위에서 피해학생에게 할 말이 아니다. 질문의 접근방식이 틀렸다. 찜질방 수준의 뒷담화다. " 학폭위원님들 다 교육받으셨어요. 성실하게..." 무슨 교육을 어떻게 받았다는 것일까...
스톡홀름 증후군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거다. 적어도 학폭위 위원이라면!
이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엇갈린 진술 속에 이미 확보되었던 가해자 및 목격자 녹취록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분명한 학교측의 실수 내지는 사건의 축소 또는 은폐의 의심을 피해가기 힘들어 보인다.
잘못을 했으면 인정하고 사과하면 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처벌을 받으면 된다. 거짓은 아무리 잘 짜여진 각본이라 하더라도 반복된 질문 끝에 거짓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피해자의 진술과 가해자의 진술에서 일관성 있는 답변을 하는 쪽이 바로 ‘진실’이다.
학폭위 기록을 보면 기막힌 사실이 적시되어 있다. 귀신놀이라든가 지우개를 입에 넣는 행위들이 6학년 학우들 사이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는 것... 설사 장난이라 하더라도 피해 당사자가 기분이 나쁘면 그것은 잘못된 행위가 된다. 게다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집단 괴롭힘임이 명백히 드러났다. 피해자의 울부짖음만 남아있는 지금, 어린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면 학교의 신뢰는 더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다.
지난 5월 28일 시흥시 장곡동에서는 ‘학교폭력 없는 행복한 장곡마을 만들기’ 캠페인을 벌였다. 학교폭력 전담경찰관 100여명이 참석한 행사였다. 전시행정이었던가. 학교전담경찰관은 마치 귀찮은 일이 벌어졌고 피해자측의 요구사항이 불만스러울 뿐인 행동을 보였다.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팩트를 무시한 관계자들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피해학생은 지속적, 고의적, 집단 괴롭힘을 당해왔고 어린 학생들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강도 높은 성폭력까지 자행했다. 과정에서 6학년짜리 어린 학생은 자해를 5번이나 했다.
이것이 팩트다!
어떤 이유도 갖다 붙일 수 없다.
폭행부분과 성폭력 부분의 팩트에서 벗어난 그 이전의 상황, 피해학생의 가정적인 문제에서 학교 상담을 받았다는 사실의 언급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불필요한 부분이다. 마치 이 사건 의 원인이 피해학생의 가정적인 문제, 피해학생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몰아붙이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학교측은 당연히 피해학생 못지않게 가해학생도 품어야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적어도 부당한 문제를 제기하는 피해자측을 원망하기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하는 것이 학교 아닌가.
학교측에서 보여준 이 사건에서 본다면 학교는 피해학생이나 가해학생 모두를 품기는커녕 상처만 주었다. 피해학생은 말 할 것도 없고 가해학생들의 반성 없는 태도에서 과연 학교는 어떤 조치를 내렸는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주장이 엇갈린다고 피해학생의 진술을 왜곡해서 학폭위에 제출한 담당교사의 행동은 과연 정당한가. “주장이 엇갈려서 그랬다.”라는 것은 어설픈 변명일 뿐이다. 가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적으면 되고 피해자의 진술도 그대로 적으면 된다. 주장이 다르다고 피해자의 진술을 임의대로 고쳐서 제출한 전담교사는 큰 실수를 한 것이다. 누구의 말이 옳고 거짓인지를 밝혀내는 것은 학폭위의 몫이다.
피해학생과 피해부모들은 난도질을 당했고 망신창이가 되었다.
학부모에게 있어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절대적인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아이가 볼모가 되어 최고의 약자입장에서 학교를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절대 존재이기에 믿어야하고 어떤 문제가 발생할시 이를 해결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어야 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한다.
그러나 정작 일을 해결하려는 교육자는 없고 메뉴얼은 더더욱 없으며, 비전문가 집단에서 피해학생은 평생 지우기 힘든 상처를 입고 만다. 이것이 학교의 본 모습이며 현실이다.
피해자는 늘 피해자로 남아야하는 기막힌 현실.
학부모들은 상식과 정의를 가르쳐야할 학교가 더 이상 내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내려진 학폭위 결과에서 가해학생들의 학급교체는 제6호항에 의거하는 중벌이라 하더라도 과연 그것으로 사건이 종결되어질까.
가해학생들과 피해학생은 늘 마주칠 것이며, 좋은 감정의 시선이 주고받아지지 않을 것이다. 선도라는 것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 가능하다.
어찌됐든 학교폭력에 대한 책임은 학교에 있다. 적극적 해결이 아닌 피해자측을 향한 원망 섞인 발언이나 책임회피를 하려는 행동들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학교, 학교전담경찰관, 담당교사, 담임, 시흥교육지원청, 모든 관련자들은 책임을 져야한다.
더는 변명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이를 계기로 재발방지에 힘써야 하며, 더욱 견고한 학폭위 구성과 강도 높은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건 아니잖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민에게 큰 상처를 준 박근혜정권 (0) | 2016.11.14 |
---|---|
아이들도 아는 정의를 학교만 모른다?! (0) | 2016.09.06 |
유명세 타는 진안구봉산, 부작용 심해... 주민들 벙어리냉가슴 (0) | 2016.08.11 |
시흥시 장곡동 A초교, 집단 괴롭힘... 학교, 학폭위 사건 축소, 은폐 의혹 (0) | 2016.07.21 |
위안부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0) | 2016.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