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의 마지막날. 조용한 가운데 시간을 손에서 놓아주기 위해 길을 나섰다.
흐린 하늘에 간혹 비치는 한줄기 밝은 빛은 그 힘을 다하지못하고 흐린 하늘에 삼키워버렸다.
우선 허기진 배를 채우려 대부도 33호 할머니 집에 가서 2인분 같은 1인분, 깐 바지락칼국수(8,000원)와 해물파전(15,000원)을 주문했다. 둘이 먹기엔 양이 너무 많아 파전은 포장을 했다. 칼국수 안먹는 작은껌딱지... 웬일로 먹는다. 대부도쪽에는 딱히 저 먹을것이 없어 포기한건지 아니면 메뉴 선정하는데 까탈스럽게 굴면 엄마가 짜증낼까봐 그런건지 아무 주저없이 칼국수를 먹겠노라 하는데... 눈치본건가.. 짠하고 미안해지네ㅠㅠ
드라이브 삼아 달리다 장경리해수욕장을 바라보는 해랑이라는 카페가 생각나 더 나아갔다. 도착 30분 전 정도의 거리는 껌딱지가 운전했다. 몇 년만에 찾아 온 카페는 모든것이 그대로였다. 그때도 겨울에 왔었는데 이번에도 겨울이다.
좀 달라진것은 특이하게도 과자포장지로 인테리어를 한 것이었는데 없어졌다. 그리고 그림은 예전보다 많이 없었다. 화실에 기대있었다.
복잡하면서도 하나하나 손때 묻지않은 소품들이 없는듯. 바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카페에도 우리뿐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의 손길이 닿으면 카페 내부가 이렇게도 꾸며지는구나 싶다. 그냥 편하고 아늑한 느낌.
그리움을 울려대는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바리스타는 연신 차를 우려내고 있다.
문득 이 그림 앞에 서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마실 나갔다 돌아오는 주인할머니를 반갑게 맞이하는 진돗개가 석양을 등지고 하루종일 그리웠을 품을 품고싶어 안달이다. 우리 양가 어르신들 돌아가시고 나면 이 그림이 먹먹해져 그리움에 사무치게 될까.....
80 노부부가 가끔 차를 마시로 온다고 한다. 그러면 이 그림 앞에서 앉아 한시간씩 그저 아무말없이 바라만보다 간다고 한다. 이유가, 이북이 고향인 노인은 두고 온 고향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어서라고 했단다.
마을에 당산나무가 있고 오솔길에 드넓은 논밭,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앉은 집들과 에워싼 산들. 꿈에서나 나올까 싶은 고향이 사무쳐 그저 바라보며 어릴적을 회상하는 정도로만 만족해야하는 노부부.
해랑 카페아저씨는 아내가 그린 그림이지만 화풍은 아니라고 한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그림. 소장하고 싶었으나 판매는 안한다하니 안타깝다.
보고만 있어도 입가 미소 절로 지어지는, 기분 좋아지는 조랑말 엄마와 아기조랑말인데, 손님이 아빠 조랑말을 간절히 사고 싶어했다. 그런데 팔고 나서 후회를 했다고 하니 그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저 그림이 좋아서 그리고 또 카페를 찾는 이들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 정도에서의 만족을 느끼는 화가인것 같다.
봄, 여름, 가을은 손님들로 너무 바쁘고 겨울에는 물감이 마르지않아 전시를 할 수 도 카페 공간에 걸수도 없다. 작품들은 한쪽 공간에서 잠자고 있다.
바닷물은 빠져있지만 바다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1월의 마지막 날. 잠시 마음을 정리하기도 하려니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주는 껌딱지와의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여 똑깍 거리는 시간이 가는것이 못내 서운하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팔고 그림을 그리는 부부. 정말 멋있지만, 동시에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있을까...? 암튼 참 좋다.
부드러운 원두와 핫초코, 바다와 어울리는 커피가 맛있는 집이다.
얼어버린 백사장과 바닷물의 얼음 잔해가 발 위를 뜨게 만들지만 역시 바다는 바다다. 정말 차다.
마주한 껌딱지와 나! 바쁜 언니와 아빠를 대신하여 엄마와 놀아주는 기특한 껌! 사랑해~
바다는 늘 보아도 늘 그리운 그림이다.
껌딱지야~ 세상을 그렇게 삐딱하게 보면 안돼^^
참 잘 자라준 울 재재!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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